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논산 관촉사...
아들이 초등학생이었던 어느 새해 첫날,
서천 마량포구에서 일출을 보고 이동하던 길에
관촉사를 들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매우 추웠던 날이 었어요.
관촉사는 논산 반야산 기슭에 있습니다.
반야산은 해발 100미터가 안 되는 낮은 산이지만
정상에 서면 논산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고
그 반대쪽으로는 황산벌 전투가 벌어졌던 들판과
탑정호가 보이는 곳입니다.
반야산 관촉사 일주문
분명 천왕문인데, 한자가 이상해 찾아보니
'하늘 천(天)'을 초서체로 쓰면 저런 모양이...
일주문과 천왕문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병풍처럼 바위로 둘러쌓인 넓은 마당이 나오고
마당 한쪽 끝에 거대하고 기이하지만,
위엄이 있어 보이는 불상이 보입니다.
은진미륵이라고 불리는 미륵입니다.
기도하고 나오는 아주머니와 크기를 비교하니
귀 하나가 성인 어른의 크기, 불상의 키가 19m,
귀의 길이가 2.7m, 눈썹 사이 거리가 1.8m라고 합니다.
직접 보면 불상의 크기에 놀라면서도
멀리서 보면 그리 커 보이지 않는 특이한 현상.
황금 비례가 주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오히려
비율이 무시된 낮선 모습, 미륵도 아니고,
부처도 아닌 모호함이 주는 매력이 있는 듯 해요.
마치 모아이 석상을 보고 있는 것처럼...
불상만 보면 비율도 맞지 않고 머리만 크지만,
배경이 되는 뒷편의 큰 바위와 같이 있으니
안정감 있고 아늑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건축가 김수근이 말했던 자궁 공간이 효과 같네요.
사찰 건립이 시작된 건 고려 4대 왕 광종 때.
968년 광종의 명으로 금강산에 있던 혜명대사가
책임지고 짓기 시작해 37년만에 완공되었습니다.
조선 왕조 초기처럼 고려 왕조 초기에도
라이벌(지방 호족)을 제거하기 위한 살육이 벌어졌죠.
태조 왕건은 지방 호족의 반란을 예방하기 위해
호족의 딸과 29번의 결혼을 했지만, 오히려 그렇게
낳은 25명의 왕자가 서로 왕이 되기 위해 난을
일으켰으니 '왕규의 난'이 대표적입니다.
광종이 왕이 되며 2대 혜종, 3대 정종 때의 혼란을
수습하고 국가의 체계를 잡아가기 시작합니다.
아마도 후백제 유민들의 저항 정신이 살아있는
황산벌에 강력한 왕권을 과시할만한 상징이
필요했을 겁니다.
예술성보다 중요한 건 거대하고 위엄이 있을 것.
아마도 그렇게 관촉사가 만들어 진 것 같아요.
'미륵'인지 '관세음보살'인지는 확실하지 않아요.
탑 형식의 보관(머리 위의 관)을 보면 미륵같기도 하고,
연꽃을 들고 있는 수인(손 모양)을 보면 보살같고,
관촉사에서 미륵이라 하니 미륵으로 봐야겠지만
연꽃을 든 미륵은 처음 봅니다.
(있는데 모르고 있을 수도 있고요... ^^)
해탈문으로 들어가면 미륵전(아래 사진 왼쪽 건물)이
있고, 그 앞으로 석탑과 석등, 미륵입상이 일직선으로
놓여 있습니다. 창을 통해 밖에 있는 미륵이 전면에
보이므로 미륵전에는 불상을 따로 모시지 않았습니다.
창건 때 세워진 것으로 보이는 5층 석탑
앞에는 연꽃으로 장식된 배례석이 있습니다.
부처에게 제물을 받칠 때 쓰이는 상입니다.
연꽃무늬의 둥근 기단과 원통형 기둥 위에 놓인
석등도 지붕 끝이 하늘로 치솟아 힘이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5층 석탑보다 석등의 규모가 더 크다니...
이것 역시 균형이 맞지 않지만, 모두가 크기만 하다면
오히려 조화가 깨졌을지도 모릅니다.
탑은 작지만 미륵전 앞의 전체 균형은 잡혀 있어요.
본전(주전)은 2층으로 된 '대광명전'입니다.
'대적광전', 혹은 '대광명전'이 본전일 경우,
불교의 여러 경전 중 <화엄경>을 으뜸으로 치는
화엄 계통의 사찰이란 뜻입니다.
그곳에는 항상 비로자나불이 중심에 놓이죠.
해탈문에 들어서기 전에 보이는 범종각.
계단 앞에서 살짝 보이는 미륵을 보면
크기가 그리 커보이지는 않아요.
사찰벽에는 창건에 얽힌 설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큰 돌을 어떻게 날랐는지를 보여주는 그림이죠.
미륵의 허리 아랫부분은 원래 반야산에 있던
돌입니다. 허리 위부분의 돌은 반야산에서
대략 10km 떨어진 연산면 고정리, 지금의
백제군사박물관이 놓인 탑정호 주변에서 가져온
돌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큰 돌을 어떻게 날랐는지
보여주는 그림입니다.
설화는 대게 뻥이고, 진실은 종교적인 목적으로
포장되었지만, 저항을 잊어버리도록 백성들에게
일꺼리를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할 일이 많아야 딴 생각을 못하죠.
이집트의 피라미드도 그렇게 만들어 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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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 탑정호 주변은 볼만한 유적지가 많아요.
탑정호를 가로지르는 출렁다리도 생겼다 하고.
봄에 가면 논산 딸기도 최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