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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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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한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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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727
즘 날씨가 참 좋아서 현서, 준희 데리고 아파트 단지 내 잔디밭에서 시간을 자주 보냅니다. 아예 돗자리, 물, 김밥, 스케치북, 퍼즐 등등을 다 가지고 잔디밭에 들어가서 두세 시간을 보냅니다.
현서가 준희를 잘 보살피며 언제 그랬냐는 듯 둘이 잘 노니 참으로 뿌듯합니다. <배려깊은 사랑이 행복한 영재를 만든다>는 책에 나오는 귀절이 생각나는데 엄마한테 "엄마~ 저 이거해도 되요?" 라고 묻는 건 한 단계 성장했다는 증거겠지요???
어젠 동네 슈퍼서 껌을 그냥 가지고 나왔길래 동전을 주고 계산을 하고 먹자고 했습니다. 29개월인데 벌써 남의 것을 훔치나 싶어서 걱정도 되고 표정을 보니 잘못이란 생각없이 그냥 가져온 것 같은데 어떻게 지도해야하나요?
어제는 웃으면서 "현서가 껌이 먹고 싶구나~ 그런데 엄마가 깜빡하고 계산을 안했네~~ 현서가 가서 껌 주세요~~ 하고 오렴" 이렇게 별일 아닌 듯 지나쳤는데, 앞으론 어찌할지요??
제가 몸이 안좋아서 링거 주사를 자주 맞는데 오늘 두개의 주사를 맞는 걸 본 현서가 "엄마~ 난 커서 의사가 되면 주사를 하나만 놔줄게~ 간호사이모는 머리가 나쁜가봐~ 난 하나로 다 낫게해줄게~ 난 머리가 좋아" 이렇게 말을 하더군요. 허리 아픈게 정말 다 낫는거 같더군요. 링거를 맞는 제 옆에서 제 손을 잡아주며 끝까지 있어준 현서를 보니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과 밖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게 괜찮을지, 또 슬쩍 껌을 가지고 나온 현서를 어찌할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화창한 봄날 자연 속에서 아이와 함께 보내면서 더불어 자연스럽게 학습할 기회를 준다면 현명한 생각입니다. 교육은 그렇게 아이의 마음이 끌리는데로 가면서 배움의 즐거움을 주는 것입니다.
현서가 껌을 그냥 가지고 나오는 것은 대개 무법자 시기인 49-60개월 사이의 아이에게서 흔히 보이는 현상입니다. 그것이 현서에게는 조금 빨리 발현되고 있을 뿐입니다.
무법자 시기의 아이들은 소유란 개념이 없어 자기가 본 것은 자기 것이라는, 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아주 합리적이지만 어른의 입장에서 보면 아주 기묘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주 천연덕스럽게 슈퍼에서 껌을 자기 주머니에 넣고 나오는 것입니다. 부모가 볼 때는 놀랄 일이지만 아이는 절대로 도둑이 아닙니다. 조금 지나서 분별력이 발달하면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엄마가 돈을 내주면 됩니다. 현서에게 돈을 내게 해서 물건을 가져올 때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가르쳐주시면 됩니다.
아이의 발달이 무척 좋네요.
벌써 배려하는 마음을 보인다면 그 배려의 마음은 끝없이 확대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