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미즈의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당신이 집에서 논다는 거짓말>
정아은 저 | 천년의 상상
주부가 어때서? 주부가 없으면 누가 아이들을
건사하고 집안을 돌아가게 만든단 말인가?
애써 주부로서 나의 위치를 높여보려 노력하지만, 특정한 자리에
가면 자신을 '주부'라고 소개하지 않으려 애쓰는 나를 발견한다.
인정하기 싫지만 주부라는 이미지에는 그런 게 섞여 있다.
스스로 비하하고, 피하고, 감추고 싶게 만드는 어떤 요소가.
그런 생각은 사회로부터도 온다.
사회는 어머니나 아내의 자리를 인정하고
높이 평가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면서도,
주부라는 존재를 하대하고 있음을 감추지 못한다.
주부를 인정하고 존경하는 척하는 몸짓은 주로 물건을 팔려고
내보내는 상업광고에 등장하고, 하대하는 기색은 교과서적인
교훈이 들어가야 하는 경우를 제외한 거의 모든 상황에 묻어 있다.
사기도박단의 행적을 알리는 뉴스 앵커 멘트에서 "심지어
가정주부도 도박단의 일행이었다고 합니다"라고 하거나
명절 풍경을 비추는 화면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방긋방긋 웃는
주부의 모습을 내보내는 경우가 그 대표적 예일 것이다.
(중략)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저자 마리아 미즈는 자본주의의 화려한
모습을 떠받치고 있는 3대 요소로 여성, 자연, 식민지를 꼽는다.
자본이 상품을 팔아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노동자와
천연자원이 필요한데, 이 두 가지 요인을 만들어내는
하위 요인이 여성과 자연, 식민지라는 것이다.
여성은 남성 노동자를 먹이고 입히고 재워 '재생산' 해주고,
자연은 상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자원'을 공급해주며,
최근에는 저개발 국가라는 명칭으로 불리게 된 식민지는
값싼 노동력과 천연자원을 동시에 제공해준다.
(중략)
이 책을 읽은 뒤 나는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편하게 먹고살지 않느냐?"라는 말에 이렇게 답할 수 있게 되었다.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내가 먹고사는 게 아니다.
내가 먹이고 입히고 재워주고 아이들을 건사해주기 때문에
남편이 마음 편히 나가서 일하고 올 수 있는 것이다.
당장 내가 없다고 가정해 보라. 아이들 보고 살림하느라
남편이 제시간에 출퇴근할 수 있겠는가?
2주짜리 출장을 아무 때나 갈 수 있겠는가?
내가 하는 일을 다른 사람에게 돈을 주고 부탁하려면 남편이
벌어 오는 돈 전부를 다 줘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나'라는 비임금노동자가 있기 때문에 남편이 임금노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관계는 누가 누구에게
일방적으로 의존한다고 말할 수 없다. 우리는
상호 의존하는 관계다. 다른 모든 인간관계가 그러하듯이."
(142쪽~143쪽)
전통적인 여성운동은 여성들에게 밖에 나가서 일할 것을
부르짖어왔다. 그러나 수많은 여성이 밖에 나가 일을 해도
여성의 지위는 높아지지 않았고, 가사 노동에 대한 폄하는
계속되었다.
이는 자본주의가 무상으로 일하는 가사 노동자를 핵심
근간으로 삼기 때문인데, 아무리 밖에서 일을 해도 여성은 늘
'주부' 로 여겨지기 때문에 저임금을 받거나 특정한 때가 되면
일자리에서 밀려나기 마련이었다.
실비아 페데리치가 정확히 짚었듯이,
이제 우리는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려야 한다.
사회에 여성이 들어갈 자리를 만들려는 노력뿐만 아니라
전통적으로 여성의 영역으로 여겼던 가사 노동의 가치를
높이는 작업을 할 때가 온 것이다. 이 작업을 통해
가사 노동의 가치가 올라가면 여성의 지위도 높아질 것이며,
동시에 '일'로 격상된 가사 노동의 영역에 자연스럽게
남성들이 들어오게 될 것이다
(252쪽~253쪽)
"시선을 돌려가사노동의가치를높이는작업을했을 때,
여성의지위가 올라가며, 남편들이 가사노동에 참여하게
될것이다."
이 책의 결론이자,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