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멋, 독서의 맛
우리의 경험은 풍부하지 않고, 모든 사람을 다 이해할 수 없다.
그러므로 앞서간 이들의 해결 방식을 배워야 현재의 자신을
돕는 데 쓸 수 있다.
독서는 정신을 도야하고 마음을 닦을 수 있다.
독서는 또한 우리를 빛나게 하고 지혜를 늘려준다.
인간이 성장하는 것은 나무가 자라는 것과 비슷하다.
나무는 생장 과정에서 가지가 많으면 줄기로 가는 영양이
줄어들고, 인간은 성장 과정에서 잘못된 습관 때문에
성장에 영향을 받는다. 가지치기를 하듯 우리의 내면세계도
끊임없는 정리와 관리가 필요하다. 그래야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 갈 수 있다.
독서는 바로 이런 과정이다.
책 속의 지식을 경험과 결합하고, 이론과 실천을 한데 묶으면
내면을 아름답게 갈고닦을 수 있다. 독서가 정신을 도야하는 것은
운동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알맞은 독서는
심리적인 병폐를 치료할 수 있게 도와준다.
예를 들어 성격이 덜렁대고 흐리멍텅한 사람은
수학을 공부하는 것이 좋다. 순간적인 부주의 때문에
애써 기울인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을 막아준다.
또 논리적 사고력이 부족한 사람은 철학을 공부하는 것이 좋다.
논리 정연한 분석으로 일의 맥락을 이해하고 사유를 통해
일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한편 일처리가 명확하지 않고 말에 두서가 없으며 빈틈이
많은 사람은 글쓰기를 공부하는 것이 좋다.
어떤 일의 발전 단계를 통해 추리 능력을 강화 할 수 있다.
독서를 통해 우리는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경계하며
선인의 지혜로 자신의 결점을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독서를 하면서 우리는 진실한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
과거의 부정확한 사고를 버리고 더 큰 도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독서를 통해 우리는 사건의 본질을 이해하고 사물의 표상을
새로이 인식하며, 표상으로 본질을 파악해 말 한마디로
급소를 찌르는 날카로운 견해를 갖출 수도 있다.
독서를 통해 우리는 존재의 진리를 이해하며, 더 이상 모호한
개념에 휩쓸리지 않고 눈앞에 드리워진 베일을 걷어낼 수 있다.
독서를 하면서 우리는 사상을 확장하고 서로 다른 문화와
지식을 융합해 이제껏 닿지 못했던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사람은 독서를 하며 행복을 느낀다.
모두들 좋은 책을 읽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했을 때
흥분해서 환호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독서가 주는 행복이다.
독서는 사람의 정신을 깨치고 시야를 넓히는 동시에
사상을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우리는 모두 물질적 삶을 추구하는 동시에
정신적 삶에 대한 추구도 포기하지 않는다.
생물학적 사슬의 정점에 선 존재로서, 인류는 유일하게
물질 외에 정신적 자양분이 필요한 동물일 것이다.
독서는 바로 정신적 에너지의 근원이다.
어떤 사람이 목동에게 꿈이 뭐냐고 물었다.
목동은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내뱉었다.
"돈을 버는 거예요.”
“돈을 벌어서 뭘 하고 싶은데요?"
"부인를 얻지.”
“부인을 얻은 다음엔 뭘 할 건데요?"
"아이를 낳지.”
“그다음에는요?"
"아이를 낳아서 아이한테 소를 치라고 하죠."
이런 단순한 순환은 생명이 지닌 절반의 가치,
즉 생존과 종족 번식에만 충실한 것이다.
인간 생명의 또 다른 절반의 가치는 아마도
그보다 더 중요할 것이다. 그것은 바로 정신 영역 탐구이다.
이렇게 물을 법하다. 그렇게 오래 책을 읽었는데도 아무런
도움이 안 되었는데 도대체 왜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일까?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독서량의 많고 적음은 일부분일 뿐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책을 읽느냐 하는 것이다.
즉 정확한 독서 방법을 알아야 한다.
독서를 할 때는 취사선택이 필요하다. 모든 책을
정독해야하는 것은 아니며, 모든 책이 우리의 의문을
해소시켜주는 것도 아니다. 어떤 책은 살짝 맛만 보는 것으로
족하고, 어떤 책 기계적으로 단순하게 받아들여도 된다.
내가 보기에 책은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정보를 전달하는 딱딱한 책이다.
우리에게 본질적인 도움을 주고 우리가 맞부딪친 문제에
구체적인 해결 방법이나 사고방식을 제공해준다.
둘째는 스토리가 있는 부드러운 책이다.
부드러운 책은 주로 시간을 보내는 용도로 읽힌다.
딱딱한 책은 잘게 부수어 씹고 삼켜야 한다.
자세히 읽어야 그 안에 담긴 생각을 이해하고 문제 해결
방법을 알 수 있으며, 책 안에 축적된 지식을 현실에서
마음 껏 응용할 수 있다. 부드러운 책은 대충 넘겨보아도
무방하며, 한 자 한 자 이해할 필요가 없다.
다른 사람에게 대신 읽혀도 된다. 오직 핵심만 알면 된다.
책을 읽을 때는 오직 책만 믿어서는 안 된다.
옛말이 맞다. "책만 믿는 것은 책을 읽지 않은 것보다 못하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 다르다. 각자의 생각도 차이가 있다.
사물은 다양하고, 이로 인해 세계는 다채로워진다.
사람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모두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각종 사상이 하나로 융합되어 불꽃이 일어난다.
책 속에 쓰인 사상을 인정하되 맹목적으로 따라서는 안 된다.
그 안에서 유용한 것을 골라야 한다. 사상의 동일화는
좋은 일이 아니다. 우리는 독립적 사상을 고수하고
냉정하게 문제를 사고해야 한다.
독서의 중요함은 양의 많고 적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책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마스터했는지에 달려 있다.
우리가 현실에서 마주치는 문제와 책 속에 묘사된 광경은
다르기 마련이다.
서로 다른 상황에서는 그에 맞는 임기응변이 필요하다.
책 속의 지식만 고집스럽게 붙들고 있으면 안 된다.
지식과 현실을 잘 결합해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래야 현실을 살아가는 동력이 된다.
그렇지 않으면 책은 그저 백지 위에 덮인
무수한 검은 얼룩에 불과해 우리를 도울 수 없다.
<도무지 일하는 법을 몰랐으니>
동양철학에서 배우는 일의 의미와 기쁨
리천 저 | 이케이북
중국 우한의 유명한 심리학자 리천이
사회 생활을 시작한 젊은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