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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이 이야기

안녕하세요? (비공식) 영국 푸사모 내사랑윤영입니다.

제가 런던으로 건너온 지 딱 넉 달, 가족들이 나온 지도 석 달이 되어 갑니다. 

저희 가족은 모두 런던 생활에 상당히 적응을 했고, 

아이들도 학교에 다닌 지 두달 정도 된 지금은 많이 적응을 했습니다.  

그 중에 오늘 생일을 맞은 윤영이에 대한 이야기를 가볍게 하고 자려고 합니다. 

(지금 이 곳은 늦은 저녁이네요.)


오늘은 윤영이의 13번째 생일입니다. 

제가 어제 파리에 출장을 갔다가 오늘 런던 집에 돌아오니, 

윤영이가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자랑을 하나 하더군요.

"아빠, 나 영어 에세이 반에서 1등 했어!"

"어, 그래 축하해!"

아이들은 반응을 먹고 사는데, 아직도 저는 펄쩍펄쩍 뛰면서 

물개 박수로 하는 축하는 좀 서투른가 봅니다.  

피곤한 몸에 처음에 건성건성 대답했다가 저녁을 먹으며 다시 들어보니... 

이건 정말 놀랄 만한 일이 아닙니까?!!!


여기는 한국 학교가 아니라, 영국 공립학교이며 

윤영이는 이 곳 2학년에 편입한지 이제 딱 두 달 되었을 뿐입니다. 

이 곳의 국어 즉, 영어 수업 에세이에서 반에서 유일하게 5A를 받았다니... 

이건 부모 입장에서 신통한 정도가 아니라는 것이죠. 


지난 주에 학기 중간 방학(Half Term Break)이 끝나고 개학을 했는데,  

방학 후 다시 편성된 수학 수준별 학급도 최상급반으로 올라갔다고 합니다.  

(이 곳 학교에서는 수학은 학생들 수준에 따라 반을 나누어 공부합니다.  

일종의 우열반인데 공부하는 수준과 양이 다르다 하네요.)

두 달 전 처음 왔을 때는 윤영이의 수준을 학교에서 알 수 없었고, 

한국에서 와서 영어가 떨어지니 당연하다시피 학교에서 최하반으로 편성해 줬는데, 

딱 두 달간 혼자 공부하더니 최상급으로 올라간 터였습니다. 

그것도 놀라운 성취지만, 수학은 한국이 영국보다 전체적인 진도가 

빨랐으니 그렇다 치고, 영국 아이들 틈에서 영어 수업에서 

이런 성취를 보여주니 저로서는 깜짝 놀랄 수 밖에요.


오늘 저희 부부는 새삼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히고, 

스스로 알아서 하도록 격려하고 믿으면서 기다려주는 

자기 주도적 학습 방법이 이렇게 나타나는 것인가 하면서 매우 기특해 하고 있습니다.  

주위 분들은 아시겠지만, 푸름이 교육으로 커 온 윤영이는 

한국에서도 일주일에 한 시간씩 영어 튜터링을 한 적은 있지만, 

어떤 교과목도 학원을 다니거나 과외를 한 적이 없습니다.


영국에 와서도 저희 부부가 하는 것이라고는 잘할 수 있다고 믿어주고 격려해 주고, 

자부심을 주고, 사랑을 표현해 준 것이 거의 다 입니다.  

여기서도 윤영이는 혼자 방에서 책 읽고, 학교 숙제하고, 

K pop 듣고 놀다가 저녁 9~10시면 잠자리에 듭니다.

윤영이가 요즘 하는 이야기가 자기는 여기가 맘에 들며, 

한국 중고딩으로 돌아가고 싶은 맘은 없고 영국에서 대학을 가고 싶다고 합니다. 

아빠가 훨씬 먼저 한국으로 돌아가면 어떻게 할래? 라고 물었더니 

자기는 여기서 혼자 공부하겠다고 합니다.  

대학이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어떤 영역에서 

어떤 일을 할 지도 그림을 그려가고 있는 느낌입니다.


아이의 잠재력에 대한 의심은 없었지만, 

두 달만에 이렇게 적응해 버릴 줄은 몰랐던 터라 

딸의 당찬 모습이 새삼 대견스럽습니다.  

지금도 매일 매일 흥얼거리며 자기 방에서 숙제를 하거나, 

주말에 도서관에서 빌려오거나 서점에서 사 온 

두터운 영어 소설책에 푹 빠져 읽는 생활의 연속입니다.  

한국이었다면 죄다 학원만 다니는 친구들 덕(?)에 혼자 심심했을 거라며... 

에세이 쓰고, 파워 포인트로 발표 자료 만드는 학교 수업이 너무 좋다고 합니다.


수퍼나 밖에서 영어 때문에 좀 당황해 하는 엄마를 도와주기도 하고, 

적응에 다소 힘들어 하는 동생의 "유모" 역할도 해주기도 합니다.  

어릴 때, 그토록 섬세하고 예민했던 윤영이... 

모르는 사람과는 눈도 마주치지 않아서, 

푸름아빠가 윤영이와 눈도 마주치기 어려웠는데, 

이런 아이로 성장하리라고는...그 때는 정말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은 이 아이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라는 궁금함이 더 크지요.


여전히 제가 믿는 말이 있습니다. 

교육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믿고 기다려주는 것입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이 교육법을 여전히 믿습니다. 

오늘은 푸름아버님, 어머님이 유독 생각나는 저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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