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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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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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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8484
55개월된 딸입니다.
그전엔 혼자서 그림만 열심히 보던 아이가 책읽기 독립에 들어간 이후로 책을 잘 안봅니다. 큰것, 작은것 합하면 한 스무마리되는 개인형만 우르르 안고 다니며 상상놀이에만 몰두하네요. 제가 읽어주는건 물론 좋아합니다만, 둘째가 한창 저질이를 하는 14개월이라 시간이 안납니다.
푸름 어머니 조언듣고 시도한지 한달쯤 됐습니다. 듣기 수준은 신기한 스쿨버스, eq의 천재들까지 올려놨는데 읽기 수준은 동생이 보는 플랩북 정도입니다. 그래선지 오늘 책방에 데리고 갔더니 제닉스의 '얼리버드'만 들척이더군요. 제가 보기엔 책인지 장난감인지 싶었는데 아이 입장에선 지가 읽어지니까 좋았겠죠. 사실 나는 명작을 사주고 싶었는데... 결국 아무것도 못사고 그냥 나왔습니다.
방법이 틀렸나 고민이 됩니다. 서점에서 다른책 살때 끼워받은 큰그림책이 있는데 그게 글자도 큼직하거든요. 그걸 보더니 이건 내가 읽을 수 있겠네 하더니 읽어주겠대요. 그래서 오버리액션하며 들어주었습니다. 그런데 많이 틀리더라구요. 그래서 차일드 애플을 왼쪽은 아이가 오른쪽은 제가 읽어주고 있습니다. 근데 아이가 틀리게 읽으면 지적을 해서 고쳐주고 있습니다. 가만 놔두면 계속 틀릴것 같아서요. 제가 잘못 하는걸까요?
책을 좋아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아이가 어째서 요즘은 상상놀이에만 빠져있는지 고민이 됩니다. 제가 생각하는 변수로는 1.동생의 막강한 방해-언니의 집중력을 단번에 깨버립니다. 요새는 왜 잠도 없는지... 또 동생에게 책을 읽어주면 큰애가 불안해서 어쩔줄을 모릅니다. 에고, 다 제가 사랑이 부족해서지요... 2.그래서 제가 요즘은 너왜 책 안보냐 소릴 자꾸하고 있습니다. 동생이 커 올라오니까 자꾸 조급증이 나서요.
요즘은 우리 아이가 정말 책을 좋아하기는 했을까 회의가 듭니다. 어느 학자 말처럼 아이가 얼마나 심심했으면 책을 다 봤겠냐고. 혹시 우리 아이가 이런 케이스가 아니었을까 걱정까지 됩니다. 바쁘시지만 도움 부탁드립니다.
용감한 자매님,
아이의 책읽기 독립은 아주 정상적으로 가고 있습니다.
책 읽기 독립의 핵심은 아이의 자신감입니다.
수준이 높으면 혼자서 읽는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낮은 수준으로 내려가서 아이에게 자신감을 주면 아이는 스스로 독립해 갑니다.
보세요.
아이는 아주 현명하게도 자기에게 적합한 플랩북을 선택하고 있고
그 수준을 부모에게 읽어준다는 자신감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기쁜일입니까?
아이가 틀리게 읽는다고 실망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그렇게 틀리면서도 읽으려 한다는 것 또한 얼마나 대견합니까!
틀린 것을 지적하지 마세요. 읽어주는 용기를 칭찬하세요.
틀린 것을 고치고 싶다면 이것은 틀렸어, 라고 지적하지 마시고 "응 그렇구나"하고 먼저 인정하고 그냥 틀린단어를 정확한 발음으로 한번 이야기 해주시면 됩니다.
예를들어 '아빠'를 '아버'라고 읽었다면 '응 그렇구나 아빠' 정도만 해주면 됩니다.
절대 지적하여 아이의 자존심을 낮추지 마시기 바랍니다.
상상놀이는 책읽는 것만큼 중요합니다.
아이슈타인이 그랬나요. 상상은 지식보다 중요하다고....
상상놀이의 시간을 아까워하지 마세요.
책읽다가 상상에 빠지고 그러다 다시 책읽고, 그렇게 멈추었다 뛰었다 하는 것이
아이의 정상적인 발달입니다.
책 읽지 않는다고 잔소리하지 마세요.
혼자 읽을 수 있는 책을 주시고 격려하다 보면 어느 사이 책을 읽고 있는 아이를 발견할 것입니다.
조급증을 억제하지 못하면 영영 아이는 책 읽기에서 멀어질 것입니다.
마음속에 책을 잘 읽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간직하고 있어야 하지만
그 마음을 아이에게 들키는 순간 아이들은 책을 안 보게 됨을 늘 기억하세요.
책을 좋아하는 아이임은 틀림이 없습니다.
그것을 부모가 의심하지 마세요.
아이는 부모의 절대적인 믿음하에서 성장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