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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책이어야 하는가?




<언어사춘기>

김경집 저 | 푸른들녘




책 말고도 훨씬 쉽고 다양한 매체들이 있어 

책을 멀리하는 시대인데 옛날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해 

무조건 독서를 강조하는 건 시대착오적입니다. 

왜  '책이어야 하는지 그것부터 설명하겠습니다.

 

첫째, 책은 말(구어)이 아니라 글(문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길거나 짧은 혹은 적당한 길이의 문장들로 구성되지요. 

따라서 다양한 글을 접하다 보면 사고의 호흡이 다양해지고, 

덩달아 사고의 근육도 한층 유연해집니다. 

그런데 말은 글보다 짧습니다. 


둘째, 글과 책은 사람에 따라 읽는 속도와 방법,   

있습니다. 하지만 말은 다릅니다. 

말은 '현장 언어'이기에 그 말의 뜻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물론 상대의 기분이나 의도를 읽어낼 수 있고, 심지어 

비언어적 의사 전달도 수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말은 일단 벌어지고 나면 음미할 시간적 유가 없기에 

나만의 속도, 나만의 방식, 만의 해석으로 만들기 어렵습니다. 

한계가 명확하지요. 

상대가 제공하는 속도에 를 수밖에 없는 구조, 즉 그 말을 하는 

사람의 속도에 적응해야 할 뿐 아니라 전적으로 상대가 의도하는 

의미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은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셋째, 우리는 말보다 글을 읽을 때 사유의 섬세함, 다양한 감정의 

깊이' 등을 훨씬 자유롭게, 그리고 다채롭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온갖 수식어를 통해 상황을 섬세하게 구분하고, 

세밀하게 확장할 수 있는 사고력을 키울 수 있지요. 

사고력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추상적 개념을 이해하는 능력

추론 능력, 연결 능력 등이 있습니다. 그런 것들은 말보다 

글(문어)에서 더 많이, 더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 . "라는 문장과 

"나는 그 녀석을 보면 왜 그런지 모르게 불편하고 심지어 

은근히 화가 치밀어 오르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왜 나는 그렇게 자동적으로 근거도 미약한 판단을 하는지 

"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앞 문장의 경우 섬세하게 사유하는 태도는 보이지 않습니다. 

오로지 자신의 느낌에만 충실하고, 정확한 근거나 이유는 

밝히지 않습니다. 밝히지 않는다는 건 스스로 그 배경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뒤의 것은 다릅니다. 내용은 같아도 섬세한 사유가 

담겨 있습니다. 불편하고 화가 치밀어 오르는 느낌이 든다는 건 

자기감정에 대한 '인식'입니다. 그런 인식이 생겼기에 

'왜 자동적으로 그런 느낌이 드는지' 스스로 따져볼 수 있었고, 

근거도 확실하지 않고 판단도 허술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어요. 

이제 어떻게 될까요?  ' ? 

그렇지 않을 겁니다. 같은 내용이지만 두개의 문장이 

빚어내는 결과는 이렇게 확연하게 다릅니다.


시적 표현도 여기에 해당됩니다. 

예를 들어 '60일이라는 시간은 보통 '두 달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시인은 "열정의 예순 번의 낮과 비통의 예순 번의 밤"

이라고 표현합니다. 물리적으로는 같은 시간이지만 

표현에 담긴 내용과 느낌은 전혀 달라요. 

“잠을 푹 자야 해”라는 말은 숙면을 취하는 게 건강에 좋고 

다음 일할 때도 도움이 된다는 정도의 뜻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누구나 깊은 잠을 자야 하는 이유는 몸을 떠난 고요를 

불러들일 수 있기에, 잠은 하루치 노동을 지우고 

고요를 불러들일 수 있기에" 혹은 "시간을 고요에 

행구지 않으면 오늘을 반복할 뿐 내일의 다른 시간이 

뜨지 않기에 깊은 잠을 자야 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섬세한 사유와 다양한 감각, 깊은 감정이 드러나는 표현이지요? 

우리가 글을 읽어서 얻는 것은 바로 이런 식의 

사고와 표현을 가능하게 해주는 힘입니다.


예전에는 지식과 정보를 책과 글로 습득했습니다. 

요즈음은 그러지 않아도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굳이 머리에 저장하지 않아도 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은 말과 다른 힘을 갖고 있습니다. 

글을 읽는 삶과 그렇지 않은 삶이 같을 수 없는 배경인데요. 

조금 극단적으로 말해 지식과 정보를 얻기 위해서라면 

글을 읽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 별 지장이 없겠지만, 

섬세한 사유와 그것을 토대로 하는 사상을 얻을 수 없습니다. 

그런 사유와 사고가 없으면 그에 걸맞은 판단을 할 수 없고 

당연히 그런 행동과 삶은 불가능하게 되니까요

그래서 글을 읽는 겁니다. 

 

글을 읽는 활동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독서입니다. 

책에는 개념관념을 담은 사유의 언어들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다양한 감각과 깊고 풍성한 감정의 언어들도 가득합니다. 

그런 어휘를 배우고 익혀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어휘들이 담아내는 삶을 살 수 있어요. 

듣기에 불편할지 모르지만, 저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책 읽지 않아도 된다. 사는 데에 아무 지장도 없다. 

다만 노예로 살게 될 뿐이다. 

결코 주인이 되어 살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글을 읽고 책을 읽으려면  훈련이 필요합니다. 

익숙해지려면 시간도 필요하고 이 과정이 불편하고 어색합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성과가 뚜렷한 것도 아니어서 

내심 답답할테고, 경우에 따라 인내심이 요구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읽는 건 문자라는 기호입니다.   

릿서 그려내는 것을 뜻합니다. 

사진이나 영상은 보는 순간 그 상에 갇힐 뿐이지만, 문자라는 

기호를 그림으로 그려낸 때 상은 매우 다양하고 특별합니다. 

것이 바로 창의성과 주체성의 뼈대입니다. 

책을 읽는 진짜 매력의 핵심이기도 하고요.


책은 또 다른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그 자체로 하나의 긴 스토리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지요. 

설명이나 서술이 다양하고 깊어도 주제를 향해 일관되게 

나아갑니다.   

전체의 틀 속에서 바라볼 수 있게 이끕니다. 

상황을 정학하게 인식하고 판단하는 힘을 기르는 데 

책만 한 게 없다고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영화나 드라마도 잘 활용하면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책처럼 큰 틀 안에서 온전히 이해하게 해주는 경우는 없으니까요. 


굳이 책을 보지 않아도 원하는 지식과 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얻을 수 있는데, 뭐 하러 어렵게 시간을 투자해  으려 

하냐고 말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놓치는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다양한 채널로 지식과 정보, 

그리고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시대인 것은 맞지만, 

그것들은 모두 단편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에 반해 책은 하나의 문제를 아주 깊고 넓게, 길게 다룹니다. 

핵심뿐 아니라 그 지식과 관련한 역사와 맥락도 짚어냅니다. 

그것이 바로 책이 주는 매력이고 힘입니다. 

저는 억지로 책을 읽으라고 강요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노예로 살 것인지, 주인으로 살 것인지 생각해보면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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