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개월 되는 울아들 예전보다 책을 별로 안읽는다.
한글은 80~90% 완성한것 같다. 은물을 산 후로 매일 장난감처럼 같고 놀고 싶어라만 한다.
(비싼돈 주고 샀는데.... 괜시리 은물이 원망스럽다)
특히 요즘은 달팽이과학동화의 '아기가 태어났어요'란 책에 푸~ㄱ 빠져서
아침부터 잘때까지, 심지어 외출할때도 꼭 챙겨가지고 다닌다.
그림도 쩜 괴기스럽고 내용도 성교육(?)적이라 이 책만 좋아라하는 울아들이 걱정스럽기도 하다.
이 책 때문인지 요즘 엄마랑 아빠, 자신의 신체부위(..^^;)에 관심이 부쩍 늘었다.
'짝짓기' '아빠가 씨를 넣어줘야 해' '엄마 뱃속에서 동생이 나와' 등....
혼자 중얼거리며 이런 내용들에 무척 열심을 보이고 있다.
아침 6시에 일어나서 밤 10시가 넘어도 안자려는 녀석을 억지로 눕히면
그책(아기가...)을 갖고 오겠다며 울고불고 난리를 친다.
일부러 조명을 낮추고서 읽어주는데도 이 책 한권을 끝없이 읽고 읽고 또 읽고.....
나중엔 다른곳을 쳐다보며 딴짓을 하면서도 엄마는 계속 계속 읽으라고만 한다.
100권의 책을 읽으며 밤을 새는거라면 차라리 나을것 같은데....
난 별로 맘에도 안드는 이 책 한권으로 한도 끝도없는 책읽기를 하려니 넘 괴롭다.
결국 내가먼저 책을 덮어버리고 잠자는척 하면
맘상한 울아들은 '엄마 속상해요'하며 울면서 잠이든다.
(1~2분이면 잠이든다. 잠을 억지로 안자려는것만 같다)
푸름이 부모님 이라면 이럴때 어케 하실까......
찬호마미님,
아이가 성장하는 것은 자연이 그에게 부과한 발달과제를
충실히 수행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아이는 민감하게 어떤 특정한 요소를 받아들이는 시기가 있습니다.
이것을 몬테소리 여사는 민감기라고 표현했습니다.
민감기 보다 더 중요한 결정적인 시기가 있는데
이때는 발달이 일어나거나 아니면 어느 특정 능력이 영원히 사라지기도 합니다.
순천에 내려갔더니 어떤 어머님이 이것을
"꽁짜로 먹는 시기"라고 표현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배우려 노력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슬슬 배워가는 시기...
이 환상적인 시기는 대개 초등학교 입학전까지인 72개월 정도안에 존재합니다.
아이의 결정적인 시기와 민감기를 엄마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아이가 어느 특정 시기한 시기에 특정한 행동을 반복한다면
그 뒤에는 반드시 아이가 그런 행동을 하게 하는 동인이 존재합니다.
엄마는 그 동인을 읽어낼 수 있는 세련된 눈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끊임없는 공부를 통해 갈고 닦아야 더욱 날카로워 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아이가 왜 한동안 은물에만 몰두하고 있을까요.
그것은 소근육 운동을 발달시키라는 발달과제가 아닐까요?
소근육을 발달시키면서 아이는 방향성을 배울 것이고
이것은 문자인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그런 과정속에서 아이는 공간지각력을 발달시켜 갑니다.
책만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비싼 돈주고 산 은물이 원망스럽겠지만
아이가 평생 은물만 하면서 보내지는 않습니다.
그냥 편하게 때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달팽이과학동화의 “아기가 태어났어요”를 보고 있다고
엄마가 성교육(?)적이라는 염려를 하시는데 이 나이의 아이에게는 애초에
어른이 생각하는 성에 대한 개념이 없습니다.
걱정은 엄마만 하는 것이지 아이는 손가락이나 발가락이나 자기 고추나 다 같은 것입니다.
만일 아이가 발가락을 만질 때 엄마가 놀라 발가락 만지는 것을 금지한다면
아이는 훗날 발가락을 남에게 보이는 것을 수치심으로 느낄 것입니다.
아니면 은밀하게 남의 발가락을 훔쳐보는 이상심리의 성인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아이에게 있어 부모와 자신의 신체는 재미있는 탐험의 대상이지요.
그냥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이야기 해주세요.
엄마가 아이의 고추를 만지면서 “몇 살까지 만져도 되니?” 하고 물으면
백살까지 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사춘기가 되었는지 그 자리에서 알 수 있는 방법은 고
추를 못만지게 하면 그때는 사춘기가 된 것입니다.
엄마는 마음에 안드는 책이지만 아이에게는
그 시기에 자연의 법칙에 따라 가장 절실하게 흡수해야 하는 과제입니다.
수십번, 수백번을 읽어달라면서 그 토씨하나 순서하나까지 흡수합니다.
순서가 틀리면 곧바로 아이는 항의하지요.
딴짓하며 노는 것 같지만 아이는 모든 것을 듣고 있으며
이전에 들었던 것과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있습니다.
완전히 흡수할 때까지 읽어달라는 것은 계속될 것입니다.
엄마가 편하자고 잠들면 그때는 책을 읽어 달라는 욕망이
조금씩 사그러들어 시간이 일정기간 지나면
그때는 아이는 읽어달라고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나마 읽어달라고 요구할 때는 교육이 이루어지지만
읽어달라는 요구가 없을 때는 어떻게 하시겠어요?
엄마는 아이가 잠을 안자기 위해 책을 읽어달라고 요구한다고 생각하는데
매슬로우의 욕구단계설에 잠자는 것은 하위의 욕구이고
책을 읽어달라는 것은 자아실현의 최상위욕구입니다.
욕구단계가 높아질수록 그 욕구가 실현되었을 때 주는 기쁨은 훨씬 큽니다.
그래서 아이는 졸린 눈을 비벼가면서 책을 읽어달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찬호마미님
제가 보기에는 행복한 고민이십니다.
아이는 잘 크고 있습니다.
조금 더 기준을 넓히시고 아이를 받아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