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이 힘이 될 때>
천궈 저 | 김영사
푸단대 철학 교수 천궈는 <고독이 힘이 될 때>(김영사)에서
우리의 삶도 시지포스처럼 끊임 없이 굴러 떨어지는
거대한 바위를 짊어지고 있는 것 아닐까?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가 갈망하며 도달하려는 곳은 안정적인 생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고, 부와 명예를 추구하는 게
우리의 본성이 탐욕스럽거나 만족을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안전감의 결핍으로 인해 마음이 불안하기
때문일지 모른다고 합니다.
이럴 때마다 자기계발서마다 등장하는 말,
"평화로운 안식을 찾으려면 공동묘지로 가라!!"
누구도 미래를 알 수 없기에 살아있는 것 자체가 불안정성을
견뎌야 하는 과정입니다. 시지포스처럼 끊임 없이
바위를 끌어올리는 게 벗어날 수 없는 숙명인지라,
차라리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이 낫다는 내용입니다.
<고독이 힘이 될 때>에서 일부를 발췌했어요.
삶의 무게는 생활에서 오는 괴로움을 말한다.
괴로움이 없는 사람은 없다. 단지 형태가 조금씩 다를 뿐이다.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아픔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다만 몸이 아픈 사람과 마음이 아픈 사람, 짧고 극심한 아픔과
미약하게 오래가는 아픔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사람들 대부분은 삶에 즐거움만 가득하기를 바라고,
괴로움이 끝이 없다고 불평한다.
그러나 괴로움과 즐거움 모두 삶의 참모습이다.
삶의 괴로움을 거부하는 사람은 삶의 즐거움까지 빼앗기고 만다.
둘 중 하나만 가질 수는 없으며, 둘 다 갖거나 둘 다 갖지 못한다.
우리는 이 운명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어차피 벗어날 수 없다면 굳이 벗어나려 발버둥칠 필요가 있을까?
시몬 베유가 쓴 <중력과 은총>이라는 책이 있다.
그 책은 오랫동안 내 내면세계에 한 줄기 빛이 되어 주었다.
삶이 시지포스의 바위처럼 무겁고 벗어날 수 없으며,
'인생이 내 뜻대로 안 되는 일투성이'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무게(중력)의 뒤에는 분명 은총이 숨겨져 있다.
흔히 말한다. 사랑에는 책임이 따르고, 자유는 운명과
공존하며, 인간의 도리와 본성은 한 몸이라고.
책임이 무겁지 않다면 어떻게 그 사랑이 깊다고 할 수 있을까?
운명에 경계가 정해져 있지 않고 삶의 끝에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 누가 삶을 헛되이 살지 않으려 노력할 것이며,
그 누가 유한한 인생에서 영혼의 무한한 자유로움을
얻기 위해 노력하겠는가?
삶에 무게가 없다면 무엇으로 인간 본성의 뾰족한 완고함을
둥글게 연마하고 온화한 덕을 키워 인간애의 빛을 발산하겠는가?
실제로 많은 이들이 좌절을 통해 강인함을 키웠고
고난을 겪으면서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성숙해졌으며,
진창 속에 두 발이 빠졌을 때에도 고개 들어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는 것을 잊지 않음으로써
내면의 순수함을 지켜 냈다.
어깨에 짊어진 고난의 무게가 클수록 가슴에 품은 뜻은
더 위대해 진다. 삶의 무게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는 분명 은총이 깃들어 있다.
니체도 틀림없이 이 주장에 동의할 것이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이 나를 강하게 만든다'라고
말한 걸 보면. (38쪽~41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