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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꽃엄마 #15] 걱정 말아요. 바람은 또 불어오니까




바람이 좋습니다.

덥지는 않지만 살랑불어 머리카락을 살짝 건드리는 

바람결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조금 더 불었으면 좋겠는데 딱 거기까지만 불어주네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또 올테니까.

내가 기다리지 않아도 

나에게 또 불어올테니까.


내가 과연 잘 하고 있는걸까?

아이가 벌써 초등학생인데 시간은 너무 빨리 흘러가고...

여유 있게 아이눈을 바라보며 

그 숨결과 함께하겠다고 했다가도

이런저런 소식을 들으면 조급해집니다.


지난 시간이..

특히 못난 엄마였던 순간이 가슴을 후벼파곤하지요.

죄책감이라는 단어가 너무 무거워 피해보려하지만, 

그럴수록 나는 더 화가 나고 아이는 힘들어졌어요.

성장을 선택한 이후, 억압되었던 감정이 풀리며 더욱 그랬습니다.

성장을 후회하는 날도 많았고, 

이젠 놓아버리자하면서도 곁눈질로 

육아 고수들을 훔쳐보던 때도 있었습니다.


지나고보니 참 좋았었네요.

무기력과 게으름으로 아무것도 못 해준 

내 육아의 시간이 참 치열했네요.

이렇다할 결과가 없어서 초라했던 육아 성적표는 

사실 아직 나오지도 않은거였네요.

왜냐하면... 또 올테니까

내가 힘주어 만들지 않아도, 기다리지 않아도 

사랑의 시간은 또 올테니까요.


아이의 가슴아픈 질문에

ㅡ오늘은 묻지마....

라고 대답하며 죄책감으로 떨어지던 순간 아이가 말합니다.

ㅡ아 알았어. 엄마 기분 알 것같애. 

비가 오면 좀 슬프니까. 하늘이 우니까.


가슴 아픈 질문으로 떠올랏던 기억보다 

아이의 대답 때문에 더 큰 눈물이났어요.


지난시간 내가 널 얼마나 다그쳤는데..

너는 입이 붙은거냐고 왜 말을 안 하냐고

그렇게 말 안할거면 저리가버리라고

말을 안하는데 너를 내가 어떻게 이해하냐고


그 눈물조차 죄책감인 것을 아이가 알려줍니다.

수많은 다그침 뒤에 한 번의 배려,

사랑의 선택이 있었음을 인정합니다.


ㅡ엄마, 나 말하기 싫어

라고 했을 때

ㅡ응. 알았어. 말 안 해도 돼

그렇지만 생각이 바뀌면 언제든 말해도 되고,


라고 하며 토닥토닥 해 준 엄마를 보고 배운 것임을.


책감에 허덕이느라 

내가 준 그 고귀한 사랑을 무시한 시간도 꼭 필요했지요.

그리고 그 꿈에서 깨어난 지금,

ㅡ네가 엄마 아들이어서 고마워.

내가 너의 엄마라서 너도 좋지^^


라고 말할 수 있어요.


걱정말아요.

상처만 줬던 시간은 없어요.

아이는 엄마보다 훨씬 똑똑해서 그걸 알아요.

가시돋힌 말 속에 담긴 희미한 사랑만을 

쏙쏙 잘도 골라서 자기 것으로 가져가요.

엄마가 본인의 사랑을 인정하기만 하면요.


지난시간을 되돌리지못해 가슴치지 말아요.

바람은 또 불어오니까요.

내 아이가 지금 곁에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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