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동 동호독서당 터
다리의 이름은 대체로 다리가 위치한 지명을 따릅니다.
천호대교는 천호동에, 성수대교는 성수동에,
한남대교는 한남동에, 성산대교는 성산동에 있죠.
그래야 이름만 들어도 대강의 위치를 짐작할 수 있게 됩니다.
그 예외가 동호대교네요.
"동호"라는 지명은 어디에도 없는데,
왜 다리 이름이 “동호대교”가 되었을까요?
독서를 매우 중요시 여겼던 우리의 세종대왕님께서,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젊고 유능한 관리를 선발해
1~2년 동안 독서휴가를 주었습니다.
“출근은 안 해도 월급 줄게. 책도 마음껏 사주마.
출퇴근 시간 아껴서 책을 더 읽으며
학문에만 전념 하도록 하거라.”
그렇게 시작된 유급휴가가 "사가독서제"입니다.
줄 사(賜)자에 겨를 가(暇),
즉 “독서의 시간을 주는" 일종의 안식년 제도입니다.
세종은 음식과 어주(御酒)까지 하사하며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하네요.
역사를 보면 성군일수록 스스로도 책을 많이 읽었지만
국가적인 차원에서 독서를 강조했고,
독재자나 폭군일수록 그 반대 성향을 보였지요.
조카의 왕위를 뺏은 세조는
집현전과 사가독서제를 폐지했습니다.
성종이 사가독서제를 부활시키며,
집에서 책을 보면 찾아오는 손님으로 인해 방해가 될 수 있다며,
용산쯤에 독서당을 개설하고 ‘호수 호’자를 붙여
호당(湖堂)이라 이름을 붙였습니다. 도성의 남쪽에 있다 하여
남호독서당(南湖讀書堂)이라 했습니다.
연산군 때 사가독서제가 잠시 폐지되었다가
중종 때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옥수동 지역에
독서당을 다시 만들었죠. 도성의 동쪽에 있다 하여
‘동호독서당(東湖讀書堂)’이라 불렀습니다.
옥수역 6번 출구, 극동아파트 입구에
동호독서당 터가 있습니다.
동호독서당의 복원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는데,
동호대교의 이름이 여기서 유래된 것입니다.
신숙주ㆍ주세붕ㆍ이황ㆍ이수광ㆍ이산해ㆍ
이이ㆍ정철ㆍ유성룡 등 조선을 대표하는
학자들이 "독서당" 출신이랍니다.
집현전에서도 많은 인재들이 배출되었죠.
역시 책이 사람을 만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