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도 글을쓰다 날이 훤히 밝아올지도 모르겠어요. 지난번에 긴글을 올린건 저희 아이에 대해서 어느정도는 아셔야 앞으로 상담에 유익할듯해서,,,

한 1달쯤 된것같은데, 아이가 약간 변한듯해요.
뭐랄까,고집,반항,불만, 그런게 있는것 같거든요.
예를들면 이것 좀 해줄래?하면 싫어요.하구요, 가끔씩 화난듯한
얼굴로 보란듯이 색연필을 던진다거나, 음식을 어질러놓고
엄마 이러면 속상하지요. 해서 제가 그래,그럼 네가 치워줄래?하면
아니요.엄마가 치우세요.한다든지

그림판에 글씨(요즘 글자모양을 보고 써보는걸 좋아해요)를 쓸때
조금 도와 준다고 거들면 찍찍긋는다고 해야하나 하여간
제 생각엔 기분이 상해보여요. 그래서 제가 그럼 나도 한번 해보자
나도 너처럼 할수있을까 .하면 못하게 하는 경우가 많아요.
보통 그림 그릴때는 한번씩 바꾸어 가며 그리거든요.

사실 이런행동을 어찌보면 이해할것 같기도해요.
제가 좀 힘이 들었거든요.다른건 아니고 몸은 지치고 기분도,,,
놀이터에 가보면 다들 그냥 편하게 키우는듯 보이고,
밤에 아이들이 더 놀고 싶어해도 그냥 자 하며 재워도 그 아이들
별 탈없이 잘 자라는듯 싶구.
엄마가 조금 야단을 쳐도 그냥 넘기는것 같은데,

하루종일 다양한 메뉴에 소스, 조금 소홀하다 싶으면 정말 신기하게도
아이는 저보다 먼저 저를 느끼고 알고 있는것 같아요.
그래서 엄마의 표정도 살피고 확인하려하구요.
제가 보기엔 아이가 저보다 더 앞서있는듯 느껴져요.
사실 잠시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나 고민도 했구요,
긴 시간은 아니지만 표류했었던것 같은데, 아이가 엄마 마음을
읽은듯 여겨지네요.

요즘도 보통 10~15권의 책을 읽구요, 이사온 후로 엄마가 읽어주는 시간외에
스스로 책을 펼치는 횟수가 줄어 고민이었거든요.지금은 해결했어요.
전엔 책을 거실에 두었었고,이사한 후에는 방 하나를 책방으로 꾸며 방에 두었구요.
주로 거실에서 생활하는데 거실엔 장난감을 두었으니 결과는 당연하죠 뭐.
책을 다시 거실로 옮겼고, 장난감을 방으로, 결과는 대성공이에요.
제가 저녁 준비하면서 보면 책을 보고 있거든요.
이렇게 쉬운걸 그동안 왜 그럴까 고민만했구요, 아이에게 혼자서
책 보는 즐거움을 거의 1년이나 빼앗구요.
책을 장난감처럼 갖고 놀던 아이였는데 말이에요.

그래도 참 예쁘지 뭐에요, 힘이 부치는날에는 그냥 슬쩍 자려고하면
엄만 책 읽어야지.해요 .
그럼 푸름이 책을 읽은죄(?)로 아참,내가 까마귀 고기를 먹었나봐.
하면 맞아 엄만 까마귀 고기를 5마리나 먹었나~. 그러죠
그리하야 또 시작하지요,책으로의 여행을.

얼마전엔 엄마도 이러 이러해서 힘들 때가있어, 그럴땐 엄마 표정이
나도 모르게 시무룩해지고, 화난것처럼 보이지만, 이상하게 생각말고 엄마가 휴식이 필요하구나 생각해,알았지?했더니 아이가 그럼 엄마 보상 받아야해. 라고해서 한참 웃었어요. 보상, 어찌 그런 단어를 알았을가요. 책에서 읽었을거에요.

푸름이 부모님도 이런 힘들다라는 생각 하신적 있으신지.
그래도 두분이서 함께 하셔서,,,
저희 남편 굉장히 가정적이고 교육자 집안에서 자랐고 주변에선
천사표 남편이란 꼬리표가 늘상 함께하지만,회사 업무와 스트레스에
육아는 거의 엄마 담당이에요. 어쩔수없는 현실인것 같아요.

아이의 행동이 좋아지리라 생각하면서도 좀 고민이에요. 하지말라고 해야하는지.
지금은 제가 치우면서 그래요. 이런건 나쁜 건데 너도 알고 있으니까
앞으로는 안할거라는걸 믿어.라구요. 조금 엉킨건지 일시적인건지 궁금해요.

정말 다행이지 뭐에요.
어디에서 이런 진심어린 답을 들을 수 있겠어요.

---

우리딸 님
글을 읽으면서 그 정경이 그대로 떠올라 미소 지을 수 밖에 없네요.
어머님은 어쩌면 가장 편하고 가장 행복한 고민을 하고 계시네요!

혹시 비고츠키의 근접발달기(Zone of proximal Develoment)라는 개념을 들어 보신적이 있는지요?
이것은 어른의 도움을 받으면서 학습과제를 완수 할 수 있는 범위를 말하는 것으로, 아이는 지식을 갖춘 성인의 도움을 받으면서 편안한 상태에서 학습에 임할때 가장 높은 성취도를 보입니다.
이것은 예를 들어 그림판에 글씨를 쓸때 아이가 그런 경험이 별로 없어 혼자서 하기는 어려울때는 엄마가 도와주면 잘 배울 수 있지만 이제 나이가 들어 혼자서 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히 있고, 그런 능력을 엄마에게 자랑하고 싶은데 엄마가 그것도 모르고 도와준다고 거들면 기분이 상해 찍찍긋는 행위를 하게 될 때 적절하게 쓸수 있는 용어입니다.
즉 아이를 도와줄때 어느정도를 도와주어야 바람직한 것인가가 시기마다 다르다는 이야기입니다.

아이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어머님의 의식을 그 빠르기를 감당하지 못해 힘든 것이지요.
어머님의 의식 확장속도가 아이 정도만 되면 그야말로 아이가 성장하면서 주는 즐거움이 이 세상 어떤 것보다 즐거울 것이고 그것을 느긋하게 즐기고 계실겁니다.
아이는 영재의 모든 조건을 골고루 갖춘 것이 아닌가 합니다.
먼저 까마귀 고기를 먹었나 보다 하면서 응대할때 뛰어난 유머감각을 느낄 수 있으며, 보상이란 단어를 사용할 때는 또래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단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엄마보다 앞서가고 있다는 느낌 또한 사실입니다.
아이가 먼저 예민하게 엄마의 기분을 느끼고 있고, 자신의 자존심이 상처 받는 경우는 "엄마 이러면 속상하지요" 하면서 반항을 간접적인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 등등 모두가 그 또래의 아이가 보일 수 있는 행동이 아닙니다.
아마 어머님이 보시기에도 애같지가 않고 친구 또는 자기보다 마음이 깊은 동료같은 느낌이 들것입니다.

이런 아이는 이제 스스로 성장합니다.
어머님이 조금더 기준을 넓히고 느긋하게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만 하시면 됩니다.
그런면에서 장난감을 방으로 옮기는 것 같은 행동이 바로 환경을 만들어주는 현명한 방법이지요.
아무리 책을 좋아하고 집중력이 있는 아이도 눈에 책보다 장난감이 먼저 보이면 책보다는 장난감을 잡게 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어머님이 1년이나 지나서 깨달았다는 것이 오늘날 미운 4살 처럼 보이는 것을 설명해 줍니다.
엄마가 좀더 예민하게 반응해야 하는데 그 의식을 바꾸기가 쉽지 않았던 것입니다.

아빠가 교육의 장에 많이 못 들어와도 이 경우는 그렇게 문제가 안됩니다.
아이가 스스로 설 수 있는 힘을 가졌기에 괜찮다는 이야기 입니다.
조금 지나서 아이의 판단력이 이러면 엄마에게 상처를 주겠구나를 인지할 단계가 되면 사라질 행위입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엄마가 어떤 것을 도와주거나 금지시킬 때 조금더 기준을 넓히고 더욱 많은 과정에 대한 칭찬과 격려를 해주셔야 합니다.
밤을 세면서 글을 올릴 수 있는 열정, 그리고 자녀를 대하는 자세를 본다면 건강이 허락한다면 둘째 아이를 가져도 훌륭하게 성장하리라는 것을 확신합니다.

참 법먹는 것도 너무 강요하지 마세요.
신문지를 펼쳐놓고 혼자서 먹게 하세요.
때만 되면 먹을 것이 모자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