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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다산 정약용의 생가 마재마을 가다

다산 정약용의 생가 마재마을을 가다

 

 

 

 


 

 


 

  



군산과 부산으로 자전거 여행을 떠나기 전에

새 자전거를 사주겠다는 약속대로, 

생일 선물로 아들에게 전거를 사줬습니다. 

마나 좋아하는지 자전거를 방안에 세워두었네요.  

 

 



뜬금없이 자전거 그림까지 그려가며

주말이 되기만을 기다리는 아들을 보며 잠시 갈등... 

1월 31일(토요일), 심리성장강연에 참석하기로 했던 마음을 접었습니다. 

그 다음날 있을 유신지유사랑 강연만 참석하기로 하고

아침 일찍 자전거를 끌고 집을 나섰죠.


바람도 차가운 영하의 기온, 

다음날 출근을 위해 무리하지 않는 코스로 잡은 것이

구리시에서 양평역까지 이어지는 남한강 자전거길, 

중앙선 열차를 타고 구리에서 내려 자전거로 양평역까지 달렸습니다.

45km 정도의 짧은 거리를 달리는 만큼 

중간에 있는 정약용 생가를 들러보기로 했습니다.   


 

 




 

연인들의 주말 데이트 코스, 

평상시라면 젊은이들로 붐볐을 팔당댐 주변이 한적합니다.

아무도 없는 터널에서 고함 한번 질러주는 센스... ^^

터널 안이 쩌렁쩌렁하게 울리네요. 

 

 



 

구름한 점 없는 파란 하늘과 꽁꽁 언 강물,

차가운 공기에 대기마저 얼어붙은 듯 

주변의 풍경은 정지된 화면처럼 고요하기만 합니다. 

어디를 둘러봐도 그림같은 풍경이 겨울 여행의 진수를 보여주네요. 

 


폐쇄된 능내역을 지나서 고개 하나를 넘으면 

정약용 형제들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마재마을이 나옵니다.

시간의 흐름을 잊게 하는 강가의 작은 마을, 

소박함이 느껴지던 예전의 모습과 달리, 

주차장에는 대형 관광버스들이 늘어서 있고,

식당이 새로 생기며 여기저기 널린 간판과 식당 현수막으로 

어수선하고 산만하여 마재마을의 옛 모습을 잃어버렸습니다. 


 

 



강변쪽으로는 생태공원이 조성되었지만 아직은 제 형태를 찾지 못했죠. 

공원에 서서 바라 본 한강의 모습입니다. 

멀리 보이는 섬 뒤쪽으로 경안천이 합류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경안천을 거슬러 올라가면 정약용 형제들이 

천주교 교리를 공부했던 천진암이 나오죠. 

정씨 형제들은 집 앞의 나룻터에서 배를 타고 

강 건너 사찰의 암자에 숨어 성경을 공부했습니다. 


생태공원 산책로에는 정약용의 일생을 기록한 안내판

10여 개가 연대순으로 줄지어 세워져있네요. 

안내판의 글을 모아보면 이렇습니다.   


1762년 마재마을 출생, 4살에 천자문을 떼고 7살에 시를 지어 신동으로 불림.

1777년(16살) 성호 이익의 글을 읽고 실학자가 되기로 마음 먹다

1783년(22살) 성균관에 들어가 정조 임금을 뵙다

1784년(23살) 이벽과 서양학문에 대해 토론하며 큰 충격을 받다

1789년(28살) 배다리를 설계하다

1792년(31살) 거중기를 이용하여 화성을 쌓다.

                공사비 4만냥을 줄여 백성들의 칭송을 받다

1794년(33살) 암행어사가 되어 고통받는 백성을 위해 탐관오리를 잡아내다

1799년(38살) 형조참판이 되어 과학수사관으로 활약하다

1801년(40살) 신유박해 모함으로 고문을 받고 강진으로 귀양

1801~1818(40~57살) 강진에서 귀향 생활. 제자를 가르치고

                학문을 연구하며 국가개혁을 주장하는 책을 내다

1822년(61살) 여유당집 500권을 펴내다

1836년(75살) 결혼한지 60년 되는 날에 고향 마재에서 눈을 감다


정약용 형제들에 대한 기록도 있었다면 더 좋았을 뻔했습니다.

정약용이 실학사상을 집대성한 학자라고 하지만, 

그의 형제들 또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인물들이죠.


정약용은 위로 3명의 형님과 누님이 한 명 있었습니다. (5남매 중 막내) 

정약용의 누님은 최초의 천주교 영세자 이승훈과 결혼했습니다. 

그래서 정약용과 이승훈은 사돈지간이 됩니다. 

이승훈에게 영세를 받은 최초의 전도자 이벽.

그 이벽의 누나와 큰 형 정약현이 결혼을 하며,

정약용은 이벽과도 사돈지간이 됩니다. 

정약용이 가장 존경하고 따랐던 멘토이자 둘째 형인 정약전,

흑산도에 유배되어 최초의 어류백과인 <자산어보>를 쓴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실학자입니다. 

정약전과 이벽은 죽마고우, 흔히 말하는 불알친구여서 

정약용은 이벽과도 가까이 지내게 됩니다. 

셋째 형 정약종은 이승훈과 함께 초기 천주교를 이끈 지도자죠.

정약용의 어머니는 해남 윤씨 윤두서의 손녀였으니 

그야말로 빵빵한 명문가 자손이자, 당대 최고의 진보세력이었습니다.


정약용이 살던 생가는 별채였습니다. 

당시 신분과 지위에 따라 주택 규모에 제한이 있었지요. 

정약용의 할아버지는 100칸 집을 지을 수 없는 지위라, 

본가 88칸 근처에 별채로 여유당 30칸 집을 지은 것입니다.  

 

 


 





 

생가의 정문을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마주 보이는 건물이 '여유당'입니다. 

강이 내려다 보이는 고즈넉한 모습과 '여유당'이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는 듯 보이지만, 사실 여유당에는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여(與)는 의심이 많은 동물이고, 유(猶)는 겁이 많은 동물이니, 

만사에 조심해가며 살아가자는 뜻이 담겨있는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정조의 죽음 이후 가문이 멸족할 정도로 변을 당했으니....

정약용 형제들의 참변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사신인 아버지를 따라 북경에 갔던 이승훈은 

그곳에서 천주교 교리를 배우고, 베드로라는 세례명으로 돌아옵니다.

중국에서 가져온 천주실의 등의 서적을 이벽에게 건네주었죠. 

이벽은 책을 읽으며 천주교에 깊이 빠져듭니다.


그리고 정약용 가족의 운명을 바꿔 놓은 날, 

정약용의 큰 형수이자 이벽의 누나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납니다. 

장례를 치르기 위해 마재마을을 찾았던 이벽은 

정약용 형제들과 같은 배를 타고 서울로 돌아갑니다.  

그 배 안에서 형제들은 이벽에게 천주 사상을 처음 접하게 되고, 

정약전, 정약종, 정약용 형제는 이벽의 집을 찾아가 

천주실의를 빌려 읽습니다. 그리고는 지금의 명동성당 자리인 

명례방에 모여 성경 공부를 시작한 것이 발단입니다.  

이 집회가 발각되며 천주교 탄압이 시작되었죠. 


정약용 형제들은 고귀한 혈통! 양반집 자제라는 이유로 

옐로우카드만 받고 사건이 마무리 되었지만,

그 꼬리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던 세력들에 의해 참변을 당합니다. 

(훗날 외사촌인 윤지충의 진산사건까지 연결이 됩니다.)  


문제가 크게 터진 것은 정조대왕의 죽음 이후입니다.

정조의 아버지 사도세자를 죽이는데 앞장섰던 정순왕후가

궁궐의 최고 대빵인 대왕대비가 되었으니, 

정적인 남인세력 중심의 천주교를 탄압하기 시작합니다. 

이 사건(신유박해)으로 셋째 형 정약종은 사형을 당했지만, 

셋째 형이 쓴 편지 글로 인해 정약전과 정약용은 목숨을 구합니다.

 

셋째 형이 신부와 주고 받았던 서찰과 일기가 압수되었는데,

그 속에 "둘째 형(정약전)과 막내(정약용)가 함께 배우려하지 않아

한스럽다"는 편지글이 나왔고, 정약종이 받은 편지에서도

"자네 아우(정약용)가 알지 못하게 하게나" 라는 내용이 나옴으로써 

두 형제는 사형을 면하고 유배를 당하게 됩니다.


형제는 유배지에서도 편지를 주고 받으며,

조선 백성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고민을 합니다.

"바다 건너에 세계가 보이는데... (정약전의 탄식...)"  

고민하던 정약전은 흑산도 주변의 어족 자원을 탐사해 

어류백과인 <자산어보>를 집필했고, 

동생인 정약용은 유배지에서 <여유당집> 500권을 집필합니다. 

  

 

 


 

여유당 뒷편의 가파른 언덕을 오르면 정약용의 묘가 있습니다. 

그곳에 바라보면 생가 일대가 한 눈에 들어오고,

멀리 강 건너편으로는 천진암이 위치한 산이 보입니다. 

천진암이 있던 자리에 셋째 형 정약종의 묘가 있고, 

천진암 인근의 가족 묘에 둘째 형 정약전이 뭍혀 있습니다.  

(이곳을 꼭 찾아가 보리라...기약하고 있습니다.)


너무나도 애뜻했던 형제 사이...

정약용은 유배지에서도 형님을 만날 날을 기다려 왔죠.

하지만 형님이 죽었다는 편지를 받았으니, 

정약용의 절망은 처절하기까지 합니다. 


 6월 6일은 우리 약전 형님이 세상을 버리신 날이다.

 아아, 어지신 분께서 이처럼 곤궁하게 세상을 떠나시다니, 

 원통한 죽음 앞에 나무나 돌맹이도 눈물을 흘릴 지경인데

 다시 말해 무엇하겠느냐. 외로운 천지 사이에 약전 형님만이 

 나의 지기였는데 이제는 그분마저 잃고 말았구나.

 사람이 자기를 알아주는 지기가 없다면 이미 죽은 목숨보다 못한 것이다.

 네 어미가 나를 제대로 알아주랴, 너희 자식이 이 아비를 제대로 알아주랴, 

 나를 알아주던 분이 돌아가셨으니 어찌 슬프지 않겠느냐....


그렇게 서로를 그리워했던 두 형제는 

죽어서도 강을 사이에 두고 먼 발치에 떨어져 있네요.

보일듯 말듯 하는 안타까운 거리에서...


 

 

실학박물관

생가 앞에는 실학박물관(http://silhak.ggcf.kr/)이 있습니다.

그렇게 볼거리가 많은 곳은 아니지만, 

초중고 교과서에 실린 실학 관련 내용을 정리한 박물관이라 

학습에는 도움이 될만한 곳입니다. 

 


 


박물관 앞에 놓인 홍이포(1637년 중국산). 

네덜란드의 옛이름이 홀랜드였기에 홍이(紅夷)라 표기한 것인지, 

머리가 붉은 서양인이라 홍이(紅夷)라 부른 것인지, 

네덜란드 영웅 오렌지공 때문에 홍이(紅夷)가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네덜란드에서 전래된 대포라 해서 "홍이포"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네덜란드 축구 대표팀을 "오렌지 군단"이라 하는 걸 보면

어째든 붉은 색과 연관이 있는 듯 ...)

 

 

 

 

이수광의 <지봉유설>, 3,435항목의 백과사전입니다. 

<이익사설>과 함께 실학사상을 대표하는 책으로 읽어볼 만합니다.

<이익사설>은 오늘날의 신문 사설처럼 

당시 조선 사회의 일들을 사설 형식으로 기록한 책이고, 

<지봉유설>은 조선판 백과사전으로, 항목별 분류가 인상적이었던 책. 

그중 동물 항목을 보면 이런 글도 있습니다. 


 해돈(海豚)

 명종 19(1564) 갑자년간에 한강에서 큰 물고기가 나왔다.

 크기가 돼지만하고 빛깔은 희고, 길이가 한 길은 넘으며,

 머리 뒤에 구멍이 있다. 그 이름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대개 바닷고기가 조수를 따라서 거슬러 올라온 것이라고 했다.

 살펴보건대, <운부군옥>에 보면 "해돈(돌고래)의 머리 위에 구멍이 있어

 그 구멍으로 물을 뿜어 올린다"라고 했으니 바로 이 동물이다.

 

한강에 댐과 보가 없었던 조선시대에는 

돌고래가 한강까지 올라왔습니다. 

(흰색이란 것으로 보아 상괭이인듯)

 


 

 

나의 시선을 끌었던 한 폭의 그림, 

지금의 성산대교 인근에서 한강 상류를 보며 그린 그림입니다.

강 왼쪽 산자락 끝의 바위가 지금의 절두산이고,

바로 맞은 편에 있는 삼각형 모양의 섬이 지금의 선유도 공원이죠.

오늘날 한강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입니다. 


 

 





박물관을 나와 양수리 일대를 돌아보고, 양평역을 향해 달리는 길, 

양수대교를 건너서부터는 옛 중앙선 철길을 따라

대략 6곳 정도의 터널을 통과합니다.  




양수대교부터 쉬지 않고 달려 오후 3시 30쯤 양평역 도착, 

운동량이 부족한 듯해서 양평 체육공원까지 더 달려 봤지만...

저녁이 되면 더 추워질거라 예상되어 이 곳에서 라이딩 종료. 

이 나무 밑이 정확한 반환점입니다. 

세워두었던 자전거를 방향만 돌려놓은 후 찍은 인증샷!!

자전거를 사 줬더니 인증샷 찍을 기회도 주네요.

마치 써비스라는 듯...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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