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온 몸으로 배운다
- 몸짓, 제스처와 인지발달의 관계
<아인슈타인은 왜 양말을 신지 않았을까?>
- 사소한 행동들의 결코 사소하지 않은 힘
크리스티안 안코비치 저 | 문학동네
신체활동과 인지능력 발달 간의 밀접한 연관성은
어린 시절 경험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 시기 우리는 오로지 몸과 감각을 통해 세상을 경험한다.
우리는 주변의 것을 만지고, 맛보고, 냄새 맡고, 듣고, 본다.
그리고 이 모든 경험을 신체 기억 속에 저장한다.
하루종일 한 장소에만 머물면 주변 세계를 발견할 수 없다.
세계를 발견하려면 세상을 탐구하고, 새로운 자극에
노출되고, 그것을 처리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우리는 모든 면에서 몸을 움직이며 생활한다.
아이들은 처음부터 두 눈, 몸통, 머리와 두 손,
두 발과 손가락을 움직여 주변 세상을 지각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나선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학습과정을 작동시킨다.
아이들은 세상을 탐구하면서 운동능력도 발달시킨다.
또한 갈수록 더 확실하게, 더 섬세하게, 더 주의깊게
몸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세상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탐구하고 싶은 동기가 생긴다.
아기 카를이 한쪽 다리로 깡충깡충 뛴다.
빙글빙글 몸을 돌려 원을 그린다.
가만히 서 있다가 몇 번 공중으로 잽싸게 뛰어오른다.
그리고 바닥에서 몸을 구른다.
한마디로 말해, 카를은 생각하는 중이다.
한 번이라도 아이들의 행동을 몰래 관찰해본다면,
아이들이 생각이라는 것을 할 때 아주 신나서
온몸을 이용한다는 사실을 눈치챌 것이다.
제3자의 입장에서는 이상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광경을 여러 번 관찰하다보면
점점 흥미를 가지고 주시하게 된다.
그리고 온몸을 던져 기억하고 배우는 아이의 행동이
머지않아 관습과 부모와 학교로 인해
막을 내리는 걸 진심으로 아쉬워할 것이다.
인지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몸을 움직인다는 것은
가장 자연스럽고 가장 의미심장한 일이다.
인지와 신체 움직임의 긴밀한 연결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제스처다.
제스처는 모든 문화에서 똑같이 관찰되는 현상이다.
심지어 태어날 때부터 앞이 안 보이는
시각장애인도 말할 때 두 손을 사용한다.
제스처는 신체와 두뇌 사이에 다리를 놓아주는
선천적인 행동이며, 구체적인 몸의 움직임을
추상적인 인지과정과 연결한다. 그래서 어떤 일에
자신이 없으면 제스처로 인해 상대에게 드러난다.
한편으로 손짓을 이용하면 아직 적절한 표현을
찾아내지 못한 생각까지도 구체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
그러니까 손을 써서 생각을 발전 시키고
나중에 그것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제스처는 무언가를 이해하고 배울 때,
특히 언어를 습득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부모가 아기에게 '공'과 '집'과 '소방관'이라는
단어를 말해주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그럴 땐
단어를 들려주면서 두 팔로 의미 있는 동작을 하면 좋다.
그러면 아이의 발달이 촉진되고, 이는 아이의
일생 전체에 영향을 준다는 장기 연구 보고서가 있다.
부모가 제스처를 사용하면 아이들은 부모의 그런 습관을
수용하면서 폭넓은 어휘를 발달시킬 뿐 아니라
나중에 학교에서도 성공적인 학업을 이어간다.
학자들은 이 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제스처는 생후 4개월부터 아이의
의사소통 수단으로 이용되면서 언어 이해를 돕는다.
아이가 젖병을 가리킬 때 부모도 함께 가리키면서
'젖병'이라고 말하면, 아이는 그 단어를 기억해두었다가
어느 날 '젖병'이라는 말을 할 수 있다.
심지어 일부 학자들은 언어 습득이 오로지 우리의
제스처 사용능력을 토대로만 이루어진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 문제에서는 아이가 성장하는
사회적 여건도 중요한 변수다.
부모가 말을 많이 하고 아이들과 이야기할 때
풍부한 제스처를 사용하면, 그 행동이 무의식적으로
아이에게 전달되면서 그대로 따라 한다.
그럴 때 칭찬해주면 아이는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계속 부모의 행동을 모방하는 연쇄작용이 일어난다.
이런 외적인 자극이 없으면, 아무리 대단한
언어 재능을 가지고 있어도 그 재능은 위축될 소지가 있다.
제스처는 언어 습득에만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우리를 총명하게 만든다.
이는 베를린 훔볼트대학의 연구에서 나온 결과다.
연구진은 사람들이 상대에게 어떤 상황을 이해시키려 할 때
다양한 제스처를 사용하는 걸 관찰하며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자들은 제스처를 자주 사용하는 성향과
유동적 지능간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밝히고 싶었다.
유동적 지능이란 문제 해결력과 논리적 사고력을 말한다.
그 결과는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특정한 방식으로 제스처를 사용하라는 지시를 받은
아이들은 제스처를 사용하지 못하게 한 아이들보다
새로운 과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더 우수하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아이들은 인지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몸을 움직인다.
몸을 움직이거나 제스처를 사용할수록
기억을 더 잘하고, 더 쉽게 배울 수 있다.
언어(말이나 단어)를 가르칠 때,
제스처를 사용할수록 쉽게 배울 수 있다.
여자 아이들이 남자에 비해 공간지각력이 낮은 것은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노는 방식의 차이 때문이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