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셈과 뺄셈 놀이
나는 몇 년간 2학년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쳤다.
요즘 2학년 수학 시간에는 덧셈 뺄셈을 가르치기 위해
연습 문제만 반복적으로 풀게 하지 않는다.
문제를 풀기만 해서는 폭넓은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덧셈 뺄셈을 가르치면서 아이들에게 숫자 감각을 개발시켜 주고,
숫자에 대한 직관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자기 생각에 자신감을 가지고 융통성 있게 문제를 풀 수 있다.
또 수학을 가르칠 때는 언제나 아이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시키고,
언제까지라도 수학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수업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까?
아이들이 셈하기나 조합, 비교하기 등을 직접 경험하도록 도와야 한다.
수업의 일례를 살펴보자.
"애들아 내가 1분 동안 칠판에 얼마나 많은 별을 그릴 수 있을까?"
"20개요"
"100개쯤이요."
"많이요."
이 나이 또래부터 양(量)을 구별하기 시작하는데,
대부분 크게 어림짐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다음 나는 아이들에게 시계를 보고 1분이 되면 말하라고 했다.
(시계 보는 법 또한 중요해서 기회가 될 때마다 아이들에게 시계를 보게 했다.)
나는 칠판에 가능한 한 빠르게 별을 그리기 시작했다.
마침내 아이들이 "다 됐어요!" 라고 외쳤다.
아이들은 또 한번 내가 그린 별의 개수를 추측했다.
"한 50개는 그린 것 같은데요."
"100개 같아."
"선생님이 별을 몇 개 그렸는지 알고 싶으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세어보면 돼요!"
이 나이 또래 아이들이 숫자를 다룰 때 가장 많이 쓰는 전략이 셈하기다.
나는 아이들에게 셈에도 여러 방법이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 방법을 연습해 볼 수 있도록 일단 한 개씩, 두 깨씩, 다섯개씩
열 개식 묶어서 세도록 했다.
처음에는 한개씩 세고, 다음에는 두 개식 묶어 동그라미를 쳤고,
다섯 개, 열 개씩 묶어서 동그라미를 쳤다.
같은 개수의 물건은 한 개씩 세든, 두 개씩 세든, 열 개씩 세든
항상 똑같다는 사실을 아이들은 잘 모를 수도 있다.
때문에 어떤 아이들은 항상 같은 결과가 나오면
무슨 대단한 발견을 한 것처럼 탄성을 지르기도 한다.
여러 방법으로 별을 세보고, 내가 그린 별이 58개라는 것을 확인한 다음,
거꾸로 내가 1분을 잴 테니 각자 빠르게 별을 그리게 한다.
1분이 되자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이 별을 몇 개 그렸는지 세어보았다.
그리고 우리 반 전체 아이들이 그린 별의 개수를 종합해 그래프로 그려보았다.
자료를 수집해 그래프를 만들고 정보를 해석하는 법 역시
수학 학습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 후 며칠에 걸쳐 둘씩 짝을 지어 별을 그리고 수를 추측한 다음
직접 세어보는 활동을 계속 했다.
이 활동은 공부이자 놀이였다. 학습이란 놀이와 같아야 한다.
(별 대신 다른 것을 그리는 등 방법을 각자 선택하게 한다.)
선택하는 법과 시간 관리법 역시 대단히 중요한 수업의 일부이다.
개별적으로 수를 세는 활동은 여러 가지가 있다.
나는 팝콘과 완두콩, 작은 구멍이 있고
사방이 2센티미터 되는 프라스틱 상자를 준비했다.
그리고 이 상자에 팝콘이 몇 개가 들어갈지 추측을 해보고 세어보게 했다.
각자 추측한 개수를 기록하고, 실제 상자에 들어간 개수를 기록하고,
(단 최소한 두 가지 이상의 방법으로 세어보도록) 그 차이를 계산했다.
같은 방법으로 완두콩 등을 이용해 같은 과정을 반복했다.
팝콘은 완두콩에 비해 두 배보다 약간 크다.
이 활동 후 상자 안에 들어갈 개수를 추정할 때,
팝콘과 완두콩 크기 차이를 어떤 식으로 이용할 수 있는지 학급 토론을 했다.
팝콘이 완두콩의 두 배가 넘는다는 점을 생각하지 못한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의 아이디어를 들으며 비율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캐서린은 상자 안에 23개의 팝콘이 들어갈거라 추측한 다음,
세어보니 29개가 들어갔다고 했다.
자기 추측보다 6개가 많이 들어갔다고 공책에 적었다.
다음엔 팝콘과 완두콩의 크기를 비교해보고
49개의 완두콩이 들어갈거라 추측했다.
캐서린은 상자에 들어간 와두콩을 꺼내 먼저 49개를 세었다.
남은 콩의 개수를 세어보니 17개였다.
캐서린은 당황했다. 49개와 17개를 어떻게 더해야 되는지 알지 못했다.
두 더미로 나눈 콩을 뒤섞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칠판에 이렇게 썼다.
캐서린은 49개의 완두콩이 들어갈 것이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49개 외에도 17개가 더 있었다.
그렇다면 상장 안에는 몇 개의 완두콩이 들어간 것일까?
이 문제를 숫자가 아닌 문장으로 쓴 이유는
실제 상황과 숫자상의 상황을 분리시키지 않으려는 의도에서 였다.
두 번째 이유는 문장 쓰는 법을 보여주고 읽기 연습을 시키기 위해서였다.
나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엘리스는 "콩 두 더미를 섞은 다음에 세면 되잖아요." 라고 대답했다.
"그래, 그렇게 해도 문제를 풀 수 있어. 나중에 확인해 보자.
하지만 콩의 개수를 암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때는 아이들이 아직 덧셈을 배우지 않은 때였다.
나는 덧셈 규칙을 가르쳐주기보다는 숫자의 논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애들아, 먼저 종이에 계산하지 말고 암산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자."
켈리는 손가락으로 50부터 시작해 17을 더했다.
짝꿍의 손가락까지 빌려 결국 66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몰리는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풀었는데, 방법이 다소 복잡했다.
"작은 콩 더미에서 하나를 빼서 큰 더미에 옮기면 50이 되고,
작은 콩 더미는 16이 돼요. 다음 작은 더미에서 10을 빼
큰 더미로 옮기면 60이 되고, 작은 더미의 6개를 더하면 66이 나오잖아요."
루디는 몰리와 켈리의 방법을 합친 것이었다.
"17개의 콩에서 10을 가져다가 49개의 콩에 더하면 59가 되요.
그 다음엔 7개만 더 세면 되잖아요. 60, 61, 62, 63, 64, 65, 66이 나와요."
루디는 손가락을 꼽으며 7을 더했다.
나는 아이들에게 종이와 연필을 꺼내 그 문제 풀이를 써보라고 했다.
"숫자로 써도 좋고, 문장으로 써도 좋고, 그림을 그려도 되는데
선생님이 알아볼 수 있게만 써보렴."
아이들이 써낸 쪽지를 보면 아이들마다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기가 어떻게 문제를 풀었는지 이해하고,
자기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단다."
2학년 덧셈 수업의 목표는 여러 가지 덧셈법을 배우고,
그 중 가장 상황에 적합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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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기가 되었을 때 아이들은 이미 모든 종류의 뺄셈 문제를 다 풀어본 상태였다.
당시 2학년은 모두 바다에 관해 공부하고 있었다.
어느 날 캐니는 이렇게 말했다.
"바다 수학문제를 풀어봤으면 좋겠어요."
"바다에 대한 수학문제가 뭐니?"
"뺄셈 이야기를 만드는 거예요." 샐리가 대답했다.
다른 아이들도 재미있어 하기에 나는 바다와 관련된 뺄셈 문제를
이야기로 만들어 오라는 숙제를 내주었다.
문제를 읽고 다같이 이야기를 나눈 다음
그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려 책으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단 한 가지 방법으로만 답을 구하지 말고, 두 가지 방법을 서서 답을 구해보렴."
더그는 이런 문제를 만들었다.
바다에 있는 물고기 7,444,449마리 중에 256마리가 잡혀 먹혔다.
몇 마리의 물고기가 남았을까?
더그가 아무도 계산할 수 없는 숫자로 문제를 만든건 계산기 덕분이었다.
멜리사는 이런 문제를 만들었다.
바다 한쪽에는 보라색 불가사리가 90마리 있고,
다른 쪽에는 빨간색 불가사리 18마리가 살고 있다.
그렇다면 보라색 불가사리는 빨간색 불가시리보다 몇 마리가 더 많을까?
멜리사의 뺄셈 방법은 전통적인 법이 아닌 그 아이만의 방법이었다.
멜리사의 풀이 과정을 보면 나는 그 아이가 숫자를 이해하고 있으며,
제법 잘 다루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바다 이야기
나는 계산기에 90-18=72라고 눌렸다.
나는 90과 18을 가지고 이 답을 암산했다.
일단 90에서 10을 빼니까 =80이었고,
거기서 4를 빼니까 =76
거기서 2를 빼니까 =74
거기서 2를 빼면 =72다.
여기서 이야기한 학습 방법 중 일부는 아이들의 제안으로 시작된 것이다.
이 사레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아이들이 어떤 식으로든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교실 안은 활기가 넘치고 분주하며, 아이들은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한다.
그 한 해동안 아이들의 수학 수업이 수에 관한 학습 이상으로
확대 되었다는 점 역시 집고 넘어가야 하겠다.
아이들은 기하학 형태에 대해 배우기도 했고, 갖가지 단위를 사용해 측정해보기도 했다.
또 통계 자료를 조사하기도 했고, 패턴을 탐구하기도 하고, 확률에 대해서도 배웠다.
이 모든 과정에서 아이들은 수학적으로 사고하고 추론하고 문제를 풀었다.
나는 덧셈이나 뻴셈에서 가져오고 빌려오는 법을 가르치지 않았다.
나는 아이들에게 제일 좋은 방법이 있다고 말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상황에 맞는 방법, 자기가 이해하기 쉬운 방법을 골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숙제도 우리들이 받았던 것과 다른 숙제를 내주었다.
1분 안에 별그리기 같은 숙제를 가족과 함께 하거나,
그래프를 첨가해 그려보게 하거나, 수학 관련 게임을 숙제로 내주었다.
또 집에 있는 물건 중 25센트짜리 물건을 찾아 학교로 가져오거나
그림으로 그려오는 숙제도 있었고,
전화번호부에서 자신의 성(姓)과 같은 사람의 수가 몇 명인지
찾아오는 숙제도 있었다. 또 이를 닦는 데 걸리는 시간이나
아침에 옷을 입는 데 걸리는 시간을 재어보는 숙제도 있었다.
수학은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것이고, 참여하는 것이며,
실생활과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이다.
<수학, 별거 아냐!>
매릴린 번스 저 | 경문사
수학 선생님들이 많이 봤으면 하는 책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