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도, 나무도, 인간의 흔적도 모두 밀어버리고
아파트를 짓는 아파트 공화국에 살아서 그런지,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는 장소를 볼 때마다
고향에 온 듯한 안락함과 편안함을 느껴요.
제가 까탈스러운 사람일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도 없는데
해외 여행을 가면 항상 혼자 떨어져 따로 다니게 되요.
관광지를 피해서 현지 사람들이 머무는 곳으로...
몇 몇 지인들과 베이징에 갔을 때,
천안문 광장과 자금성에 아무런 감흥이 없었어요.
일행이 모두 만리장성을 보러갔을 때 저 혼자
"후퉁"이라 부르는 골목길을 돌아다녔죠.
사람 사는 정겨움과 골목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이 도서관도 천안문 광장 맞은편, 후퉁이라 불리는
주택단지 골목 안쪽에 위치해 있어요.
이런 공간에 어린이 도서관이 있으면,
아이들의 정서가 좋아질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리모델링 하기 전의 모습입니다.
나무와 기존의 구조물을 그대로 살려서
이렇게 공간이 달라졌어요.
이런 공간을 돈으로 만들 수 있을까요?
마당의 나무가 회화나무로 보이는데요,
이렇게 아름드리 나무로 성장할 때까지,
적어도 60년 이상의 시간이 흘러야 합니다.
그 공간에 어린이 도서관을 만들었어요.
놀이터 겸 그림책 도서관...
큰 비용이 들었을 것 같지 않아요.
돌 조금, 베니어 합판, 약간의 유리가 전부...
아파트 단지 놀이터를 짓는 비용 정도 들었을 듯한...
하지만 아이들의 정서를 가꾸고,
놀이 공간을 만들고 꿈을 키우는 측면에서는
우리 놀이터보다 몇 십배의 효과가 나올거라 생각해요.
아파트를 짓는다고 아름드리 나무를 벨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파요. 이렇게 만들 수 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