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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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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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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5455
푸름아버님! 안녕하세요. 바쁘실것 같아 많이 망설였는데 용기를 내어 문의드립니다. 우리부부는 주말에만 만납니다. 소위 말하는 주말부부죠. 당연히 아이들도 주말에만 아빠를 보지요. 그런데 이런 반가운 만남에 항상 다툼이 벌어집니다. 이유는 우리 큰애때문이지요. 큰애는 요구사항이 많고 떼를 좀 씁니다. 그걸 아빠는 받아주질 못하네요. 아마도 자랄때 엄하게 자라서 그런가 싶어요. 저는 푸름이를 안지는 석달정도 되었지만 유아기때는 맘껏 받아주리라 생각하여 둘째 태어나기 전까진 거의 다 들어주었어요, 정말 화도 안내고, 만삭일때도 밖에 나가면 제가 안고 다녔지요. 남편에게 책을 줘 봤고(물론책은 안읽습니다. 바쁘다다) 푸름이테잎도 들려줬지만 본인 어렸을땐 순했고, 아버지한테 말한마디 못했다는 말만 할뿐 그때뿐이고, 또 남편의 교육관에 들어맞는 부분만 마음에 새기는것 같아요. 남편을 변화시킬수 있는 강력처방전이 어디 없을까요? 우리큰애(25M) 겁이 많고 여린지라 혼자있는걸 제일 무서워 하는데 떼쓰며 우는 아이를 방에 혼자 놓고 나와버립니다. 그순간 제가 참아야 하는데 참질 못하고 참견을 하고 다툼으로 이어집니다. 그런 상황이 매주마다 벌어집니다. 아이가 말귀를 다 알아듣는데 왜 혼내지 말아야 하냐고 하네요. 어떤이는 부모중 한사람은 무서운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과연 그런지요? 남편을 그냥 무서운 사람으로 남겨놓아야 할까요? 남편은 우리아이 만세살이 되는 날만 기다립니다. 제가 그때까진 절대 매를 들면 안된다고 했거든요. 푸름이 답변을 보니 엄마가 확고한 주관을 가지고 남편을 서서히 설득시켜야 한다고 하는데 제가 확고한 주관이 부족한것 같기도 하고 또 제일 문제는 제가 말주변이 없거든요. 사실 갈팡질팡하네요.
또 한가지.. 작은애(8M) 태어난후 두달정도 저,아기,큰애 셋만 집에 있을때 큰애를 많이 혼냈어요. 그전엔 그러지 않았는데 아이가 많이 놀란것 같아요, 제가 생각할땐 그시점을 기준으로 아이가 더 여려지고 행동반경이 작아진것 같아요. 그때가 18개월 지날 무렵이었던거 같아요. 한솔수업하는 선생님도 많이 달라졌다고 하셨거든요. 큰애는 제가 기분이 안좋거나 피곤해 보일때는 다가와서 아주 진하게 입술이 아플정도로 뽀뽀를 해줍니다. 어깨 안마도 해주고, 한번은 제가 너무 피곤해서 엄마 너무 피곤하다 했더니 살며시 안아주고 안마를 해주네요. 사내아이가 너무 여린것 같아 걱정되기도 하고, 아빠의 빈자리 때문에 더 그런가 싶기도 하고, 확실히 그때 그시점(아이를 막 혼낸때)이후로 또래아이가 장난감을 빼았으면 제 손을 이끌며 대신 빼앗아달라는 등, 직접 대항을 못하네요. 그전엔 그정도는 아니었거든요.
둘째 태어나서 다른환경,거기다 엄마의 반응까지.. 우리큰애의 변화 저 때문인거 같아 지금까지도 맘에 걸립니다. 그런데, 아이는 그런 상황들을 잊어버리니 괜찮다고 하며, 엄마때문은 아니고 아이가 커가는 변화일거라 하며 위로를 해주는 분들이 계시네요? 과연 어떤쪽인지요? 만약 저때문이라면 되돌릴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종이연님
교육은 진심으로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아이와의 교육은 부모와 자식간의 친밀감속에서만 이루어지지요.
부모가 무서우면 아이는 부모가 말을 할때 그 순간은 무서움때문에 움찔하며 들을지 모르지만 아이의 마음속에는 공포가 쌓이며 그 상황을 이해해서 변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 무서움을 피하기 위해 수동적으로 따라갈 뿐입니다. 그것이 점점 누적되면 아이의 내부의 힘은 점점 소멸되어, 시키면 하지만 주도적으로 어떤 일을 하지 못하는 피동적인 인간으로 성장하거나 발달을 억제당했기때문에 사춘기에 이르러서는 폭발해버리는 아이로 성장할 가능성이 무척 크게 됩니다.
아이를 매로 키운다는 사람은 배려깊은 사랑의 깊은 의미를 알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아이가 어떻게 성장하는지 모르기에 그저 눈앞에 보이는 것에만 연연하고 있을 뿐이지요.
부모의 마음속에는 교육이라 생각하고 매를 들지만 매맞는 아이가 먼저 배우는 것은 폭력뿐입니다. 아이도 나가서 자기보다 약자에게 폭력을 구사합니다. 매를 맞으면서 부모가 의도하지 않는 것부터 자연스럽게 배웁니다.
배려 깊은 사랑을 받은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성장하면서 남을 배려합니다. 그리고 배려 깊은 사랑을 받으면서 자존심에 상처를 받지 않았고, 자아의 발달도 확고하기 때문에 절대 남을 괴롭히거나 자기의 자존심을 낮추는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이제 푸름이닷컴에는 태교에서부터 책으로 독립할때까지의 한 주기를 아주 일관되게 배려 깊은 사랑으로 키운 아이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들은 매한번 맞지 않고 오로지 풍부한 사랑속에서 성장했는데 그 아이들을 만날때마다 저렇게 아름답게 자랄수 있나를 늘 생각합니다. 부모를 따스하게 배려하고 모든 것이 말에 의해 움직이며, 남들을 돌보는 안정된 정서위에 총명한 지성이 함께 하기에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저는 이전에 야단과 매로 키워 강퍅해진 아이들이 다시 배려 깊은 사랑을 주었을때 변화되는 것을 너무도 많이 보았습니다. 매로 키웠을때는 아무리 때려도 그때뿐일뿐 고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아이들이 배려 깊은 사랑을 받았을때 근본적으로 변했다고 눈물을 글썽이며 고백하는 어머님들을 만날때마다 배려 깊은 사랑의 위력을 늘 확인하곤 했기에 이제는 제 목에 칼이 들어와도 부정할 수 없는 확신의 단계에 들어서 있습니다. 아직은 경험이 부족하기에 확신하지 못하겠지요. 그러나 지나고 보면 무엇이 옳고 그른지 알게됩니다. 지나고 난 다음에 알았을때는 이미 아이는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 가 있을 것입니다. 현명하다면 지나가기 이전에 구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는 예민하고 배려 깊은 사랑을 받은 아이입니다. 그래서 엄마를 위로하고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은 엄마하고의 관계는 활발하지만 남이 보기에는 소극적인 아이가 아닐까 할 정도로 나서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내아이가 강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세요. 강함은 부드러움 속에서 그리고 존중받았을 때 자신의 의지를 실현할 수 있는 아이로 성장할때 강해지는 것입니다.
아직은 아빠의 빈자리가 그렇게 큰 시점은 아닙니다. 둘째가 태어났기에 퇴행현상을 보일 것입니다. 그것때문에 힘든 상황이 되겠지만 그럴때 일수록 더 감정을 받아주어야 아이는 안정되게 성장합니다.
전체적인 면에서 아이의 발달상에서 오는 변화입니다. 엄마가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할 이유가 없습니다. 좀더 배려깊은 사랑을 흔들리지 말고 해주시면 아이가 다른 아이와 다르다는 것을 아빠가 아는 순간 아빠의 태도도 변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