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다 바쁜데 나만 한가한듯 보였다.
아이가 등교를 안하니
오늘이 어제같고 내일이 오늘같고
주말인지 평일인지 3월인지 4 월인지 모르는 하루가
저주받은 듯 했다.
평온하다 표현할 수도 있는 일상이
무덤속의 고요처럼 나를 무겁게 짓누르는 느낌이었다.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평생을 규정지어 온 "잉여인간"
아직도 그것뿐이었다.
요즘같이 힘든세상에 먹고살만 하니까 나오는
배부른 소리였기에 찍소리도 못하고
무거운 발을 질질끌며 무기력과 한심함을 감출 수 밖에.
집에 오는 차안에서 라디오를 틀었다.
다른 채널로 돌릴까 하다가 귀찮아서 놔둔채 딴생각을 했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기도를 하게 되었다.
"욕망이라면 놓아버리게해주시고
욕구라면 순복하게 해주소서"
하루하루를 버티며 되는대로 살아지다가
어느 날부터 내면아이라는 존재를 알게 되었고
그 아이를 미워도 하고 안아주는 척도 하고
그저 바라보게도 되었다.
평생을 무기력하게 살았던 나에게도
작은 꿈이라는 게 생기기도 했고
금방 그것이 이루어질것처럼 설레기도 했다.
그러나 설렘뒤엔 매번 더 깊은 낭떠러지가 기다리고 있었고
몇번은 죽을 힘으로 기어올라갔으나 이젠 지쳐 그냥 누워버렸다.
낭떠러지로 밀어떨어뜨린건 바로 나 자신임을 알게되었을 때
나에겐 털끝만큼의 힘도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로나 때문이 아니었어도
나는 스스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홀로 실천하며
굴속 두더지가 되었을 것이다.
"욕망이라면 놓아버리게해주시고
욕구라면 순복하게 해주소서"
기도 후 차창밖을 보며 한숨을 쉬는데
난데없이 라디오 방송내용이 귀에 들어왔다.
나는 울지않을 수 없었다.
내가 하고싶은 그것
욕망인지 욕구인지
헛물켜는건지 꿈인지
몰라 그냥 저기구석으로 밀어놓았던 그 일에 대한 얘기를
차분하게 설명해주는 라디오 디제이의 목소리에
그저 통곡할 밖에 다른 수가 없었다.
"그냥 하면돼"
라는 따뜻한 목소리는 나를 계속 울게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두 곡의 음악
over the rainbow
what a wonderful world
특히 over the rainbow 는
내가 원래부터 너무나 좋아하던 노래였는데
rainbow가 치유의빛 이란걸 알고 더욱 마음에 와닿았던 노래다.
두곡의 음악이 잔잔하게 흐르는 동안 많이 울었다.
감사함과 서러움이 함께 올라왔다.
더이상 옴짝달싹 못하고 나는 이제 진짜 죽었다
싶을때마다 전해지는 그 메세지에 감사했고
그렇게까지 나 자신을 믿지 못하는 내 인생여정이 서러웠다.
내가 포기한 나를 신께선 포기하지 않으심에 감사했고
순간의 그 큰 감동이 금방 사라질까봐
붙잡아 두고픈 나의 모습이 서러웠다.
가버린 부모처럼,
좋은 것은 언제나 금방 가버린다고 믿는
내안의 그 아이가 가여웠다.
나는 단 한순간도 신의 사랑에서
벗어나본적 없음을 스승님께 배웠으나,
어른인 나는 그 진실을 믿고있으나,
내 안의 아이는 아직도 불안해한다.
확인하고 또 확인해도 못믿는다.
부모를 못믿었기에...
넘어졌을 때야 비로소 전해지는 신의 메세지가
야속하기도 하지만,
내가 일어날 수 있음을 알려주시는 큰 사랑임을 .....
넘어졌기에 일어날 수도 있음을 알게하시는.....
음악이 끝나고 집에 도착했다.
억지로 애쓰지말고 그저 순복하라는
스승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지금의 감동을 잊게되더라도
내가 사랑속에 존재함은 변함없지만
기억하기 위해 기록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