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자전거 코스가 될지도 모르는...
하늘에서 본 선유도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지 8개월, 겨우 초보 티를
벗어날만한 시점에서 첫 황금연휴를 맞이했습니다.
5월 초에 집에서 군산까지 자전거 종주를 준비했건만,
아들은 5월 1일이 중간고사 마지막날이라고 합니다.
5월 1일 연휴 첫날,
아들은 저녁이 되어 들어왔어요.
시험 끝나고 친구들과 놀다 온 것이죠.
아내는 동네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새벽에 3시에 들어왔어요.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바로 자전거를 타고
군산까지 가려했는데...
이미 출발이 늦었으므로, 방법을 바꿔
자전거를 차에 싣고 군산까지 가기로 합니다.
아내가 들어온 걸 확인하고 새벽 3시에 군산으로 출발했죠.
아침 일찍 군산여객터미널에 도착.
구내식당에서 아침을 먹으며 선유도 상황을 듣고는
자전거는 차에 두고 배에 올랐죠.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로드 자전거로는 힘들다고,
선유도에 내려 MTB를 빌려 타는 게 좋다고 합니다.
참 개떡같은 자전거를 빌려타고, 선유도를 돌았어요.
선착장에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망주봉.
선유도를 찾는 사람들 대부분이 정해진 코스인양
다 망주봉을 향해 갑니다.
어디를 먼저 갈까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섬.
선착장 주변에서 망주봉으로 이어지는 명사십리 해수욕장.
바닷물이 빠져 몇 배가 더 넓어 보이는 모래사장이
망주봉까지 반달모양으로 펼쳐집니다.
이렇게 이국적인 풍경이라니...
민박집 담벼락에 그려놓은 포토존.
망주봉 주변으로 민박집이 몰려 있어
여행객을 실어나르는 봉고차들이
자전거의 유일한 방해꾼입니다.
망주봉을 돌아 나와 대장도로 들어가는 길,
대장도에는 우뚝 솓은 바위산 밑으로 팬션들이 몰려있습니다.
가게 앞 평상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다가,
대장봉에 오르자고 아들을 꼬셨죠.
(우리집 아이들은 산을 아주 싫어해요. 어릴 때부터
산에 끌고 다닌 부작용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선유도의 모든 것이 다 좋았는지, 순순히 따라오네요.
가게 앞에 자전거를 묶어두고 짧은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정상까지 오르는 길목, 어디를 보아도 눈이 호강입니다.
150미터의 짧은 구간에 다양한 코스가 압축되어 있네요.
마지막 가파른 절벽의 등반을 앞두고 잠시 쉬는 동안
겉옷을 벗고 쪼그리고 앉은 아들, 산행에 대한 불만이
나오기 시작한 듯... ㅠㅠ
산행의 고통은 잠시,
정상에서 본 고군산군도의 모습은 기대 이상입니다.
어느 방향을 둘러봐도 이런 풍경이 없어요.
가슴이 뻥 뚫리고, 시원합니다.
직접 찍은 사진은 아니지만,
선유도의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이는 풍경입니다.
선유도에 가면 선유봉이든 대봉 전망대든 꼭 한 번 올라가 보세요.
고개를 돌리는 족족 화보같은 풍경이 나옵니다.
(망주봉은 전문 산악인이 아니면 못 올라가요.)
대장봉에서 내려가는 길,
길을 잘못 들어 밧줄을 타고 내려가는 코스로... ㅠㅠ
짧은 구간이지만 70도가 넘는 급경사입니다.
한 때는 파쿠르(야마카시)를 한다고 날아다녔던 아들이건만,
밧줄을 갈아타는 과정에서 바위에 쓸리며 찰과상을 입었네요.
게다가 밧줄은 다 낡아서 곧 끊어질 것 같고...
뭐 이렇게 위험한 곳이 다 있나 싶었는데,
다 내려가서 보니 위험 표지판이 있어요.
"이 코스는 등반이 금지되었으니 다른 곳으로 돌아가시오."
헐~ 이 사람들... 그렇게 위험하면
위쪽에도 안내판을 만들어 놨어야지!
다시 무녀도로 들어가는 길에서 스마트폰 완전 방전.
섬에 가면 스마트폰 배터리가 금방 닳아요.
새벽에 급히 나오느라 보조배터리도 두고 왔고,
선착장과 민박집 근처 빼고는 충전할 만한 곳도 없어요.
눈으로 담을 수 밖에 없었던 아름다운 섬 여행.
지금은 새만금 방조제 중앙의 신시도에서 선유도로 들어가는
다리를 만들고 있어요. 다리가 완성되면 고군산군도의
모든 섬들이 군산과 부안으로 연결이 되죠.
도로가 좁아 차가 다니기도 불편한 섬이라
가장 효과적인 이동수단이 자전거가 될 텐데,
자전거 도로만 잘 닦아두면 최고의 자전거 코스가 될거예요.
선유도를 나와 편의점에서 충전을 하고,
새만금 방조제를 달렸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지평선을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도로 중 하나일겁니다.
이 구간을 최고 속도로 달린 것이 시속 35킬로,
(사이클 선수 평균 속도가 시속 65~70킬로)
그 이상은 무서워서 못달리겠어요.
게다가 대략 500m 간격으로 조그만 턱이 있어 깜짝 놀랐습니다.
전기 케이블을 감싼 턱이지만, 빠른 속도로 달릴 때는 충격이 커요.
새만금 휴게소까지 갔다가 돌아아오는 길.
해질녘이 되니 거미줄이 입에 걸려서 얼굴을 가려야 해요.
한 밤중에 군산 시내에 도착, 식사를 하고 서울로 출발했으니,
거의 무박 3일의 자전거 여행이 됐어요.
다음부턴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다니자 했더니, 아들 왈,
"자전거를 타러 왔으면 자전거만 타고, 등산은 하지 말아요!!"
늘 할말 없게 만드는 아드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