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 시립 장욱진 미술관
6월의 마지막 주말, 중학생 아들이 반항을 하기에,
친구의 영향을 받아 엉뚱한 스토리를 쓰며
잘 못된 해석을 만들어 가고 있기에,
그냥 ... 고민없이 ...
강력하게 진압을 해버렸습니다.
ㅎㅎㅎㅎ
그리고 아들이 평소 좋아했던 일영 허브랜드의
피자집에서 피자를 먹고,
숲길을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화해의 분위를 타고 찾아 간 곳이
"양주시립 장욱진 미술관" 이었습니다.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화백과 함께
한국의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장욱진.
미술관은 백색의 단일한 톤으로 지어졌습니다.
그냥 백색이라기보다는 파스텔 톤의 빛이 가미된 색?
그러면서도 반사되지 않는 무광의 색채가
아주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해 냅니다.
그의 그림은 나무, 집, 가족, 아이 등
생활 주변의 친숙한 소재를 간결하고 단순하게,
동화적 순수함으로 그리고 있죠.
2014년 8월 31일까지 장욱진미술관 개관전으로
그의 대표작 60선과 기증 소장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개관기념으로 토요일 오후 2시에는
로비에서 "토요 음악회"도 연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일요일에 방문을 했네요.
소천 4일 전에 그린 "밤과 노인"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기라도 하듯
돌아가시기 4일 전에
영혼이 하늘로 올라가는 듯한 그림을 그렸습니다.
88년부터 소천하신 1990년까지 이런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네요.
이번 개관전에 전시되지 않았지만,
제가 아주 좋아하는 그림이라, 퍼왔습니다.
(인쇄물을 사진으로 찍은 것이라 망점이 보이는게 흠이...)
장욱진 화백의 산문집
<강가의 아뜰리에>를 보면 이런 말이 나옵니다.
"늙어갈수록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라,
나이를 뺕어내서 어린아이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면서 당신은 '일곱살의 아이'라고 했지요.
그러니 그의 그림은 7살 아이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아이들이 더 깊은 이해를 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추상(抽象)이라는 단어의 '추'자가
없앤다는 의미의 "뺄 추(抽)" 자입니다.
사물의 부수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특징을 드러내는 본질을 형상화 한 것이죠.
본질에 접근한 아름다움, 단순함의 미,
그것이 곧 정화(淨化)이자 힐링입니다.
그의 그림은 마음을 정화시키고,
호오포노포노의 상태로 이끕니다.
아이들에게 이런 그림을 자주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은 미술 교육이라는 생각입니다.
백색의 깨끗한 미술관,
"나는 깨끗이 살려고 고집하고 있다."
는 장욱진 화백의 인품이 뭍어납니다.
강북에 사시는 분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가볼 만 합니다.
미술관은 장흥유원지 내에 있지만,
건물이 안쪽에 위치해 있어 도로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양주 방향에서 오시면 권율 장군 묘를 지나자마자
바로 주차장으로 들어서는 입구가 보이고,
반대 방향에서 오시면 송암천문대 입구를 지나면
일영 조각공원이 보입니다.
미술관은 그 뒷편에 있습니다.
http://changucchin.yangju.go.kr/
그의 산문집 <강가의 아뜰리에> 중
제가 좋아하는 구절을 발췌했습니다.
덕소 화실에서 한강을 바라보며 쓴 글로 보입니다.
江가의 아틀리에
여름의 강가에서 부서진 햇빛의 파편들이 보석처럼 반짝인다.
수면 위에 떠도는 아지랑이를 타고 동화가 들려올 것 같다.
물장구를 치며 나체로 뛰노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에서
적나라한 자연을 본다.
그리고 천진했던 어린 시절의 향수가
감미롭고 서글프게 전신을 휘감는 것을 느낀다.
태양과 강과 태고의 열기를 뿜는 자갈밭,
대기를 스치는 여름 강바람...
이런 것들이 나 역시 손색없는
자연의 아들로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이럴 때 나는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공허하지 않다.
자연의 침묵이 풍요한 내적 대화를 가능케 한다.
- 중략-
나는 고요와 고독속에서 그림을 그린다.
자기를 한 곳에 몰아 세워 놓고
감각을 다스려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아무것도 욕망과 불신과 배타적 감정 등을 대수롭지 않게 하며,
괴로움의 눈물을 달콤하게 해주는 마력을 간직한 것이다.
회색빛 저녁이 강가에 번진다.
뒷산 나무들이 흔들이는 소리가 들린다.
강바람이 나의 전신을 시원하게 씻어준다.
석양의 정적이 저멀리 산기슭을 타고 내려와
수면을 쓰다듬기 시작한다.
저멀리 노을이 지고 머지않아 달이 뜰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