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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훈이맘 칼럼 17] 책 속의 지식이 가슴으로...

[연이훈이맘 칼럼 17] 

책 속의 지식이 

가슴으로 전달되는 방법은 여행이다.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못했던 과거에는 사주에 역마살이 있다고 하면 

팔자가 세다는 말과 동일시되어서 그런 운명을 꺼려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세월이 변해 세계가 1일 생활권으로 묶이다 보니

역마살이 오히려 성공과 재운을 뜻해서 축복이 된다고 하니 

변화하는 세상사가 참 재미난 것 같다. 

운명인지 필연인지 우리 부부는 둘 다 역마살이 강하고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 재미삼아 본 아이들의 사주조차 그러하다 하니 

아이를 키우면서 여행은 우리 집의 주 여가생활이 되었다. 


보수적인 경상도 집안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나는 

자라는 동안 통금이 엄해서 친구들에 비해 자유롭게 다니지 못했다. 

20대 시절, 외국에서 공부하며 여러 국적의 친구들을 

만나는 재미도 쏠쏠했지만, 외국이라는 특정한 장소에 머무는 동안

우리나라 각지에서 어학연수 겸 유학을 온 한국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

좁다고만 생각했던 우리나라에 대해서도 생각이 달라진다. 

사회과부도나 지도에서 글자로만 접했던 지명인 광주, 목포, 창원, 울산, 

대전 등등 전국 각지에서 온 친구들을 해외에서 만나보면, 

각각의 지방색과 삶의 방식에 차이가 있는 것이 무척 흥미로웠고 

나에게는 또 다른 문화적 충격이었다. 


남편은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오래 살아 왔지만, 

지방의 문화와 특색에 대한 이해의 폭이 상당히 넓다. 

아이들에 거는 기대 또한 다양성을 인정하고, 타인의 다른 점을 

불편해하기 보다 포용할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주길 바라고 있어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부터 여건이 허락되는대로 

분기별로 국내외 여행을 다녔었다.  


요즘은 캠핑장도 잘 돼 있어 여행을 다니기가 편리해졌지만, 

우리집의 경우 깨끗한 소규모 모텔이나 민박 위주로 도시를 순례했다.

여행을 다니는데 있어 들어가는 비용이 중요하지만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현지에서 보내는 시간이었다.

각자가 바쁜 일정을 어렵게 맞춰서 떠난 것인만큼 

수박 겉핥기식 관광으로 머물지 않도록 일정을 짰다. 

빠뜨리지 말아야 할 그 지역의 명소나 박물관 등도 체크했지만, 

가능한 한 우리 생활상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재래시장이나 유서 깊은 맛집, 아이들 입맛에 맞는 먹을거리 등도

해당 지역 블로그를 통해 미리 정보를 얻었다. 


사람에게는 근본적으로 아날로그를 향한 회귀 현상이 있는지 

디지털 세대에 살고 있는 아이들이라 할지라도 인위적인 쇼핑 공간보다는 

자연적으로 발생한 그 지역의 재래시장 답사를 의외로 흥미로워 했다. 

둘째의 경우 국시 꼬랭이 시리즈에 나오는 고무신 기차라는 책을 

무척 재밌어 했는데, 지방의 한 재래시장을 둘러보던 중 고무신을 구입해

책 뒤편에 나오는 각종 차 모양의 고무신 꺽기 놀이를 하면 

한 동안 꽤 즐거워한 추억이 있다. 


주말의 경우 정체되는 차 때문에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지쳐버리거나 

서로 짜증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국내 또한 해외 여행을 가듯

새벽에 일찍 출발해서 가능한 여행지에서 여유롭게 쉬면서 

온전한 시간을 누리기도 했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다닌 여행으로 곳곳에 많은 추억이 서려 있지만 

그 중에서도 군산, 문경, 목포, 남해 등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군산의 경우 건축양식이나 조경 방식이 일본 식민지 역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서인지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마치 

일본의 소도시를 시간 여행하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들었다.

(히로스 가옥, 일본식 사찰 동국사 등) 

목포는 한겨울에 갔었는데 흩날리는 눈발 속에서 위안부 소녀상을 

근대 역사관 앞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 어떤 역사 서적보다 

더 큰 메시지가 묵직하게 전달되었다.

고학년이 된 아이들도 꽤 놀란 눈치였고 한동안 먹먹해 있었다.


문경은 친정 부모님과 여름휴가를 함께 보낸 장소로 

진도 아리랑에 나오는 문경새재라는 곳을 실제로 가는 것이냐며 

출발하기 전부터 아이들은 설레어 했었고, TV 예능 프로에서 본 

산막이 길을 직접 걸어본다며 너무나 즐거워했었다.


 진도 아리랑 

 문경 새재는 웬 고갠가~ 

 구부야 구부구부가 눈물이 난다.♪ 


문경에는 큰 드라마 세트장이 있는데 운이 좋게도 우리가 갔을 때  

사극 촬영을 마친 시점이어서 수백 명의 엑스트라들이 

전통 의상을 그대로 입은 채로 반대 방향에서 걸어 나오는데 

마치 우리 가족이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 시대의 저잣거리를 걷는 기분이었다. 

이제 그 아련한 장면은 문경하면 떠오르는 우리 가족만의 

소중한 추억의 한 페이지가 되었다. 


목포라는 지명은 '나무가 많은 포구'라는 뜻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을 

지난 번 목포 여행 중 지역 박물관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이순신 장군의 일화가 있는 비오는 날의 유달산 언덕도, 

남해, 통영의 여행 중 한산대첩 축제기간과 겹쳐 미션을 완수하고 

기념 마패를 선물로 받은 추억 또한 아이들은 평생을 간직할 것이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이라면 학원대신 차라리 여행을 다니자. 

엄마도 반복되는 가사노동에서 해방될 수 있어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집에서 미처 나누지 못했던 마음속의 깊은 대화도 

새로운 장소에서 가볍게 할 수 있게 된다. 

아이랑 의도치 않은 말다툼이 생겼을 때, 말 없이 집 근처 공원을 

산책만 해도 정서가 환기 되는 것처럼 아이와의 관계에도 도움이 된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내 나라 구석구석을 

돌아 볼 수 있었던 것도 나에게 축복이었다. 

때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육아의 시간은 결국 지나갈 것이다. 

그 속에서 부모도 함께 기꺼이 배우고 성장해 나갈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어떤 육아이던지 의미 있고 보람 될 것이다.









글을 쓴 이소영 선생님(닉네임 연이훈이맘)은 

푸름이닷컴 13년차 회원으로 중 3학, 초 6 남매를 둔 엄마입니다.

강남 학부모 아카테미, 미술심리상담 부모교육, 서울가족학교 청소년 부모교실,

학부모 독서교육전문가 과정, 강남교육지원청 스토리텔링 영어과정 등을 수료했고, 

전시장에서 통역 활동과 교육 매거진 <엔써>의 학부모 기자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교육청 진로코치위원과 서울시 청소년 미디어센터 

유스내비 강남구 지역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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