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이 아름다운 곳, 수종사
새해 첫 연휴, 왠지 의미 있게 보내야 할 것 같아
아침 일찍 가족과 함께 수종사에 올랐어요.
남한강과 북한강이 하나로 합쳐지는 곳,
수종사에 앉아 강 줄기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새해를 맞이하는 이벤트로 괜찮을 거라 생각했지요.
수종사에서 바라보는 두물머리가 일품이라며,
산에 안 간다는 아들을 꼬셔서 올라갔지만,
짙은 안개로 인해 아무 것도 볼 수 없었습니다. ^^
"운길산 수종사"
신라의 고찰이라고 전해지지만 증명할 자료는 없어요.
수종사에 대한 기록은 조선 초.
정적을 많이 죽였던 세조는 피부병과 정신 질환을 앓았습니다.
요양차 오대산에 머물렀다가 한양으로 돌아오는 길,
운길산 근처에 묵은 세조는 새벽녘 은은한 종소리를 듣게 되요.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갔더니 18 나한상이 있는 토굴.
바위틈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종소리처럼 울린 것이죠.
세조는 그 자리에 절을 짓고 이름을 "수종사(水鍾寺)"로
붙였다고 전해집니다.
하지만 수종사 사리부도에 "세종 21년, 왕실의 명으로
사리부도를 세우다" 라는 글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이전부터 사찰은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일주문을 지나면 "불이문(不二門)"이 나옵니다.
둘이 다르지 않다, 즉 너와 내가 다르지 않고(하나이고),
선과 악이 다르지 않고, 생과 사가 다르지 않으니,
세상 만물이 본질적으로 하나라는 깨달음에 이를 때
해탈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사찰로 들어가는 마지막 문입니다.
가파른 언덕을 오르면 수종사 경내로 들어섭니다.
처음 마주하는 건물이 다실 "삼정헌(三鼎軒)".
이른 아침임에도 차 마시러 온 사람들로 자리가 없어요.
이곳에서 내려다 보는 한강의 모습은 최고입니다.
서거정이 '동방의 사찰 가운데 제일의 전망'이라며
극찬을 했건만, 그날은 한강은 볼 수 없었어요.
기다리면 사라질 것 같았던 안개는 걷히다 말고,
끝내 먼 거리까지 보여주지 않네요.
대웅전에는 새해를 맞아 기도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조용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서 스님의 독경 소리만
은은합니다. 마음이 고요해 지는 순간...
수종사의 명물,
세조가 심었다는 수령 550년의 은행나무입니다.
수령이 오래된 은행나무는 많지만,
산 정상에서 이정도 크기로 자란 나무는 흔치 않지요.
북한강을 내려다보는 웅장한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은행나무 뒤에 범종각을 새로 세웠어요.
상량식이 있었는지 아직도 오색 천이 걸려 있지만,
단청만 칠하면 완공이 될 겁니다.
2년만에 다시 찾은 수종사는 잠깐 사이 많이 변했어요.
물건을 나르던 케이블카는 사라지고 차가 드나들 수 있도록
도로를 놓았네요. 경관을 해치지 않은 것이 천만 다행입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수종사를 내려가는 길,
산에 가길 거부했던 아들은 여전히 연행되는 수준입니다.
ㅎㅎㅎ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이곳은 겨울이 가장 아름다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