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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6-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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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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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3415
안녕하세요. 저는 5살(2월생), 27개월되는 두딸을 가진 엄마입니다.
큰아이에 대해 상담을 드릴려구요, 큰아이의 언어 수준은 정확하게 제가 판단하기는 힘들구요. 책읽는 수준은 매일 1시간 내지 2시간은 규칙적으로 책을 보고있구요. 맞벌이라서 저녁에 나랑보내는 시간을 기준으로 얘기드리는 겁니다.
그런데 공주책을 너무나 좋아해서요. 백설공주, 신데렐라, 인어공주, 엄지공주, 그 외 공주에 연관된 책을 너무나 좋아하는거예요. 서점에 데리고 가서 사고싶어하는 책을 보면 꼭 공주와 연관된 책만 고르는 거예요. 남편은 성적 정체성에 문제가 생긴다고 이젠 공주책 그만 사주라고 하거든요.(사실 신데렐라 같은 경우는 3권이나되거든요. 출판사가 다른것으로)
지적인 부분을 채워주는 동화책으로 유도하라고 하는데 제 생각은 공주책을 읽고 싶은 만큼 읽고 나면 다음에는 다른 곳으로 관심을 가지지 않겠나 싶지만 때론 집에 있는 한복이나 드레스를 꺼내어 공주 놀이를 하거나 비디오를 가끔씩 한번 보여 주는데 공주 비디오만 보는 것을 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고...
다른 책을 아예 안보는 것은 아닌데 ...
질문을 해도 이것이 좋은 질문이라고 해야하는지 질문의 예를 들면,“엄마,신데렐라가 왜 이런 표정을 지어요”, “새엄마는 왜 신데렐라를 안 좋아하나요” “엄마 신데렐라의 새 언니들은 왜 안 예뻐요” “왜 새엄마는 신데렐라에게 헌 옷만 줬어요” 새언니들이 유리구두를 신어보는 장면에서 “ 엄마, 새언니들은 왜 이런 표정으로 신을 신어요” “왜 신데렐라 옷은 반짝여요”(요정이 새 옷으로 만들어 주는 과정의 그림에서 반짝반짝거리는 별모양을 그려져 있더군요) “신데렐라의 신발은 왜 한짝만 벗겨졌나요” “신데렐라는 왜 하늘색 드레스를 입고 있어요?” “생쥐는 왜 이런 얼굴을 하고 있어요?” 등등 질문이 뭐라고 할까 엉뚱하다고 해야하나, 재미있다고 해야하나 이런 저의 딸을 어떻게 봐야 할지....
공주를 좋아하는 수준이 과하다면 공주가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어떠한 방법으로 가르쳐 주어야할지...
질문드리고 싶은 것은 많지만 오늘을 이 부분에 대해서만 얘기 드릴께요. 바쁘시게만 꼭 답변 부탁드릴께요.
명랑소녀님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해드릴까요.
푸름이는 삼국지만 7종이 넘습니다. 그리고 어떤 60권짜리 만화삼국지는 250번 이상 읽었지만 지금도 시간이 있을 때마다 봅니다. 어느날 제가 어떤 사람을 만난다니까 푸름이가 하는 말이 "아빠 삼국지에서 보니까 그런 특성을 가진 사람은 배반을 잘하니까 조심하세요" 하면서 충고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공주책을 읽는다고 해서 공주병에 걸리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책을 읽지 않고 겉멋만 부리는 것을 부모가 보여주면 그때 공주병에 걸리게 됩니다. 어떤 어머님들은 (책은 한 권도 안 사주면서) 아이들에게 예쁜 옷 입히고 머리도 이리저리 볶고 이집저집 다니면서 자랑하는데 그 사이 아이는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한 가치관을 배우게 됩니다. 부모로부터 외면을 강조하면 외면에 대한 가치를, 내면을 강조하면서 내면의 가치를 아이는 배웁니다.
다른 책도 보면서 공주책을 본다면 오히려 그런 책을 더 사주어 충족시켜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됩니다. 좀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간다해도 공주책을 좋아하는 것은 여전할 것입니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는 신데렐라를 통해 선한 사람은 복을 받는다는, 악은 반드시 징계를 받는다는 권선징악의 개념을 배우고 있으니까요. 이런 아이들은 훗날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양심적인 아이로 성장합니다.
공주에 대한 아이의 질문은 폭이 넓고 다양하네요. 지적수준이 또래보다 빠르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고민하지 마시고 아이가 마음껏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지적수준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분야로 나가게 될 것입니다. 책은 아이가 관심을 갖는 곳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고 그래야 재미있게 읽게 됩니다. 지적인 부분을 채워주는 동화책으로 유도하는 것은 좋지만 그 마음을 아이에게 들키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