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기 정신적 힘은 어떻게 자라나는가
주먹을 입으로 가져가는 행위 속에 숨은 정신적 욕구
이제 막 태어난 아이는 의식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자기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온전히 알고 있다. (13쪽)
(중략)
부모들은 갓난아기를 그냥 먹여주기만 하면 되는
작은 동물로 생각하지만 그것은 큰 오해다.
최초의 발달단계에 있는 인간의 정신에는
서로 다른 두 욕구가 있다.
보존하려는 욕구와 창조하려는 욕구,
곧 무엇을 가지려는 욕구와 실험해 보려는 욕구다.
아이가 분명한 목적을 갖고, 어떤 일을 할 수 있게 되고,
제 손에 힘이 있다는 것을 알기 시작하면서
의식적인 눈이 뜨이기 시작한다.
아이는 맨 처음 자신이 손이란걸 갖고 있고,
이 손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때 아이와 엄마 사이에 최초의 오해가 생겨나게 된다.
아이가 큰 소리로 울고 몸을 뻣뻣하게 뻗으며
팔다리로 여기저기를 치거나 차면
엄마는 어이를 달래기 위해 달콤한 젖을 먹여준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아이는 살아가는 데 중대한 일차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성공했지만, 한편으로는 결정적인 순간에 엄마 때문에
제 손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려고 했던 욕구가 저지당하게 된 것이다.
갓난아이는 주먹을 입에 놓어 보려고 안간힘을 쓴다.
입에다 주먹을 넣으려고 하는 것은 그 시기의 아이들에게는
입에서 느끼는 감각이 생의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원천이기 때문이다.
유일한 기쁨을 맛본 아이는 되풀이해서 그 경험을 하려 한다.
그래서 제 손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눌라운 사실을
발견한 후로는 이 힘을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사용하려고 한다.
그 동기는 순전히 이기적이고 원시적이다.
노력의 결과로 팔심이 점점 강해지고, 이는 또 더 강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데, 이 흥미야말로 정신적인 행위이다.
이제 아이는 손을 가만히 두려 하지 않고
자꾸만 입으로 가져가고 싶어 한다.
이때 아이가 애쓰는 모습을 본 엄마가 아이를 대신해
얼른 아이 주먹을 입으로 가져다 대주면 아이는 울음을 터뜨린다.
그 까닭은 아이가 원래 하고자 했던 것이 주먹을
입으로 가져가는 과정에서 맛보는 즐거움이었기 때문이다.
아이가 우는 것은 하려는 일을 못하게 된 근본적인 불만 때문이다.
아이의 창조적인 힘을 방해한 셈이다.
아이는 자기 목표를 좌절시키는 도움을 싫어한다.
왜냐하면 소유하는 것보다는 행동하는 것이
어린아이의 삶을 지배하는 원리이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창조적이거나 정신적인 욕구가 점차 약화되어
자신이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기보다는
의미 있는 것을 소유하는데만 힘을 기울인다.
그러나 아이는 정신적인 갈망에 역점을 둔다. (14-15쪽)
(중략)
현명한 부모라면 이루지 못한 일은
언제든지 기어코 해 보려고 하는
아이의 본성을 존중하고 신뢰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잘못된 교육을 받은 어른은 창조적 충동과 정반대인
소유적 충동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
교육은 아이들 내면에 있는
영적인 요소를 일깨우는 것이다.
어른들이 그것을 집어넣어 줄 수는 없다.
그것은 인간의 내면에서 나오며
묶어두거나 방해할 수 없다.
어린아이의 주먹을 입에 갖다 대주어
아이가 하고자 하는 일을 거든다면,
그것은 아이에게 정신적 기쁨 대신
단순한 감각적 기쁨을 맛보게 한 것이며
아이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것을 얻지 못하게 방해한 것이다.
(25쪽)
정신은 매우 역동적이어서 그 힘은 결코 파괴할 수 없다.
정신의 힘은 발전되어 나아가야 하는데,
여러 가지 방해와 억제로 그러지 못하면 퇴보하게 된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이며,
퇴보한다는 것은 통과하고 지나쳐 가야 할 여러 가지
쾌감에 퇴행적으로 고착되는 것을 말한다.
유아적 형태로 굳어진 소망이나 목표는 훗날
병약함이나 성격적 결함, 혹은 아 두가지 모두를
초래할 수 있다.(26쪽)
(중략)
문자 그대로 진정한 의미에서 손상되지 않은 아이,
즉 무엇인가 하고자 하는 아이의 본성이 방해받는 일 없이
생활할 수 있는 아이는 그 힘을 진전시켜
보다 높은 차원으로 나아간다.
그런 아이는 몇 년 뒤에 자전거 타기를 배울 때
제 자전거로 길을 마음껏 오르락내리락 한다.
충분히 기술을 익히고 나서는 보다 어렵고
높은 목표로 나아가게 된다. 이와같이 아이는 놀이에서
스스로 여러 가지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자기교육(self-education)을 계속하게 되며,
항상 내면의 창조적 충동에 따라
자신의 여러 힘을 키우기 위해 노력한다.
이 원리는 평생동안 계속된다. (27쪽)
<아이들은 어떻게 성장하는가>
호머 레인 저 | 민들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