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 엄마는 엄마>
엄마와 딸의 관계를 바꾸는 사회심리학
가토 이쓰코 저 | 한국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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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 관계에 대한 고민으로 상담실을 찾는 사람은 대부분 딸이다.
엄마는 왜 상담하러 오지 않을까?
엄마와 딸의 관계에서 엄마가 권력자이기 때문이다.
많은 엄마가 이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권력자는 괴롭지 않다.
모녀 관계로 고민하는 딸과 엄마를 위한 워크숍을 연 적이 있다.
딸 그룹과 엄마 그룹으로 나눠 워크숍을 진행했는데,
여기에서 딸들은 '엄마와 거리를 두자. 이제 엄마의 인생을
책임지겠다는 생각을 버리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반면 엄마들이 내린 결론은 '엄마도 자기 인생을 살아야 한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일찍 딸을 자립시켜야 한다'였다.
'딸을 어떻게 하겠다'는 발상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행동을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그럼 어떻게 관계의 방식을 바꿀 수 있을까?
먼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평소와 조금 다르게 행동해보자.
예를 들어 엄마를 위해 여태껏 당연하게 해왔던 일 가운데
힘들었던 일이 있다면 그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단번에 그만두기 어렵다면 횟수를 줄여도 좋다.
매일 전화를 건다는 암묵적인 약속이 있었다면
며칠에 1번으로 간격을 둬본다.
또 엄마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데도 수용하기만 했다면
가볍게 거부해본다. 늘 엄마의 취향대로 옷을 입었다면
스타일을 바꿔보고, 엄마의 부탁은 무조건 들어있다면
그 일을 거절해보는 것이다.
간단해 보이지만 모녀 갈등의 중심에 선 딸이
이런 시도를 하기란 사실 어렵다.
딸의 행동이 달라졌음을 느꼈을 때 엄마가 하는 행동은 2가지다.
첫 번째는 '우리 딸이 성장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며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두 번째 행동을 택한다.
“요즘 무슨 일 있니?" 라며 은근슬쩍 딸을 떠보거나
느닷없이 버럭 화를 내는 것이다.
개중에는 일부러 껄끄러운 분위기를 조성해 딸을 압박하는
엄마도 있다. 엄마는 자각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이는 모두
딸과의 관계를 이전 상태로 되돌리려는 행동이다.
이때부터 전쟁이 시작된다.
일단 전쟁을 시작했다면 쉽게 원래대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승리를 거둘 때까지 계속 싸워야만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가장 버거운 적은 딸 스스로 느끼는
죄책감이다. (22쪽)
엄마가 싫다'는 선언
엄마를 싫어하는 딸은 인정머리 없고 불효를 저지르는 사람일까.
그림책 작가 사노 요코는 <나의 엄마 시즈코 씨>에서 엄마를
좋아할 수 없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나본 적이 없다고 고백했다.
사노는 4살 때 엄마가 자신의 손을 뿌리친 이래 엄마를 미워했고,
이후 엄마가 병으로 자리에 눕게 될 때까지
원만하게 지내지 못했다.
줄곧 엄마를 사랑하지 못했다는 최책감에 시달렸고,
엄마를 시설에 맡긴 후로는 엄마를 버렸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작가 겸 탤런트 나카야마 치나츠가 자신과 엄마의 관계를
분석한 책 <사치코 씨와 나>에는 "그 사람이 싫어"라고 말했을 때
엄청난 해방감을 느꼈다고 쓰여 있다.
나카야마는 '싫다'고 말했다고 해서 현실에 어떤 영향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맞아. 나는 그 사람이 싫어"하고 분명히 자각했을 때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고 썼다.
'엄마가 싫다'고 소리 내어 말하는 행위는 딸을 자유롭게 한다.
싫다는 감정은 잘못도 그 무엇도 아니다.
모녀 갈등의 시작은 엄마가 딸을 대하는 방식에 있다.
엄마를 싫어한다는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지 않으면
언제까지고 엄마의 심리적 속박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동양 사회에는 엄마와 딸이라면 당연히 사이가 좋아야 한다는
굳은 믿음이 있다. 더욱이 사회적으로 늘 붙어 있는
자매 같은 모녀를 바람직한 모녀로 칭찬하는 분위기까지 있다.
또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자식은 부모를 보살피고
공경해야 한다는 도덕규범도 있다. 특히 여성은 동성으로서
엄마를 이해하고 돌봐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이런 현실에서 찬물을 끼얹듯
'나는 엄마가 싫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부모 자식 간의 규범은 물론 여성에 대한 규범을
거스르는 행동 같아 불안과 공포가 따라다닌다.
동시에 자신이 마치 엄마를 배신한 것 같은 죄책감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만이
모녀 관계에서 비롯되는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이다.
감정에 솔직해지는 일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단, 장소와 상대를 잘 선택해야 한다.
어렵게 '엄마가 싫다'는 말을 꺼냈는데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돼"
라든가 "엄마는 너를 진심으로 걱정하시는 거야"라는
말을 들으면 죄책감만 더 심해지고,
그 결과 자존감이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진심을 알아주는 상대에게 적당한 장소와 기회를 찾아
'엄마가 싫다'고 말해보기를 권한다.
(24쪽)
모녀 관계 전문상담사, 가토 이쓰코의 책.
현재 6명의 사례까지 읽었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중)
소개된 사례들이 현실적이고 주변에서 많이 보던 모습이라
서둘러 책을 푸름이몰에 등록하고, 소개글을 먼저씁니다.
당당하게 "NO!"라고 말할 수 있는 서양 문화권과 달리,
또 "NO!" 라는 말에 대한 사회의 압력이 덜한 서양과 달리,
유교의 영향권에 있던 동양에서는 부모에게 "NO!" 라고 말하기도
힘들고, 말하고 나서도 그로 인한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힘들어요.
소개된 사례 하나하나가 동양 문화권에서, 우리 주변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는 것이라, 단숨에 절반을 읽었습니다.
모녀 관계가 좋든 나쁘든, 권력을 쥐고 있는 쪽에서
딸이 힘든 걸 모르고 이 상황을 계속 끌고가길 원하기 때문에,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딸이고, 단지 "엄마가 싫다"고
표현하는 것에서부터 관계가 달라지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백만번 산 고양이>와 <하늘을 나는 사자>를 쓴 작가
사노 요코도 평생을 죄책감 속에서 살았다고 하네요.
그런 작품을 쓴 이유가 있어요.
책은 푸름이 몰에 등록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