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아기 내버려둬야 할까, 달래야 할까?
아기는 첫 1년 동안 많이 운다.
어떤 육아책에서는 아기를 울게 내버려 두라고 조언한다.
아기가 울 때마다 부모가 달려가면 나중에 버릇 없는 아기가 된다고 설명한다.
실비아 벨과 메리 에인스 워스 박사는 이 주장이 옳은지 알아보기로 했다.
두 가지 상반된 가설이 도마에 올랐다.
먼저, 울 때마다 부모가 달려가면 우는 행동이 관심을 끌기 때문에 더 많이 운다는 가설이 있다.
또 하나는 아기에게 민감하게 반응을 보이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가
더 빨리 성숙한 의사소통 방법을 익힌다는 가설이다.
두 가설 가운데 어느 쪽이 옳은지 확인하기 위해
1년 동안 아기들을 관찰한 결과 명확한 답이 나왔다.
아기가 울 때마다 반응을 해주면 9개월 넘어서면서 우는 횟수가 줄었다.
울 때 반응을 해주지 않은 아기들은 우는 횟수가 거의 줄지 않았다.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의도적 의사소통을 하기 전이라도 아기가 보내는 신호를
해석하려고 노력하면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략)
모든 아기는 때때로 우는데, 어릴 때 더 많이 운다.
9~12개월 아기가 우는 정도는 그 전에 아이가 울 때
부모가 어떻게 반응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울음소리를 듣고 부모가 상황을 개선하려고 노력하면, 아기는
세상이 자신의 불편함에 반응을 보이므로 심하게 울 필요가 없다고 믿게 된다.
이런 아기는 환경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고 느낀다.
반면 부모를 화나게 만들고 통제하려고 아기가 운다고 믿는 부모들도 있다.
이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아기는 세상이 자신의 요구에
끔찍하게 응답하지 않는다고 배운다.
그래서 섬세하게 불편함을 표현하면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을 것이다.
결국 불편함을 해소하려고 더 심하게 우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이런 아기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응시와 소리 내기, 몸짓 같은
더 높은 수준을 이용하는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늦어진다.
의도적 의사소통으로 이행하는 과정을 알아보려고
첫째 아이인 6~11개월짜리 12명과 그 엄마들을 대상으로 연구했다.
이 연구는 엄마와 아기의 관계에서 아기가 소리 내기와 응시,
몸짓을 이용해 목표를 이루게 해주는 요소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첫째, 이 연구에 참가한 엄마들은 대부분 아기의 행동을 육아 일기로 기록했다.
눈맞춤을 비롯해 가리키기와 순 뻗기 같은 몸짓, 울음, 칭얼대기,
소리 지르기, 옹알이 따위를 모두 소통하려는 시도로 해석했다.
아기의 소리 내기는 특별히 기록했다.
둘째, 엄마들은 육아 일기에 의사소통 발달 수준을 비교적 정확하게 평가했다.
엄마들은 아기의 행동을 관찰했으며, 아기의 의사소통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판단해 주었다.
세번째는 핵심과 가장 관련이 깊은 내용인데,
아기의 행동에 의도가 있다고 본 엄마들은
아기가 의도적 의사소통 행동에 더 일찍 참여했다고 보고했다.
반면 아기가 의도적 의사소통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부모들은
그보다 더 늦게 아기가 의도적 의사소통을 시작했다고 보고했다.
왜 그럴까?
우리가 어떤 행동을 소통의 시도로 판단하면
그 행동에 따라 아마 다르게 반응할 것이다.
다시말해 아기의 행동을 엄마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엄마의 반응이 달라진다.
그리하여 엄마는 의사소통 하려는 아기의 시도를 강화할 수 있는 것이다.
간단한 예를 보자.
잘 알고 지내는 사람이 길에서 당신을 외면하고 지나갔다고 하자.
그 사람이 의도적으로 당신을 무시했다고 생각하면
다음에 그 사람을 만날 때 다르게 행동할 것이다.
아마 그 사람을 피하거나 아주 냉정하게 대해 화가 났다는 걸 알릴 것이다.
그런데 그 사람이 당신을 못 보고 지나쳤거나 딴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면
다음에 그 사람을 만날 때 친절하게 대할 것이다.
다른 사람의 행동에 대한 판단은 우리 행동에 영향을 끼친다.
부모가 제때 적절하게 반응을 보여준 아기들은 울음이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부모를 움직이게 만드는 법을 배운다.
영국의 대인관계와 의사소통 연구자 존 쇼터는 이 과정을 잘 묘사했다.
처음에 아이에게는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킬 힘이 거의 없다.
하지만 엄마는 아기의 행동에 담긴 의도를 해석할 수 있을 정도까지
아기가 행동을 보강하고 완성하도록 도울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아이와 함께 아이의 욕구 충족을 협상한다.
적어도 엄마는 아이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다.
엄마는 아기의 행동에서 의도를 짐작하고, 아기가 이용할 수 있는
도구나 메커니즘이 되어 아기의 의도를 들어준다.
다시 말해 아기의 행동을 의사소통 의도가 있는 것으로 받아주면
결국 그렇게 된다는 것이다.
의도적 의사소통이 시작되었을 때 부모가 아기와
기꺼이 협상하는 것도 같은 결과를 낳는다.
부모가 아가의 모호한 의도를 두고 기꺼이 협상을 할 때
아기에게는 두 가지 메시지가 암암리에 전달된다.
부모는 아기에게 "그래, 네가 뭔가를 말하려 하고, 네 마음을 전달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엄마는 믿어", 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아기의 의사소통 시도를 정당화해주는 것과 같다.
또한 부모는 아기가 더 좋은 의사소통 수단(단어 같은)을 배울 수 있도록 해준다.
이는 의사소통 방법을 배우려는 아기의 시도를 존중해주고 보답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요구를 다 들어주라거나
12개월짜리 아기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아이는 어떻게 말을 배울까>
로버타 미치닉 골린코프, 캐시 허시-파섹 공저 | 교양인
아기는 엄마가 생각하는 방향대로 간다.
엄마가 아이를 부족한 존재로 바라보면, 계속 부족한 점만 보이겠지만,
아이를 완전한 존재로 바라보고 아이의 의사를 존중해 주면,
아이의 의사소통 능력은 계속 발전해 갑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을 다 받아주라는 말은 아니죠.
아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귀 기울여 들어주라는 말...
안 되는 행동은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해 줘야 겠죠.
이후의 내용은 ...
이렇게 반응해 주며 아이의 언어 수준을 기록한 결과,
9개월일 때 아이가 이끄는 대로 부모가 따라주고, 관심있어 하는 것에 반응을 보인 경우,
13개월 때 이해하는 단어수가, 그렇지 않았을 경우에 비해 훨씬 더 높았다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