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는 어릴 때부터 습관화 시킨다
동양인들은 왜 외국어에 약한가?
내 친구의 남편 중에 일본인 행세를 잘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가 일본인을 가장해서 일본인 친구에게 전화를 걸면
상대방이 전혀 유태인이라고 눈치채지 못할만큼
그의 일본어 발음은 정확했다.
보통 외국인이 일본말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모국어의 악센트를 감출 수 없는데,
그는 5개국어를 사용하는 가정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일본어도 유창하게 구사하게 된 것이었다.
유태인이라면 누구나 2개 국어 이상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그것은 유태인이 전세계 어느 곳에서나 널리 흩어져 살고 있고,
오랜 세월 박해를 받아 각 나라를 떠돌아다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외국어를 잘 하는 친척들이 자주 드나들다 보니,
유태인들은 어릴 적부터 여러 나라의 언어를
자연스럽게 접하면서 언어학습을 받게 되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중학교 때부터 영어를 필수 과목으로
채택하고 있지만, 나는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동양인을
좀처럼 만날 수 없었다.
그것은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는 시기가 너무 늦은 탓이 아닐까?
외국어는 가능하다면 어릴 적부터 가르쳐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젖먹이에게 영어회화를
가르치라는 얘기가 아니다. 아직 말을 배우기 전이라도
음악을 듣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들려주라는 것이다.
언어란 말하기보다는 듣고 이해하는 것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유태인들은 대부분 그들이 처한 특수한 환경 덕분에
최소한 몇 개 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다.
이 책을 쓰는 데 도움을 준 마잘 토케어시는 모국어인
히브리어는 물론이고, 아라비아어와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줄 안다.
그녀의 아버지는 이스라엘에서 구멍가게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는 히브리어, 아라비아어, 아르메니아어, 영어까지도
능통하게 구사한다. 또한 마잘의 남편은 독일어와
스페인어까지 능숙하게 구사하고, 나 역시 히브리어, 영어,
헝가리어, 이디슈어(독일어와 히브리어 혼성), 그리고
프랑스어를 조금 할 수 있다.
나의 남편도 이디슈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자녀들이 들어서 좋지 않은 말을 할 때는
둘만 통하는 이디슈어로 이야기 한다.
어학에 능통했던 프로이트
프로이트 역시 라틴어, 그리스어, 프랑스어,
독일어를 자유롭게 구사했다고 한다.
전기 작가 라시엘 베이커가 쓴 <프로이트의 사상과 생애>에는,
프로이트가 열 살 때 라틴어의 어미 변화와
그리스어 문법을 외우기 위해서 벽을 두드리면서
방 안을 빙빙 돌아다녔다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이 에피소드를 통해서 우리는 프로이트가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초등학교 시절부터 배웠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어렸을 때부터 외국어를 자주 접하는 유대인들은
단일어만 쓰는 사람들 보다 언어 능력에서 훨씬 뛰어나다.
발음도 1개 국어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원어에 가까운 발음을 습득할 수 있다.
그런데 동양의 언어는 유럽이나 영어권과는
구조가 전혀 달라 배우는 데 어려운 점이 많다.
히브리어도 구미 각국의 언어와 구조가 전혀 다르므로,
중학교 때부터 외국어를 배우기 시작하면
유태인 역시 동양인들처럼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나의 체험으로 미루어 볼 때,
어려서 외국어에 접한 경험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성장 후 어학 습득 능력에도 많은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외국어 조기 교육의 중요성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유태인의 자녀를 낳고 기르는 53가지 지혜>
루스 실로 저 | 삼진기획(절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