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건릉

융건릉은 사도세자와 그의 비 혜경궁 홍씨를 모신 융릉과 

정조와 그의 비 효의왕후 김씨를 모신 건릉을 합쳐 융건릉이라 한다.

정조대왕은 11살의 어린 나이에 부친이 참혹하게 죽어가는 것을 목격하였고 

그 때의 한은 지극한 효심으로 발달되었다고 한다.

왕위에 오른 정조는 부친의 능을 현재의 장소로 옮겨 현륭원으로 높이고 

선친의 원혼을 위로하는데 온갖 정성을 기울였다. 

임금의 효심에 감복한 인근 백성들은 능 주변을 각별하게 돌보았는데, 

융건릉의 울창한 수림이 잘 보존된 이유이기도 하다. 

입장료는 어른 400원, 어린이 200원이며 주차료는 2,000 원이다.

2009년 6월 30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조선왕족의 무덤은 신분에 따라 왕과 왕비의 무덩인 능, 

왕자와 왕세자비, 또는 왕의 사친(私親)의 무덤을 원, 

그 외 왕족의 무덤이나 일반인의 무덤을 묘라고 합니다.

  융건릉 입구에 있는 수령 140년된 향나무의 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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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릉

조선왕릉이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유중에 하나에

매우 잘 조성된 소나무 숲도 한 몫 했다고 합니다. 

융릉에 전해 내려오는 송충이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가 있습니다.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를 모신 융릉에 찾아뵈었던 어느 날, 

소나무 잎이 죽어가는 것을 목격한 정조가 대신들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이유인즉, 송충이가 극성스럽게 창궐하여 소나무를 갉아 먹고 있다고.

정조가 진노하여 송충이를 잡아 깨물면서 "아무리 미물일망정 

네 어찌 내가 부친을 그리워하며 정성껏 가꾼 소나무를 갉아 먹느냐.

차라리 불효한 나의 창자를 갉아먹으라"면서 꾸짖고 돌아서자 

천둥번개와 함께 장대비가 쏟아져 송충이가 사라졌고, 그 이후 

어디선가 날아온 수많은 새들이 송충이를 다 잡아먹었다는 일화가 전해내려옵니다.

정조는 재위 24년간 능관리를 위해 부근 화산일대 13개 마을에 

영을 내려 집집마다 재 한 삼태기씩을 모아 뿌리게 했다. 

솔밭에 송충이가 극성하면 손수 나가 송충을 잡고 심지어 잡은 송충을 

입으로 씹어 송충이구제를 독려하기까지 했다.

    소나무 숲길을 통해 융릉으로 가는 아이들

홍살문

궁전· 관아· 능· 묘· 원 등의 앞에 세우던 붉은색을 칠한 나무문.

홍살문이란 '붉을 홍', 살은 한글로 '화살의 살', 문 문, 

즉 붉은 화살이 박혀 있는 문이라는 뜻입니다.

옛날 물건 중에 가장 똑바른 것이 자와 화살이었습니다.

그 중에 화살은 한 목표지점을 향해 날아가야 하기 때문데 곧고 바르게 만들지요.

그래서 문에도 그런 의미에서 곧은 화살을 달아 놓아 기념하는

사람의 곧은 마음을 표현한 것입니다.

홍살문은 예를 갖추고 조심해서 행동해야 하는 장소라는 의미에서

'사람의 몸이 아니라 마음이 드나드는 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수라간-능 참배가 있을 때 음식을 준비하던 곳입니다.

2. 건릉

      소나무 사이로난 숲길을 통해 융릉에서 건릉으로 가고 있는 모습

※ 융건릉을 다녀오고 나서 이덕일의 '사도세자의 고백'이라는 

글을 보게 되었는데, 어떤 후기 글보다 나을 것 같아서 소개해 봅니다.

마치 혜경궁 홍씨가 살아서 들려주는 듯한 생생한 울림이 있습니다.

혜경궁 홍씨가 바라 본 남편 사도세자와 아들 정조

사도세자의 아내가 되다.

나는 혜경궁 홍씨로 잘 알려진 여인입니다. 아버지 홍봉한(1713~1778)과 

어머니 한산 이씨의 딸로 1735년(영조11년)에 한양의 안국방에서 태어났습니다. 

서인에서 노론으로 이어지는 풍산 홍씨의 집안은 자부심이 대단했답니다. 

고조할아버지와 할아버지는 예조판서까지 하셨고 증조할아버지도 

사복시첨정까지 지내셨습니다. 내가 태어나던 해 아버지는 생원시에 합격했으나 

그 뒤 대과에선 십년 가까이 내리 낙방하셔서 체면과 실망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아홉 살 때(1743년), 세자빈 간택이 있었습니다. 

어머닌 반대했지만 아버지가 나의 인적사항을 보냈답니다. 

그런데 내가 세자빈으로 간택되어 열 살 되던 해 정월 열 하룻날 혼례를 올렸답니다. 

아버진 친정을 잊지 말라고 당부하셨습니다. 

남편의 나이는 나와 동갑이었습니다.

시아버지인 임금은 두 가지 콤플렉스가 있었답니다. 

하나는 어머니 출신에 대한 것이고, 

또 하나는 형님인 경종 임금의 독살에 연루되었다는 점이죠.

시할아버지인 숙종 임금의 정비(正妃) 인현왕후는 자식이 없었습니다. 

희빈 장씨의 아들이 세자가 되었습니다. 

희빈 장씨를 나쁜 여자로 몰고 있는데, 이는 노론과 남인의 정치 싸움에서 

노론이 이겼다는 얘기죠. 역사는 이긴 자가 쓰는 것이니까요. 

시아버지를 낳은 숙빈 최씨는 인현왕후의 무수리였는데 

노론에 대한 유리한 증언을 했답니다. 정치 계산은 빨랐던 분이었나 봅니다. 

그 후 임금의 은혜(?)를 입어 아들 연잉군을 낳았습니다.

집권세력인 노론은 어떻게하든 희빈이 낳은 세자를 바꾸려 했습니다. 

희빈이 남인인데다 연산군의 기억이 떠오른거죠. 

어머니의 죽임을 안 아들의 보복이 두려웠습니다. 

그러나 숙종의 급작스런 죽음으로 희빈의 아들(경종)이 임금이 되었습니다. 

3년간이지만 노론들이 숙청되고 소론이 세상을 만났습니다. 

노론들이 작당을 해 임금을 독살했습니다. 노론의 세상에선 이를 덮을 수 있습니다. 

노론이 민 연잉군이 임금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시아버지 영조(英祖)임금이죠. 

시아버지는 탕평(蕩平)을 얘기했지만 본 색깔은 노론입니다.

시어머니인 정성왕후에게는 자녀가 없었습니다. 

남편은 영빈 이씨가 낳은 아들입니다. 시아버지가 마흔 두 살에 얻은 아들입니다. 

이 시대엔 손자 볼 나이도 지난 때였습니다. 남편의 형이 있었습니다. 

정빈 이씨가 낳은 효장세자가 있었는데 열 살 나이에 죽고 말았습니다. 

파주 땅(영릉)에 묻었답니다. 효장세자를 잃고 다시 칠년 만에 아들을 얻었으니 

시아버지의 기쁨이 한없이 컷을 겁니다. 내가 그 아들과 결혼한 겁니다.

친정아버지는 내가 세자와 결혼하던 해 10월에 대과에 급제를 했답니다. 

그리고는 파격적인 보직을 받았답니다. 

바로 정5품의 반열에 오르더니 다음해엔 종2품인 광주부윤까지 

빠른 승진을 거듭했습니다. 세상 사람들의 입방아에 꽤 올랐을 겁니다.

노론의 세상에서 소론이 된 남편

남편 나이 열다섯인데 대리청정의 명이 떨어졌습니다. 

나이 많은 대신에게 둘러싸인 남편은 참 힘들어 했습니다. 

남편이 노론의 입장을 따르지 않기 때문에 평가도 좋지 않았습니다.

내 나이 18살에 아들을 낳았습니다.

(1752년) 이름은 산(祘)으로 지어주셨습니다. 

그러나 남편과의 사이도 조금씩 멀어져갔습니다. 

남편은 소론 편인데 나는 친정아버지를 따라 노론 편에 섰던 게지요. 

노론의 세상에서 소론의 입장에 서는 남편이 미웠습니다. 

내 아들은 세손이 되었습니다.

남편이 21살의 나이로 감당할 수 없는 사건이 터졌습니다. 

전라도 나주에서 귀양 살던 소론 윤지(尹志)가 

조정을 비방하는 벽서를 붙인 사건(1755년)이 있었던 겁니다. 

임금과 노론의 대신들은 옥사를 확대해 소론의 씨를 말리려 했고, 

세자인 남편은 홀로 옥사 확대를 반대했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은 갈등을 넘어선 정적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의 울화증세가 날로 심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은 나 몰래 친정아버지에게 약을 부탁하는 편지를 보냈나 봅니다.

시어머니 정성왕후가 돌아가셨습니다.(1757년) 

2년 후엔 시아버지가 새장가를 갔습니다. 

임금나이 66세에 증손녀 뻘인 15살의 어린 여자와 결혼했습니다. 

무려 51살의 나이차이가 납니다. 

내 나이보다 열 살이나 어린 시어머니가 생긴 겁니다. 

무슨 일이 이렇게 꼬이는지요.

남편의 일탈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몰래 비구니도 불러들이고, 임금께 알리지도 않고 평안도를 다녀오기도 했나 봅니다. 

노론들이 이를 모를 리가 있나요. 

아들은 10살 되던 해(1762년) 2월에 좌참찬 김시묵의 딸과 결혼을 했습니다. 

내 나이 28살에 며느리를 맞았습니다.

남편을 탄핵하는 상소가 올라왔습니다. 

물론 배후는 친정아버지였습니다. 

친정아버지 홍봉한은 노론의 영수이자 영의정이었습니다. 

아무리 보아도 남편이 죽을 만큼 죄를 지은 건 아니었습니다. 

젊은 날의 일탈 정도였죠. 시아버지는 남편을 아들로 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남편이 시아버지께 열흘이 넘도록 꿇어앉아 용서를 빌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남편에게 자결하라 했지만 듣지 않자 뒤주에 가두었습니다. 

남편은 세손을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 뒤주로 들어갔습니다. 

내 아들이 아버지를 살려 달라고 할아버지께 매달렸지만 외면했습니다.

내 아들은 뼈에 사무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했을 겁니다. 

남편은 8일 동안 뒤주에 갇혀 물 한 방울 먹지 못하고 죽었습니다. 

친정아버지는 남편의 죽음을 조장했고, 

죽는 날 한강에서 뱃놀이를 즐겼다는 얘기도 들려 왔습니다. 

참 길었던 1762년 윤5월이었습니다. 

시아버지는 남편이 죽자 사도(思悼)라는 시호를 내렸습니다. 

동대문 밖 양주 땅의 배봉산에 그를 묻고 수은묘(垂恩墓)라 이름 붙였습니다. 

내 아들을 효장세자의 후사로 만들었습니다.

아들이 임금이 되다.

그리곤 10여 년이 흘렀습니다. 

시아버지는 보기 드물게 오래토록 사셨습니다. 

시아버지가 임금이 된지 51년 되던 해(1775년), 

내 아들 왕세손도 24살의 청년이 되었습니다. 

나는 아직 손자를 보지 못했습니다. 

시아버지는 손자에게 대리청정을 시켰습니다. 

다음해 3월, 시아버지는 83세의 나이로 돌아가셨고 내 아들이 임금이 되었습니다.

‘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고 선언하며 임금이 된 아들은 

내 거처를 혜경궁(惠慶宮)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효장세자를 진종(眞宗)으로, 아버지 사도세자는 장헌세자로 추증했습니다. 

배봉산의 아버지 무덤을 영우원으로 이름 붙였습니다. 

나랏일에 바쁜 중에도 아버지의 묘를 옮기기로 했습니다. 

아들이 임금에 오른 지 13년(1789) 되던 해 남편의 묘를 

수원의 화산으로 옮기고 현륭원이라 이름 지었습니다. 

화산에 있는 절(용주사) 규모를 늘리고 건물을 새로 지어 남편의 명복을 빌게 했습니다.

한양에서 수원까지는 88리나 되는 길입니다. 

임금은 궐 밖 80리가 넘는 곳은 갈 수가 없었지만 

아들은 80리라고 해서 자주 찾았습니다. 화산 가까이 낮은 고개가 있습니다. 

아들은 화산을 갈 때면 이 고개에서 ‘행렬이 어찌 이리 더디냐’며 

시종을 재촉했고, 돌아올 때면 이 고개에서 

화산을 한 번 더 보느라 지체되었다 합니다. 

이 고개가 지지대(遲遲臺)고개가 되었답니다.

아들의 정비에게는 자식이 없어서 걱정입니다. 

의빈 성씨에게서 손자를 얻어 기뻐하였으나 5살 나이에 죽고 말았습니다.(文孝世子) 

이 손자를 남대문 밖 효창원에 묻었습니다. 

아버지의 무덤을 화산으로 옮긴 이듬 해, 아들은 39살의 나이에 

수빈 박씨에게 아들을 얻어 내게 손자를 안겨주었습니다.

아들은 아예 도읍지를 수원으로 옮길 계획을 세웠습니다. 

수원에 화성(華城)을 쌓고 궁궐 공사까지 마치니 내가 환갑 나이가 되었습니다.

아들은 대규모 화성 행차를 계획했고 내 회갑잔치를 베풀어 주었습니다. 

궁궐로 돌아 온 후 나는 살아 온 날들의 회고록을 썼습니다. 

‘한중록(閑中錄)’이라 제목을 붙였습니다. 남편의 내용은 피했습니다.

아들의 종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의원들의 약에도 차도는 없고 점점 더 퍼져만 가니 답답하기만 합니다. 

아들이 임금이 된 지 23년 째 되던(1800년) 6월.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나도 며느리도 임종을 보지 못하고 시어머니되는 정순왕후가 임종을 지켰습니다. 

10살짜리 손자가 새 임금이 되었습니다. 

나이가 어려 수렴청정을 해야 하는데 나보다도 열 살이나 어린 

시어머니가 있으니 어찌합니까. 

남편의 죽음까지도 정치적 계산을 했던 나인데 하늘이 내 뜻과 다르네요. 

아들은 화산의 아버지 옆에 묻혔습니다. 건릉이라 이름 붙여졌습니다.

그 후...

아들이 등용했던 남인들의 박해를 지켜보았습니다. 

나보다 열 살이나 어렸던 시어머니 정순왕후도 

환갑되던 해(1805년) 숨을 거두었습니다. 많은 죽음을 보았습니다. 

시부모, 친정부모, 남편, 아들, 친정 동생들까지. 

목숨은 길어 손자가 임금이 된 것도 15년이나 지켜보고 

81살의 나이에 눈을 감았습니다. 

53년을 남편 없이 살고 남편의 옆에 묻혔습니다. 내가 영악했던 게지요. 

소현세자의 아내 민회빈 강씨처럼 사랑하기에 남편의 뒤를 따르지 못했습니다. 

남편과 정치적 입장을 달리해서 친정아버지의 편에 섰고, 

아들의 보위를 약속받고 남편의 죽임을 받아들였던 여자였습니다. 

저승에서라도 남편과 함께 할 수 있을까요? 

며느리 효의왕후도 1821년 죽어 그 남편 옆에 묻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