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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1-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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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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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4133
안녕하세요?
상담 글을 보면서 많은 부모들과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뛰고 계신 걸 알겠습니다.
유진이(38개월)는 끊임없이 엄마, 아빠와 놀기를 원합니다. 오히려 동생은 혼자 놀기를 잘 하구요. 그리고 더 예민해 지는 것 같습니다. 혼자 놀도록 유도 하려면 무언가 도구가 있어야 하구요(레고, 찰흙, 물, 콩 등)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 선택해서 놀기는 힘들어 합니다. 일부러 혼자 놀도록 놔두고 제가 일하고 있으면 엄마 옆에서 자기가 시키는 역할을 하도록 강요합니다. 저희 부부는 놀아줄 마땅한 것이 없으면 숨박꼭질이나 이불놀이를 하면서 지냅니다.
혼자 놀도록 유도하려고 해도 마음을 잡지 못하고 물건을 던진다던지 엄마, 아빠가 싫어할 것을 아는 행동을 일부러 하는 것 같습니다.
놀아주면 끊임없이 놀아달라고 하고 안 놀아주면 장난감보다는 집안 물건들을 갖고 놀거나 화가 난 행동을 보입니다. 저도 저지만 애기 아빠도 많이 힘들어 합니다.(지쳐있는데도 놀아달라고 합니다)
푸름이 아빠가 말씀하시는 부모가 놀이의 주체가 되지 말라는 것과 엄마가 많이 놀아주는 것과의 차이를 자세히 설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예를 들면 아이가 놀아달라고 할때는 무조건 놀아 주어야 하는지, 놀이의 주제는 엄마가 선택해 줘도 되는지(저는 책으로 기찻길을 만들고 하는 등의 놀이를 많이 합니다). 또 유진이가 떼를 쓰거나 감정이 상해 있을 때 부모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또 유진이가 책을 많이 보고자란 것에 비해 상상력이나 혼자 말하는 것 등은 잘 발달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낯가림도 심하고 동생에 대한 스트레스도 은근히 보입니다. 모두가 저희 부부가 아이의 정서를 잘 다독거리지 않은 탓이라고 생각됩니다. 사실은 오늘도 아이가 밖에서 졸려서 떼를 쓰며 엄마를 때려서 저도 엉덩이와 손을 때리고 약간의 협박도 하는 등 야단을 쳤습니다. 지금은 좀더 설득할 걸 하는 후회를 하고 있습니다. 힘이 많이 듭니다. 어떻게 아이의 정서를 다독거려야 할지요.
또 한가지는 책에 대해선데요, 아이가 EQ의 천재들을 이제 잘 보지 않습니다. 새로운 책이 또 들어와도 아이가 부담갖지 않을까요.
모르는 단어에 대해서는 질문을 많이 하는데 현상에 대해서는 '왜' 질문은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원리가 보이는 과학' 책을 사도 될까요.
제 아이를 제가 다 감당하지 못해서 슬픈 마음입니다. 저는 요새 '야단 치지 않으면 아이의 진짜 모습이 보인다', '유태인의 천재교육', '사랑하기는 쉬운데 가르치기느 어렵네요'(읽고 있음)등을 읽었습니다. 관심있는 조언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찐맘님...
엄마 아빠와 끊임없이 놀아주기를 요구하는 것은 이전에 마음속에 있던 응어리들을 스스로 치료하는 과정이 아닌가 합니다. 어린 시절 유진이는 호기심이 많아 이것저것 말썽도 많이 부렸을 것 같고 어머님이 그것을 발달의 과정으로 받아들였다면, 지금쯤은 혼자서도 잘 놀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호기심을 야단쳤다면 혹시 엄마·아빠가 지금도 나를 사랑하고 있는지 알고싶어 끊임없이 엄마를 독점하려는 행동을 보일 것이고, 그래서 놀아줄 것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밝고 건강한 상태로 유진이가 돌아오는 증거라 보시고 놀아주세요. 도구가 필요하면 도구를 항상 준비해서 마음껏 놀도록 해주시고 엄마·아빠와 숨박꼭질이나 이불놀이를 좋아하면 그것도 해주세요. 제가 푸름이를 키울 때는 얼마나 놀기를 원하는지 숨을 곳을 찾지 못해 장롱속에 숨었다가 잠든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장난감보다 집안물건이 훨씬 더 재미있는 놀이감입니다. 놀이가 시작되면 유진이는 이것저것을 상상하면서 놀이의 주도권을 잡아가려할 것입니다. 부모가 먼저 이것저것 해라 지시하기보다는 아이가 주체가 되어 놀이를 끌어갈 때 부모가 잘 반응해주면 아이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창의성을 개발시켜 갑니다. 부모가 놀이의 주체가 되지 말라는 것은 어떤 틀을 정해 놓고 그것만 하도록 강요하지 말고 아이가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 낼 때 부모는 즐거이 반응하라는 것입니다.
엄마가 많이 놀아주라는 것은 아이는 놀이를 통해 배우기 때문에 아이가 노는 것을 공부 안한다고 야단치지 말고 될 수 있으면 많은 시간을 가지고 놀아주라는 의미입니다.
사실 제 강의가 많아지면서 안타까운 것은 점점 아이들과 노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제 삶에 있어서 아이들과 노는 시간보다 즐거운 시간은 별로 없습니다. 조금 지나면 놀고 싶어도 아이가 이미 커 버려 놀지도 못할 것입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유진이와 노세요.
유진이가 떼를 쓰거나 감정이 상할 때는 잠시 시간을 두고 엄마의 마음을 가라 앉힌 후에 다정하게 쓰다듬어주면서 왜 감정이 상했는지를 물어보세요. 반드시 무엇인가를 하고 싶었는데 그 배려를 받지 못했기에 나온 행동입니다. 배려받으면서 자란 아이는 훗날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게 됩니다. 부모가 하는 행동을 보면서 아이는 배웁니다.
낯가림이 심한것은 그렇게 나쁜 현상이 아닙니다. 물론 아주 뛰어난 아이들은 그렇게 심한 낯가림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지적발달이 정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아이들은 낯가림을 합니다.
이것은 분별력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동생에게 스트레스를 보이는 것도 정상적인 발달입니다. 자기가 받아야 할 엄마의 사랑을 동생이 가져가는 것 같은데, 스트레스 받지 않는 아이가 누가 있겠습니까? 인정하시고 스킨쉽을 듬뿍해 주시면 나중에 사랑받은 만큼 동생도 사랑해주게 됩니다.
단어에 관한 질문이 많다면 언어를 확장해가는 과정입니다.
어떤 현상을 이해하는 추상적인 단계까지는 아직 안갔다고 보아야 합니다. 언어가 확장해 갈 때는 부지런히 언어에 관한 다양한 소스를 주세요. 대화도 꾸준히 해주고 질문하면 최선을 다해 대답해 주세요.「원리로 배우는 과학」은 몇권정도 빌려다 슬쩍 엄마가 보는척 해보세요. 유진이가 뺏어서 자기가 보려하고, 실제 본다면 사도 무방합니다. 이전에 올라온 찐맘님의 글보다는 이글에서 훨씬 어머님의 내면세계가 성숙해 짐을 느낍니다. 힘이 조금 들기는 하지만 유진이도 곧 어머님의 이 노력에 부응할 것입니다. 힘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