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현충사 충무공 이순신 기념관
임진왜란(특히 이순신)에 대한 기록은
장군이 직접 기록한 <난중일기>를 비롯,
유성룡의 <징비록>, 의병장 조경남의 <난중잡록>,
백사 이항복의 <백사집> 등 여러 기록이 있지만,
윤휴의 <백호문집>에는 다른 문헌에 없는
내용이 많이 있다고 들었어요.
(한자로 되어 있어서 직접 읽지 못하고,
그 책을 읽은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백호문집>은 조선후기 학자 윤휴의 시와 산문집입니다.
그의 글을 모아 30권의 전집으로 발행한 책자가
<백호전서>예요. 그 중 21권이 <통제사 이충무공 유사>.
유사(遺事)란 죽은 사람이 남긴 역사를 말해요.
이순신은 첩과의 사이에 낳은 서녀 2명이 있어요.
그 중 한 명이 윤휴 아버지 첩으로 들어갔기에,
윤휴는 이순신을 곁에서 모신 부하와 집사,
하인들을 만나 이순신에 대한 증언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고 해요.
숙종 때 판서를 지내고, 명량대첩비문을 쓴
이민서는 <김충장공(김덕령 장군) 유사>에서
이렇게 쓰고 있어요.
"김덕령 장군이 죽고부터 여러 장수가 저마다
스스로 의심하고 또 제 몸을 보전하지 못했으니,
곽재우는 마침내 군사를 해산하고 숨어서 화를 피했고,
이순신은 전쟁 중에 갑주를 벗고 스스로
탄환에 맞아 죽었으며, 호남과 영남 등지에서는
부자와 형제들이 의병은 되지 말라며
서로들 경계하였다."
이와 비슷한 내용의 이야기가
<백호전서>에서도 나와요.
노량해전(새벽 2시에 벌어졌어요)이 벌어진 날 밤,
이순신은 배 위에 향을 피우고 기도를 했다고 합니다.
"하늘이시여, 적을 물리치게 도와주소서.
적이 물러가는 날, 제가 죽음으로 나라의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라는 기도를 올렸다고 해요.
그리고 부하들에게는 이렇게 말했다네요.
“내가 죽더라도 너희는 편안하게 될 것이다.”
전쟁에서 승리한다 해도 시기받을 것을 예상했고,
혹여 부하들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죽을 까봐
상당히 염려가 되었었나 봐요.
그렇지 않고서야 저런 말이 나올까요?
측근들의 증언에 의하면 화살과 총알이
빗발치는 전투 현장에서, 부하들이 말렸음에도
일부러 피하지 않고 뱃전에서 북을 치며
공격을 독려하다가 총탄을 맞았다고 해요.
두 번의 사형선고와 두 번의 백의종군을
경험했으니 당연히 예측을 했을 걸라 봅니다.
윤휴는 <백호전서>에 이렇게 썼어요.
“공은 진실로 뱀과 독사(왜적과 간신배)가
세상을 해치고 어지럽히는 일(毒亂)에 분개하였고,
그와 동시에 고래(이순신)는 작은 도랑(세상)에
오래 머물 수가 없다는 것을 아셨다.
아, 슬프다.”
마침 경향신문에 백승종 교수가
윤휴의 글을 토대로 <이순신의 죽음>에 대한
글을 썼기에 생각나서 내용을 첨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