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아이들>

조지은, 송지은 공저 | 사이언스북스 

<언어의 아이들>은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에서 

음성학 박사 학위를 받은 송지은 박사와 영국 옥스퍼드대 

동아시아 학부에서 한국학과 언어학을 가르치고 있는 

조지은(Jieun Kiaer) 교수가 공동으로 저술한 책입니다.

아이들이 어떻게 언어를 배워가는지를 다루었지만. 

상당부분을 이중언어의 장점에 할애하고 있어요. 

발음이 정말 중요할까?

발음이 좋은 면 당연히 좋겠지만, 

원어민처럼 하려고 억지로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영어를 가르치는 사람은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외국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원어민의 수준으로 영어를 습득하는 것이 

영어 공부의 목표가 될 필요는 없다. 

노력이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우리 뇌가 가진 신경적인 한계일 뿐이다.

외국어 습득에 개인차이가 있을까?

모국어가 외국어와 얼마나 비슷한지가 학습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 사람들은 영어를 10년 이상 배워도 

높은 수준에 도달하기 힘들지만 

네덜란드나 독일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큰 노력 없이도 

영어를 아주 수월하게 배우는 편이다.

외국어를 배우면서 흔히 느끼는 것 중에 하나는, 

같은 교육을 받아도 개개인마다 그것을 받아들이고 

배우는 정도가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흔히 

'영어에 소질이 있다, 없다' 와 같은 이야기를 하곤 한다. 

외국어는 모국어와 달리 개인차가 크게 나타난다. 

언어를 배우기 시작한 연령이 중요한 열쇠지만, 

그것이 꼭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개인마다 여러 요인에 의해 습득 정도가 결정된다.

가장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인지 능력이 '적성(aptitude).

이것은 작업기억(working memory)이나 패턴인식능력 같이 

꼭 언어에만 국한되지 않는 다른 능력을 포함한다. 

실제로 언어 적성 검사 점수와 외국어 습득 점수 간에 

강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힌 연구가 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적성의 영향이 17세 이후

언어가 다른 나라로 이주한 사람에게만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는 존슨과 뉴포트의 연구 결과와도 잘 맞아 떨어진다. 

즉 언어 습득에 최적화된 시기가 지나고 나면 

어린 아이들이 모국어를 배울 때처럼 의식적인 노력 없이 

암묵적 학습(implicit learning)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분석 능력(특히 언어 분석 능력), 문제 해결 능력과 같은 

다른 부가적 기계를 동원해 언어 습득이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사춘기가 지나서 외국어를 습득하려면, 

다른 능력도 뛰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어 습득의 또 하나 중요한 열쇠는 동기다. 

동기는 배우고자 하는 의지인데, 이런 심리적인 요소가

학습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알코올이 외국어 사용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재미있는 연구가 있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술을 한두 잔하고 나서 

외국어를 더 유창하게 한다고 한다. 

알코올 섭취가 학습자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한시적으로나마 외국어의 수행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즉 이는 언어생활 특히 외국어 사용에 있어 

언어 지식 이외의 기타 다른 인지적인 요소들이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의미한다. (244-246쪽)

이중언어 사용자가 공부를 더 잘한다!

이중언어 습득은 자연스러운 언어 환경이 갖춰지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며, 글로벌 사회에서 두 가지 언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여러 모로 득이 될 것임에 분명하다. 

이중언어의 장점은 단순히 언어가 2개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두 언어를 습득하는 것이 전반적인 지적 능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학계에 대두되고 있다. 

이중언어를 사용하는 아이들은 문법 지식 등 메타 언어적인 

인식이 더 우수하고, 창의력, 사고의 유연성과 같은 

여러 지적 능력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고 밝힌 연구들이 있다. 

최근 학계에서는 사회, 국가적 차원에서, 

특히 유럽과 같은 다문화/언어 사회에서는 더더욱 

이중언어 사용을 권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중 언어 화자는 머리가 좋다?

이중 언어학 연구의 권위자인 

엘렌 비알리스톡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의 뇌는 살아가면서 겪는 경험을 통해 계속 변화한다. 

런던의 택시기사와 버스기사 뇌를 MRI로 비교한 연구가 있다. 

두 집단은 운전경험이나 스트레스 요인에서는 동일하지만, 

택시기사는 운전시에 길을 찾는 활동(navigation)을 하고, 

버스기사는 항상 정해진 길만 가야하는 차이가 있다. 

MRI 측정 결과 택시 기사는 버스 기사보다 공간지각력과 

관련된 특정 뇌 부위가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연구는 인간의 뇌가 경험으로 인해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아주 좋은 예이다. 

스키장에서 스키가 계속 한 자리로만 지나가면, 

그 자리가 점점 반들반들해지면서 

그 위에서는 스키가 더 잘 미끄러진다. 

이처럼 인간도 같은 경험을 계속 반복하게 되면 관련된 

뇌의 담당 부위가 더 발달하면서 그 활동이 점차 

더 효율적으로, 자동적으로 이루어 진다.

수행통제력 증가

수행통제와 관련된 인지 실험 결과 이중언어 화자들이 

단일언어 화자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사이먼 태스크(Simon Task)라는 실험은 

화면에 파란색이 나타나면 왼쪽 버튼을 누르고, 

빨간색이 나오면 오른쪽 버튼을 누르는 실험이다. 

이 실험에서 피험자는 해당 과제와 무관한 요소로 

판단에 방해받게 되는데, 이중언어 화자는 과제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했다. 

아이뿐 아니라, 노년층에게도 이러한 차이가 나타난다.

유창성 

구두유창성(verbal fuency)을 측정하는 실험은 두 종류가 있다. 

첫 번째는 1분 동안 특정 범주(예, 동물)에 속하는 단어를 

많이 말하는 것이다. 이 능력은 어휘, 즉 

단어를 얼마나 많이 아느냐에 영향을 받는다. 

만약 1분 동안 알파벳 p로 시작하는 단어를 말하라고 하면, 

어휘 지식뿐 아니라 수행 통제 능력까지 필요로 하게 된다. 

이러한 두번째 과제에서는 이중언어 화자가 

단일어 화자보다 뛰어나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치매 예방

184명의 치매 환자를 조사. 두 언어를 사용하며 살아온 

이중언어 화자는 단일언어 화자에 비해  치매의 발병 연령이 

평균 4. 1년이나 지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에서도 실시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이것은 이중언어 사용이 우리 삶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보여 주는 획기적인 결과라 할 수 있다. (260쪽)

이중언어 사용과 사회성 발달

이중/다중 언어 사용이 아이들의 인지 능력뿐 아니라 

사회성 발달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언어 경험이 다른 4~6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아이 앞에 소형, 중형, 대형 장난감 차를 두고, 

소형차는 아이에게만 보이고 대화 상대인 어른의 눈에는 

보이지 않게 배치해 두었다. 

이때 어른이 "작은 차를 좀 옮겨 줄래?"라고 부탁했다고 하자.

어른의 관점을 고려해 이 말을 해석하는 아이는 

어른의 눈에 보이는 대형, 중형차만을 고려해 이 둘 중 

상대적으로 작은 중형차를 옮길 것이고, 

어른의 관점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의미를 해석하는 아이는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소형차를 옮길 것이다. 

이 실험은 여러 언어를 사용하는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의사 소통을 할 때 상대가 무엇을 이해하고 있는지, 

상대가 하는 말의 의도는 무엇인지 등을 고려하는 능력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더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두 언어를 습득하고 있지 않더라도, 조부모님이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등 다중언어 환경에 노출된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이런 능력이 더 뛰어났다. 

일상에서 상대가 어떤 언어를 이해하고 말할 수 있는지를 

항상 고려해야 하는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의사소통 능력도 

빠르다는 건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이다. (2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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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학계에서는 이중 언어 습득의 

인지적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어떤 분야는 하나의 새로운 현상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여러 연구에서 동일한 결과가 입증되어야 하는데,

다른 연구팀에서는 같은 결과가 도출되지 않는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이 연구들은 다른 언어 사용 집단을 대상으로 했거나

(예 카탈로냐어와 스페인어 사용자, 불어와 영어 사용자 등), 

수행 통제 능력을 측정하는 실험의 종류가 조금씩 달랐다. 

이중 언어의 이점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단일어 사용 집단과 

다중언어 사용 집단이 언어 사용뿐 아니라 문화적, 

사회경제적 지위가 다르다는 점, 

즉 혼재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험 대상이 된 이중언어 사용 집단이 

단일어 사용 집단보다 사회 경제적 지위가 높은 경향이 있다. 

이럼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다른 변수들을 통제한 

더 정확한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적어도 수행 통제와 관련된 

일부 실험에서 이중 언어 사용자들이 우위를 나타내는 경향이 

여전히 존재하며, 따라서 이중 언어 사용으로 인한 

인지 발달효과는 여전히 기대해볼 만하다. (26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