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름아버님, 그동안 질문과응답의 추이를 보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있으시겠구나
싶었는데,큰일을 겪으셨군요. 푸름이어머님이 많이 힘드시겠어요.세상이 달라 보이시겠죠?
저도 우리 할아버지라는 책을 채영이에게 읽어주며 괜스리 분위기잡고
엉엉울어버렸어요.왜? 왜?슬퍼?하는 지언이와는 달리 그 맘 알겠다는
채영이의 표정! 그리고 이어진 말 "엄마,나두 행복한 왕자 읽을때 좀 슬펐었는데...."

아무래도 아직까진 큰아이 위주로 학습을 하고 있어요.
5년동안 책을 읽어주며 푸름이닷컴과 인연을 맺고,글올리고 하는동안
채영이의 독립도 이루어졌고,전래도 금기시하며 피하다가 읽어주기
시작하니까 한솔,교원,웅진 할것없이 전래 또 없어?하는 아이를
보며 푸름아빠의 전래에 관한 말씀을 떠올렸습니다.

위인전도 명작 다음에 보여주려했는데,파브르니,시튼이니,아문센이니
세종대왕은 자기 조상이고,장영실은 엄마조상이고,곽재우는 곽동욱(친구) 조상이라며 위인전을 파고 드네요.

전 이렇게 아이의 요구에 따라 책을 대주기만 하면 되는지라 육체적 고통이 사그러듭니다.
집 가까이의 박물관에서 루핀꽃을 발견하면 미스 럼피우스를 한번 더
읽고 싶다고 하고, 파란구두, 안돼 데이빗, 은지와폭신이, 우리 친구하자 등등
우리에게 닥쳐진 상황을 보고서 책으로 연결시키면 저 또한 거기
에 동조하며 맞아맞아하는게 우리의 일상입니다.

며칠전에는 맞벌이하는 이웃의 채영이 친구가 유치원 방학동안 외갓집에 가면서 놀이감들을 뒷트렁크에도 모자라 뒷자석양쪽으로 싣고,엄마,아빠는 앞에 타고 가는 장면을 보며 "엄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장면과 꼭같아!"하며 즐거워하더군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일본 에이메이션영화인데,하쿠가 강물의 신이라는 점은 7살 아이가 알아채기 힘들터이라 제가 언급을 해주었더니 그리이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과 연계해서 대응을 하더군요.

현재는 전래동화 읽기가 조금 남았구요,그림 삼국유사로 들어갔습니다. 그리이스로마신화는 10권을 제하곤 10번도 넘게 읽었을 겁니다.
위인전은 부드럽게 읽히는 낮은 단계를 읽고있구요, 자연이나 과학방면은 신간 시리즈물은 다읽었고(리틀스코프시리즈 등) 전집류는 이제사 읽기 시작해서 유아수준의 리틀 사이언스,방글방글 자연방 이야기,딱따구리 과학동화를 보고있습니다.
질문이 있습니다.

#지는 상황을 힘들어 하네요
빙고게임을 가르쳐주었더니 재미있어하길래 (16칸)
하루는 이웃의 2학년오빠랑 하면 되겠네하며 그 아이에게
빙고게임을 할줄아냐고 물어보았더니 모른다길래 가르쳐줄 요량으로
3번정도 그 아이대신 제가 이렇게 이렇게 하는거라며 채영이를
상대로 계속 이겼더니 얼굴을 파묻고 연신 울어대네요.
오빠를 가르쳐 줄려고 그랬다 사정을 이야기해도 불구하고...

어제부터는 너무 산수학습을 안한것 같아(여태껏 수학관련 동화를
접한지라 문장으로 듣고 순열관계,대응관계등 간단한 수학학습은
진행되어왔슴)이웃의 아들하나를 빌려(?) 산수 놀이겸 공부를 하는데
1~5까지의 숫자 2장씩을 넣어서 제비뽑기를 해서 같은 수가 나오면
자신의 이름표 밑에 하트모양 하나씩을 그려넣어주기로 했는데,친구는
4개가 되는 상황에서 자신은 한개 밖에 없으니까 전전긍긍하더니
색연필로 하트 3개를 더 채워넣고 헤ㅔㅔ~거립니다.
그 상황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안보이고 세계지도책보자고 화두를
바꿔버렸지만,좀 신경이 쓰이네요.

# 수준차이가 너무 나는 아이들 둘의 산수지도?
앞서 말씀드렸듯이 채영이는 발달단계가 좀 빠르고 친구는 진짜
1더하기1은 4,이렇게 아무런 생각이 없는 아이인데 제 계획대로
산수공부를 같이 하기에는 무리수가 있겠지요?
의견은 어떠하십니까?

아이들 어느정도 키우고 나니까 이렇게 글올릴 여유도 생기고 좋습니다.
아이들 위해서라는 명목을 타이틀에 불과하구요,글을 올리고,읽으신 분들
숫자 늘어나는것 보고...
즐거워하고 하고 있습니다.

---

채영엄마님

어제 용인에 강연을 가서 연수어머님을 만났습니다.
수원에서 일부러 제 강연을 듣기위해 용인까지 오셨더군요.
강연이 끝나고 연수어머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저는 무척이나 즐거웠습니다.
태교때부터 제 책을 읽고 책을 통해 교육을 시킨 결과가 오히려 푸름이보다 발달이 빠른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고 2시간 가까이 강연이 진행되는 동안 집중력 있게 책을 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제 자신이 이 세상에 무엇인가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생각이 한동안 강연의 피로와 일상의 바쁨을 잠시나마 잊게 하고 다시 마음을 가다듬게 합니다.

이제 조금 지나면 다시 부산 강연을 위해 공항으로 가야합니다.
빨리 답변을 해드려야 한다는 급한 마음과 눈을 뜨기 힘든 피로 상황에서 잠시 앉아 어머님이 올려주신 글을 보면서 다시 연수어머님을 만나면서 즐거웠던 마음이 살아납니다.
사람을 배려해주는 한구절 한구절, 그리고 채영이의 성장이 제 자식을 키우는 듯한 기쁨을 줍니다.
책을 통한 교육이 이렇게 뛰어난 아이를 만들어내고,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서 행복감을 모두에게 줄수 있다는 증언을 이 나라 교육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땅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행복해야하고 부모도 행복해야 합니다.

채영이가 지는 상황을 힘들어하는 것은 그렇게 염려하실 상황은 아닙니다.
아직은 지는 것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까지 정서적인 발달이 간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푸름이도 한동안 그런 상태가 있었습니다.
하기야 불혹을 넘어가는 나이인 저도 지는 것을 끔찍히 싫어하는데 이제 7살 밖에 안된 채영이에게 지는 것을 정서적으로 억제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지성은 얼마던지 빠르게 발전할 수 있지만 정서는 제 나이를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시면 그렇게 염려하실 상황은 아닙니다.
푸름이는 처음에 게임을 할때 자기가 지면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려 한동안은 게임을 못할때가 있었습니다.
오죽했으면 자꾸만 울면 게임을 안한다고 엄마가 말하면 울음을 그쳤다가 다시 울곤했지요.
그러나 그렇게 놀면서 게임은 단지 게임일뿐이라는 것을 서서히 깨달아 가면서 그리고 게임에서 이길때도 있고 질때도 있다는 것을 안 후로는 지는 것을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진 사람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냥 게임에 졌을때 위로하려 하지 마시고 게임을 게임일 뿐이라는 것을 이야기 해주세요.
엄마도 질때가 있지만 이렇게 받아들일때 자랑스러웠다는 것을 이야기 해주면 초등학교 4학년이 되기 이전에 그런 현상은 사라질것입니다.
지는 것을 싫어하는 것도 발달이 빠르다는 또 하나의 증거입니다.
다만 지는 상황을 너무 자주 만들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사실 저는 푸름이를 키울때 누구와 함께 공부를 시킨 경험이 없습니다.
이것은 푸름이가 남과 함께 공부하면서 자신이 남보다 뛰어나다는 사실을 일찍 알아버리면 혹시 남을 무시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하는 염려의 마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연유로 푸름이는 학교에 들어가서 한동안은 발표도 안하곤 했습니다.
어느날 자신이 발표를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고 그 이후부터 발표를 잘하지만, 다른 아이들이 발표할때까지 기다렸다가 다른 사람이 안하면 그때 발표를 하는 배려의 마음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냥 엄마하고 재미있게 하세요.
발달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을때는 다른 아이까지 신경을 써가면 가르칠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엄마와 채영이가 재미있게 놀면서 배워도 사회성을 길러집니다.
그것이 훨씬 더 발달이 빠를 뿐만아니라 훗날 채영이가 사람을 사귈때도 어머님에게 받은 배려를 남에게 줄 수 있으니까 좋은 사회성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이제 아이는 스스로 커갑니다.
아이가 성장하는 즐거움만 누리시면 됩니다.
그것보다 행복한 것이 이세상에 또 무엇이 있겠습니까?
건강하시고 채영이 잘 키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