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사랑이었을까?
- 문요한의 마음연구소
세상에 사랑만큼 어려운 게 또 있을까요?
왜 어떤 사랑은 점점 깊어지지만
왜 어떤 사랑은 파멸로 치달을까요?
아주 단순히 이야기하면 사랑은 오래가지만
사랑이 아닌 것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우리가 사랑으로 착각하기 쉬운
유사사랑을 몇가지로 분류해 보았습니다.
첫째, 의존적 사랑입니다.
연애를 오래하지 못하는 사람들 중에는 성인의 관계에서
사랑이 아니라 애착관계를 맺으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들은 사랑과 애착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애착은 쉽게 말해 아이와 부모간의 본능적이고
일방적인 내리 사랑을 말합니다.
사실 아이는 부모라는 사람에게 전혀 관심이 없으며
오직 자기만을 돌봐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만약 이 마음상태로 어른이 된다면 남녀관계가 어떻게 될까요?
상대가 나를 행복하게 해주기만을 바라기에
자꾸 의존하고 집착하는 연애가 되고 맙니다.
결국 오래갈 수 없습니다.
둘째, 열정적 사랑입니다.
연애를 오래하지 못하는 사람들 중에는 사랑을
연애와 동일한 것으로 여기는 이들이 많습니다.
즉, 사랑은 늘 뜨거워야 하고 가슴이 떨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연애는 잘 하지만 막상 연애감정이 식어가고
따분한 관계가 되면 이를 사랑이 끝났다고 받아들입니다.
이들에게 권태는 사랑의 과정이 아닌 사랑의 종말일 따름입니다.
이들은 더 깊은 관계로 나아감으로써 권태를 극복하지 못하고
오직 새로운 자극을 찾아 권태로부터 도망치려고 할 뿐입니다.
셋째, 자기애적 사랑입니다.
이들은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상대를
'자아이상'으로 삼게 됩니다. 문제는 자신도 이러한 이상형과
괴리가 큰데도 불구하고 상대는 그래야한다고 기대합니다.
이들은 부모가 그들의 이상을 자신에게 기대했던 것처럼
상대가 자신의 자아이상에 부합되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그에 부합되지 못하면 실망하고 맙니다.
이들은 사실 상대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자아이상을 사랑한 것 뿐입니다.
넷째, 희생적 사랑입니다.
이들은 상대의 행복을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합니다.
문제는 그렇게 해서 상대가 행복해하면 다행이지만,
자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행복해하지 않는다면
괴로워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상대도 이를 사랑으로 느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답답함을 느낍니다.
자신의 마음을 들어주려고 하기보다는 바꾸려고 하고,
자신에게 원하는 것을 묻지도 않고 그가 주는 것을
마냥 기뻐해주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다섯째, 방어적 사랑입니다.
이들은 상대와 거리가 가까워지면 크게 동요합니다.
이들은 상대가 가까워지면 자신의 자아가 붕괴되거나
휘둘릴 것이라는 무의식적 공포를 지닙니다.
그렇기에 상대가 다가오는 만큼 멀어지려고 하거나
상대를 끊임없이 테스트하려고 합니다.
이들은 바운더리를 존중해주지 않는 부모와의 관계에서
강요와 휘둘림을 당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은 상대가 마음에 안 든다거나 준비가 안 되었다는 등
여러가지 이야기로 더 깊은 관계를 피하지만
사실은 자기세계가 허약하기 때문입니다.
친밀해지는 것을 공포로 느끼는 이들은 결국
때이른 절교를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섯째, 대결적 사랑입니다.
이들은 관계가 가까워지고 갈등이 생기면 늘 승리에 집착하고
우위에 서려고 합니다. 이들의 부모나 가까운 사람들의
갈등해결방식이란 대결이며 한쪽의 일방적 승리였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갈등에 대해 화해와 조정 혹은 타협을 거치지 못하고
일방적인 승리를 위해 상대를 꺾으려고 합니다.
상대가 나와 다른 마음을 가진 개별적 존재임을 인정하지 못하고
늘 자기중심으로 하나가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렇기에 갈등은 늘 파국으로 치닫습니다.
일곱번째, 악세서리 사랑입니다.
이들은 연애를 해도 여전히 자기세계가 중요합니다.
연애는 일, 친구, 운동, 취미활동 등 자신의 여러 활동 중
한 부분에 불과합니다. 이들에게 연애는 자신의 외로움을
잠시 달래거나 자신을 꾸미는 하나의 악세서리와도 같습니다.
이들에게 사랑은 악세서리이기에 얼마든지
바꿔넣을 수 있는 것에 불과합니다.
이들과 연애를 하는 사람은 상대로부터 자신이 중요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기 어렵고 늘 외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이성과 의지가 결부된 능력입니다.
우리는 연애의 실패를 통해 사랑의 능력을 길러내야 합니다.
사랑은 애착도 아니고, 연애도 아니고, 자기애도 아니고,
헌신도, 대결도, 악세사리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상호적인 관계입니다.
나의 행복이 중요하듯이 상대의 행복도 중요하고,
내가 원하는 것만 달라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원하는 것을
줄 수 있어야 하며, 나의 기대대로가 아니라 상대의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존중할 수 있어야 하며,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 상호성장의 느낌이 있을 때
그 사랑은 오래갑니다.
하나를 분별할 줄 알면, 다른 것도
저절로 분별이 되기에 또 퍼왔어요. 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