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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3-3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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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현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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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5516
이렇게 일일이 답 하시느라 얼마나 바쁘 신가요? 정말 대단 하세요.
내가 과연 옳은지...또 그것에 대한 확실한 자신을 가지고 남들에게
그것을 맞다고 말하기는 또 얼마나 힘이드는 일입니까?
이렇게 길이 있으셔서 아이들도 그렇고...푸름이 부모님들도 그렇고
부럽군요.
늘 궁금 했던건 아이가 영재인데 영재 교육을 시키지 않는 이유가 뭘까? 아이는 학교의 생활로 모든걸 만족 할까? 학교와 무조건 사이가 좋아야만이 성공적인 영재 교육이라고 할 수 있을까? 등등....
물론 아이를 위해,부모의 욕심을 버리고.......알겠는데요...
아이가 학교와 학교 생활과 전혀 문제가 없었나요?
살면서 생기는 어떤 문제 말구요,영재 이므로 해서 생기는 학교 학습과의 갈등 같은거요. 유학을 좋아하진 않지만...우리나라 교육에 대해 말들이 많고, 또 시키는거 보면 솔직히 실망 스러운게 많아요.
한데..그런걸로 갈등은 없으신가요? 그것이 집에서 책을 많이 읽는것만으로 해결이 되나요?
제 아이는 노는거 엄청 좋아 합니다. 모두랑 잘 논다고 하지만..그래서 저도 무난 하다고 생각 하지요. 한데,선생님은 자기 자신이 아이들과 좀 다른거 같다는 생각을 하는듯 하고.. 드러나는 말이 아니라..행동이 그리 느껴 진다고 하시고.. 그리고,성격적인 문제인지...모든거에서 그러진 않지만 성취 동기가 낮은 일이 계속 반복이 되면...아~주 지루해 하겠지요. 한 두번은 본인도 참고 견디지만,그런 학습이 반복 되면.... 그렇다고 아이에게 그런 태도는 나쁘다.배우는 모든건 다 의미가 있다. 뭐...그런 말들로 일관 하는건 자신이 없어서요.
그래서 푸름이의 학교 생활이 늘 궁금 했구요. 분명 푸름이도 지루함에서 오는 문제점들을 느끼지 않았을까.. 그럴때 어떻게 하고 계시는지 ,조언을 얻고 싶어서요.
수현맘님...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질문이지만, 때로는 그런 생각을 하실때 엄마는 얼마나 담담했을까하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프군요. 만일, 이 사회가 영재를 키워낼 수 있는 사회였다면 저도 주저없이 어릴때부터 영재교육을 시켰을 겁니다. 재능이 그렇게 꽃 피워오를 때 그것을 받침해주지 못한다는 것은 부모로서는 가슴 아픈일입니다. 하지만 이땅에 사는한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제 교육은 지성이 가기전에 감성을 먼저 키워주는 교육이었습니다. 지성이 날카로운 비수처럼 서있으면 그것은 남을 벨 뿐만 아니라 자신까지 다치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감성이 항상 날카로운 비수를 싸고 있으면, 사람들은 그렇게 날카로운 지성을 가지고 있다고 느끼지 못하지만 아이는 부딪침없이 자기 내면의 세계를 구축해 나갈 수 있습니다.
어느정도 시기가 지나면 아이는 어떤 말과 행동을 할 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며 함께 어울려 살아갈지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하게 됩니다. 푸름이는 지금 최고의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전혀 선행학습이 안 되어있기에 학교에서의 배움도 즐거워 합니다. 성취동기가 낮은 학습이 계속되어도 "그저 복습하는 재미로 다니지요" 하면서 스스로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수준에 올라왔기 때문입니다.
푸름이는 지금까지 한번도 집에서 숙제하는 것을 저는 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한번도 학교 시험공부하는 것을 또한 보지 못했습니다. 숙제는 학교에서 다 하고 오고 학교시험공부는 학교에서 배운걸로 그냥 끝입니다. 그렇다고 공부를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아이는 어린시절 마음껏 놀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린시절을 목가적으로 뛰놀았을때 나중에 성인이 되면 마음껏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정서적인 긴장없이 해내겠지요. 그런면에서 분명 푸름이의 삶은 즐거움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4학년 성적표의 종합평가 부문에서 "교우관계가 원만하다"는 것을 보아도 학교생활이 즐거운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지금 푸름이와 같이 영어공부를 합니다.
이제 영어를 배운지 16개월 밖에 안되었지만 푸름이는 영어로 일기를 쓰고 25년 영어를 배운 저보다 훨씬 빨리 정확히 알아듣고 웬만한 동화책은 그 자리에서 여러가지 방식으로 해석해 줄 정도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1~2년만 그런식으로 나가면 영어를 모국어처럼 쓰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린시절 마음껏 뛰놀면서도 그러나 진정 그가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들때, 세계에 어디에 가도 뒤떨어지지 않는 실력을 길러 놓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은 이미 책을 읽으면서 큰 그릇을 만들어 놓았기에 그 위에 그저 얹혀 놓기만 하면 흡수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요.
아이가 어디를 가던 정서적으로 지치면 안됩니다. 제가 만일 푸름이를 영재를 키우는 학술원을 보냈다 할지라도 저는 서두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이는 아이마다 자기의 걸음이 있습니다.
이 걸음 재촉하면 아이는 지칩니다. 물론 자연스럽게 환경이 주어지면 아이의 발걸음은 빨라지겠지만 지금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그리고 조금 조금씩 환경을 바꾸어 가기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수현맘님 같은 이 땅의 교육에 대한 고민하시는 분들이 모여 우리의 아이들이 커나갈 환경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머님이 그 동안 자녀를 키워오면서 경험했던 것을 우리 모두가 배울 수 있도록 글을 올려주세요. 언젠가 시간이 되면 한번 만나 뵙고 싶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