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이 힘이 될 때>
천궈 저 | 김영사
노동의 대가로 물질을 누리고
정신적인 즐거움을 얻는 것보다 더 순수한 것은 없다.
반대로 청렴하고 고결한 척하는 것보다 더 천박한 것은 없다.
물질의 향유를 추악한 것으로 내몰고 열심히 돈을 버는 것을
천박하다고 욕하며 생계 도모를 하찮은 일로 깎아내림으로써
부와 재물이 얼마나 속된 것인지 강조하고 그 반사 작용으로
도덕의 고상함을 부각시키려는 교화 현상이 존재한다면,
이를 장려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계해야 한다. 이런 식의
교화는 사실에 위배되고 사람들을 오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와 재물에 대해 코웃음을 치며 경멸하는
도덕적 교화자를 살펴보면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첫 번째, 먹고사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고 안정적인 생계 수단을
가진 이들이다. 이들은 부를 저속하기 짝이 없다고 힐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것이 가져다주는 각종 이점을
당연하다는 듯 누리며 산다.
두 번째, 완전히 상반된 이들로 일확천금을 꿈꾸지만
그럴 만한 밑천도 없고 돈을 벌 마땅한 방법도 없다.
이런 이상과 현실의 괴리로 마음에 원망이 쌓이고 쌓인 나머지,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는 그림의 떡에 대해 스스로를 기만한다.
마치 먹고 싶지만 먹을 수 없는 포도를 보며, 저 포도는
시고 맛이 없을 거야'라고 주문을 거는 여우와 같다.
세 번째 부류는 다들 명예와 이익을 추구할 때 재물은 거들떠볼
가치조차 없다고 주장하고, 모두 취해 있는데 자신만
홀로 깨어 있다는 듯 냉철한 태도를 취하는 이들이다.
사실 이들은 재물을 하찮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환심을 사려고 눈속임을 하는 것뿐다.
부를 좇지 않는다는 미명을 얻어 이에 혹한 사람들이
자신을 동경해 명예와 이익이 저절로 찾아오도록 판을 짠다.
이 세 부류는 유형만 다를 뿐 가식적이고 위선적이라는 점에서
모두 똑같다. 이들이 내세우는 도덕은 진정한 도덕과 무관하다.
도덕성이 물질에 대한 부정을 전제로 한다거나 선의 추구가
부와 명예에 대한 경멸 위에서 성립한다면 건강한 도덕 교육이
수립될 수 없고, 이렇게 길러 낸 도덕은 가식적이고
편협할 수밖에 없다.
그 자체가 이미 진실함과 선함, 아름다움에서 멀어졌는데
어떻게 도덕의 진정성을 전할 수 있겠는가?
진정한 도덕은 사랑과 배려 위에 형성되어야지,
무시와 경멸을 바탕으로 해서는 안 된다.
진정한 도덕은 진실하고 공정해야 한다.
절대 자기를 기만하거나 남을 속여서는 안 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사이에 두고 연적이 맞붙을 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를 헐뜯는 쪽은
자신의 강점에 대해 자신이 없는 사람이다.
스스로 생각해도 자신의 수준이 높지 않고 자신의 매력에
회의적인 사람만이 상대를 깎아내림으로써
자신을 돋보이려고 한다.
도덕과 물질의 관계 또한 마찬가지다. 진정한 도덕은
성인군자의 면모를 유지할뿐 상대를 모독하지 않는다.
그것은 걱정과 불안 때문에 안절부절못하거나
일부러 태연한 척하여 주의를 끌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감이 넘치기 때문이다.
진정한 도덕은 자신이 '진선미'의 혈통을 이어받았으며,
진선미가 가진 힘과 빛이 자신에게도 있음을 알고 있다.
또한 삶을 조화롭게 할 충분한 힘을 가졌고,
삶을 빛나게 할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이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이런 도덕이야말로 '사람을 감동시키고 즐겁게 하고
편안하게 할 수 있는 힘을 삶에 불어넣어
인생을 예술과 지혜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이런 인생은 한 번 살아 볼 만한 근사하고 멋진 삶이다.
이미 그 자체로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 도덕인데,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고 상대를 깎아 내릴 필요가 있겠는가?
도덕과 물질을 비교할 때, 도덕이 가진 우위는
물질을 적으로 인식해 상대를 꺾으려고 몰두하는 데 있지 않다.
반대로 도덕의 매력적인 점은 강력한 물질적 힘을 존중하면서도
동시에 스스로 강력한 정신적 힘을 끓어오르게 할 수 있다.
물질은 도덕을 넘을 수 없다.
도덕은 사람 마음에 직접적으로 작용하고, 물질을 뛰어넘는
높이와 깊이, 너비와 영원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정한 범위 안에서 물질은 품격 높은 물질생활을 표방하며
확실히 무소불능의 힘을 과시한다.
그러나 물질이 닿지 못하는 정신적 영역은 도덕의 독무대다.
물질이 아무리 풍족해도 결코 누릴 수 없는 마음의 행복감은
도덕이 가져다주는 편안함과 만족감으로 더욱 풍요로워진다.
오직 도덕만이 물질이 넘볼 수 없는 영혼의 탁월함'을
창조할 수 있다."
간과할 수 없는 진실 하나를 널리 알려야 한다.
그것은 바로 재물의 가치나 물질이 가진 힘은
태생적으로 제한적이라는 사실이다.
물질은 유용하지만 만능은 아니다.
물질이 중요하지만 유일하게 중요한 것도,
가장 중요한 것도 아니다. (166쪽 ~171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