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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한 아이의 아버지입니다.



이 글은 "넬피"라는 닉네임을 쓰는 아빠가 

푸름이닷컴에 올렸던 글입니다.   

던 것을 밖으로 . 

다시 읽으면서도 눈물이 나네요.

('넬피'라는 닉네임이 잊혀지지도 않아요.)

 

 



한 번도 결혼을 생각해 본 적 없던 제게 

소중한 아이까지 생긴 것은 하느님의 축복일 것입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부모와 떨어져 할머니 손에서 자랐습니다.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서울의 부모님과 함께 살게 되었지요. 

어릴 때부터 부모와 함께 지내지 못한 탓에 

정도 그리 두텁지 못하고, 여러 모로 방황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결혼을 통해 다른 사람을 제가 사는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대학 3학년 때 만난 그녀는 마치 태양 같았습니다. 

한 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햇살 같은 미소! 

그 미소는 제 인생의 햇살이었습니다.   

  . 

,  

저로서는 그녀에게 화나는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생각할 수조차 없는 일이었습니다. 


우리는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합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아주 힘든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한 번도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아내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고, 한 아이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혼한 지 4년 만에 사랑스러운 아들을 얻게 되었습니다. 

처음 아이와 마주했을 때의 기쁨과 두려움, 그 외의 

복잡한 감정들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아빠로서 아무런 준비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마치 처음부터 엄마로 태어난 것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게 

아이 엄마로 자리 잡아 갔습니다. 

아내는 임신 때부터 푸름이닷컴을 알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뱃속에서 듣는다며 제게도 책을 읽어 달라고 조르고, 

아이가 태어나서도 한결같이 책을 읽어 주었습니다. 


아내는 늘 푸름이닷컴을 통해 필요한 도서목록을 뽑아 두었지만 

단 한 번도 제게 책을 사 달라고 한 적이 없습니다. 

늘 목록을 뽑고, 그 책이 있는 사이트의 견본을 출력해서 

아이 방의 벽에 붙여 주곤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아내가 너무 유난을 떠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내가 측은하기도 했습니다. 

경제 상황 때문에 사고 싶은 책이 있어도 제게 단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는 푸름아빠 강연 테이프를 구했다며 

같이 들어 보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바쁘다며 거절했고, 

아내는 더 이상 조르지도 않은 채 혼자서 워크맨으로 듣고 

또 듣고 무언가 열심히 적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제 가방에 워크맨을 넣어 주더군요. 

전 바쁜 출근길이라 무어라 실랑이 할 사이도 없이 가방을 들고 

출근했습니다. 물론 출근 길에 워크맨은 듣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날 점심 때 한 낯선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자신의 차에 제 아내가 치였다는 전화였습니다. 

온몸에 힘이 쭉 빠지고 머리가 하얘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다행히 아내는 3주간 입원 끝에 완쾌되었지만 

그동안 육아는 온전히 제 몫이었습니다. 


3주간 아이를 가까이서 지켜보며 전 제 어린 시절을 떠올렸습니다. 

유난히 외롭던 어린 시절, 언제나 그리웠던 어머니, 아버지! 

모두에게는 비밀이지만 제가 가장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사진은 

제가 그토록 싫어한다고 말하는 아버지와 찍은 어린 시절의 

사진입니다. 저는 그런 존재, 아버지라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어릴 적 그토록 그리워하던 아버지라는 존재, 

내가 그토록 원망하던 아버지와 나는 어떻게 다를까? 

단지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이유로 아이와 정신적 교감을 

많이 나누지 못한 공백이 아이와 하루하루 접촉하면서 

크게 느껴졌습니다. 


아내가 입원한 지 2주째 되던 주말, 아이를 재워 놓고 

가방을 정리하던 중에 문득 워크맨이 보였습니다. 

워크맨을 보며 아무 생각 없이 이어폰을 꽃던 저는 

푸름이 아버지의 강연을 듣게 되었습니다. 


왜 눈물이 난 건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제가 육아를 등한시한 것은 단지 경제적으로 어렵기 때문이 

아니라는 걸 깨달아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듣고 또 듣고, 테이프를 다 들은 뒤 저는 아내가 작성해 둔 

워드 파일을 열어 보게 되었습니다. 

아내가 뽑아 놓은 도서목록 말입니다. 


아내가 퇴원하는 날, 아내는 현관 입구에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서 있었습니다. 

"이거 다 웬 거야?" 

"산 건 아니고,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얻어 온 거야. 

회사 팀장님 댁에서 좀 가져 오고 OO씨네서도 가져오고, 

OO씨에게 당신이 작성한 목록을 보여 주니까 

여직원들을 수소문해서 집집마다 안 보는 책을 

우리 집으로 보내 준 거야. 새 책이 아니어서 미안해." 


내는 끝내 눈물을 보였습니다. 

사실은 제가 울고 싶었습니다. 

진작 이렇게 할 수 있는 일을 오로지 아내의 몫으로만 

돌린 제 자신이 부끄러워서, 그리고 아이에게 새 책 한 번 

변변히 사주지 못한 것이 미안해서였습니다. 


이제는 미안한 아빠, 미안한 남편은 그만 두려고 합니다. 

푸름이 아버지 말씀대로라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많은 돈이 아닌 저와 아내의 사랑과 관심이라는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