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음에 집착하지 않아도 되요

미국에서 공부하고 들어오셨던 분들이

우리 아이들이 (학원에서) 영어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원어민 발음, 단어장 암기, 문법 등) 매우 안타까워해요. 

보다 못해 직접 학원을 차리신 분도 계신데, 

그런 분 중 강남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컴퓨터와 

미디어를 활용해 영어를 가르치는 학원을 가 봤어요. 

반응도 좋고, 결과도 좋다며 프랜차이즈를 준비하더군요. 

방식은 교육용 CD를 활용해서 영어로 수업하는 

동석이네 영어교육법과 비슷해요. CD 대신 온라인 

프로그램을 활용한다는 차이만 있죠. 

푸름이 영어캠프도 사실 같은 맥락이지만, 

푸름이 영어캠프는 집에서 가족이 함께 하는 것이라 

또래와 영어로 대화하는 시간이 없을 뿐입니다. 

최근 영어에 대한 책 3권을 읽었어요. 

<단어의 배신>, <단단한 영어공부>, <언어의 아이들>

<단어의 배신>은 영어 단어는 문장 속에서 

익혀야 한다는 예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단어를 무작정 암기하려면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해요. 

그렇게 힘들여 외웠어도 그리 오래 기억하지 못하죠.

외국에 살지 않는 이상 그 단어를 쓸 일은 많지 않으니까. 

그러고 용법에 따라 달리 쓰이는 단어가 많아요. 

agree는 '동의하다'는 뜻이죠.

하지만 문맥에 따라 “체질에 맞다”로 해석이 되기도 해요.

The weather in England does not agree with me.

(영국 날씨는 내 체질에 안 맞아.)

‘팔’이라는 뜻의 arm에 s가 붙으면 ‘무기’가 되죠.

a farewell to arms(무기여 잘 있거라)

‘체포하다’는 뜻의 arrest가 명사로 쓰이면 

'cardiac arrest' 처럼 '심장 정지'가 되요. 

‘화해하다’는 뜻의 accommodation이 ‘숙박시설’이 되고.

reach an accommodation(화해하다)

first rate accommodation(일급 숙박시설)

<단어의 배신>은 이렇게 배신 때리는 단어의 

사례를 모아둔 책이예요.

하지만 문장 속에서 익히면 활용도가 높아지고, 

단어만 외우는 것보다  훨씬 더 기억하기가 쉬워요.  

한 단어가 거미줄처럼 서로 연관된 것이 많을수록 

더 오래 기억한다는 것이 뇌의 작용 방식입니다.

단어를 외우지 말라는 말이 아니라, 문장과 함께 

익히자는 것.

<단단한 영어 공부>는 영어를 배우는 목적이

‘소통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책입니다. 

오죽하면 ‘제발…, 간절히...‘ 소통에 목적을 두라고 합니다. 

저자는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응용언어학을 공부하고, 

우리나라에서 ‘영어교육론’과 ‘말하기 듣기 교수방법론’을 

가르치는, 영어교사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예요.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에서 교수와 1:1 면담시 

나의 큰 고민은 ‘한국식 억양’이라고 털어놓았데요.

깜짝 놀란 원어민 교수왈, 

"네 발음은 명료하고 알아듣기 쉬워, 한국 억양이 느껴지지만, 

소통에 전혀 지장이 되지 않아. 오히려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잘 드러내 주는 강점으로 생각되는데?”

문법적으로 오류가 없는 문장을 써 내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 의견을 

엄밀하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네이티브 되기'가 아니라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공부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습니다.(본문 중)

원어민 되지 않아도 되는 이유

전 세계에서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이 4억명 쯤, 

제2언어, 또는 외국어로 사용하는 사람은 10억명쯤.

'원어민만 알아듣는 영어'를 하는 건 효율성 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수치입니다.

미국에 살면서 푸름이 영어캠프를 만든 김유경 누님의 

주장에 따르면(월드 클래스로 노는 언니예요) 

영어권에서도 호주 영어 다르고, 필리핀 영어 다르고, 

싱가포르 영어 다르고, 미국식, 영국식 다 다르다고. 

비영어권 사람이 쓰는 영어도 나라마다 다르다고 해요.

즉 전 세계인이 사용하는 표준 영어를 구사하기만 하면,

나머지는 미국인이 한국식 영어에, 호주식, 영국식 영어에

적응한다고 말씀하시네요. (발음보다 소통!!)

(푸름이 영어캠프는 전 세계가 공통으로 쓰는 

표준 영어에 맞춘 프로그램이예요.)

우리 역시 경상도 사람과 강원도 사람의 억양이 다르듯, 

같은 미국인이라도 지역마다 발음과 억양이 다른데, 

꼭 원어민 발음이란 기준에 맞춰야 할까요? 

발음에 에너지를 쏟는 것보다 소통에 중점을 두면, 

어느 정도 소통이 되는 사람은 원어민을 대하면서 

스스로 발음은 고칠 수 있어요.

원어민이 될 수 없는 이유

<아이들은 어떻게 말을 배울까>에 의하면

태아는 뱃속에서부터 발음을 구분할 수 있어요.

스피커를 통해 ‘바비’라는 단어를 계속 들려주면

처음에는 긴장헤서 심박수가 내려갔다가 

익숙해 지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옵니다. 

같은 소리를 계속 들려주면 더 이상 긴장을 하지 않아요. 

그러다가 ‘비바’라고 거꾸로 말하면? 

다시 심박수가 내려가며 긴장합니다. 

‘바비’와 ‘비바’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다는 의미죠.

같은 식으로 반복한 실험에서 약간의 발음상 차이도

구분을 한다는 게 현재까지 연구 결과예요.

영어는 L과 R 발음 구별이 중요하죠. 

일본어는 그렇지 않아요.

생후 6~8개월 아기는 어느 나라에서 태어났든 

L과 R 발음을 쉽게 구별합니다. 

그러다가 12개월이 지나면 일본 아기는 L과 R의 

구별 능력이 떨어지지만, 미국 아기는 훨씬 더 잘 구별해요.

음성 발달 분야의 권위자 패트리샤 쿨 교수는 아기가 

아무 어려움 없이 어떤 언어든 습득할 수 있는 연령을 

만1세쯤(12개월쯤)으로 보고 있어요.

12개월 이전 아기들은 어떤 언어든 다 소화할 수 있는 

세계 시민이지만, 12개월을 넘어서면서부터 

모국어에 익숙해 지며 특정 국가의 시민이 되는 것이죠.   

즉 영어를 늦게 배우면 배울수록 발음을 구분하는 

능력은 현저하게 떨어집니다. 모국어가 주요 언어 체계로 

두뇌에 자리를 잡고나면, 새로운 체계를 들이기가

그만큼 어려워 지는 겁니다. 

(저처럼 600개월이 넘어선 사람이 발음을 구분하기란...)

외국어를 배우는 건 또 다른 세계로 가는 문을 여는 일입니다. 

외국어 하나를 깊이 익히는 것이 우리의 삶에 가져오는 

변화를 생각해 본다면 영어를 쉽게 보아서는 안 됩니다. 

여정이 길어 보인다고 한탄만 해서도 안 됩니다. 

수많은 광고처럼 그렇게 쉽게 이뤄지는 공부는 없습니다. 

광고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까닭은 어쩌면 우리가 

종착점만을 바라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공부의 본령은 언제나 과정에 있습니다. 

외국어 공부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광고에 흔들릴 필요가, 조바심 내고 초조해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루하루 공부 속에서 소박하지만 기쁨을 맛볼 수 있습니다.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일, 공부에는 그 길뿐입니다.

이제 그들의 영어에서 

'나의 영어로 변화를 모색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영어공부의 길을 스스로 찾아 나서야 합니다. 

누군가가 정해 주는 동기, 모두에게 주어지는 방법, 

유명인의 성공담이 아니라, 나 자신의 삶 속에 뿌리박은 

영어 공부를 궁리하고 만들어 가야 합니다.

결국 '어떤 영어'를 '왜', '어떻게 공부하는가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자기 자신입니다. 

하루하루의 일상, 활동하는 커뮤니티, 영어로 처리해야 하는 일, 

영어로 즐기고 싶은 콘텐츠, 영어로 소통을 하는 친구 등과의 

관계 속에서 스스로 삶을 위한 영어공부'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그런 공부만이 오래, 깊이, 단단히 우리의 머리와 가슴 속에 

남을 언어를 만들 수 있습니다.

- <단단한 영어공부> 중

글이 길어져서 <언어의 아이들> 내용은 

다음 글에서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