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에 쓴 시도, 게스트 하우스의 간판도,
카페의 작은 소품도 예쁘게 디자인 된 곳,
눈 쌓인 한옥과 겨울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줄 미처 몰랐습니다.
500년 넘게 이 마을에 살았다는 은행나무는...
조선 초, 개국공신 최담 선생이 심은 거랍니다.
관직에 진출할 유생들에게 부정에 물들지 말라는 뜻으로요.
맹사성의 은행나무, 최담 선생의 은행나무,
성균관 앞 은행나무, 공자님도 은행나무 아래서 공부했으니,
은행나무가 유학의 상징이 된 이유.....
은행나무에는 벌레가 생기지 않아서 그렇다 하는데...(맞나요?).
아산의 공세리 성당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꼽히는 전동성당.
이국적인 모습이지만,
이상하리만치 이곳 한옥마을과도 잘 어울리네요.
오래된 것의 아름다움.
멋스런 외모지만 뽐내지 않는 절제의 미(美),
균형과 조화가 만들어 내는 경건함,
권위나 위세 없이도 절로 신앙심을 느끼게 하는 힘이 있군요.
장소가 주는 힘도 만만치 않죠.
이곳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순교자
윤지충(바오로)과 권상연(야보고)이 처형당한 곳입니다.
이른바 진산사건입니다.
소현세자와 아담 샬의 만남 이후 알려진 천주교가,
정조 때, 정약현, 정약종, 정약전, 정약용
형제를 중심으로 퍼집니다.
잠시 정씨집안 가계도를 살펴보면,
정약용의 누이는 최초의 영세자 이승훈과 결혼.
이승훈이 전도한 이벽은 정약현의 처남이자 정약전과 죽마고우.
윤지충(바오로)은 정약용의 외사촌이고,
신유박해의 피바람을 부른 황사영은 정약현의 사위입니다.
해남군 진산리에 살던 윤지충(바오로)과 권상연(야고보),
(권상연은 윤지충의 외사촌 형입니다.^^)
윤지충의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종교의 가르침에 따라
어머니의 위패를 불태웠어요.
유교식 제사 대신 천주교 예절로 장례를 치르는 모습에,
종친들이 대노하고(탁희성 화백그림),
관가에 잡히는 신세가 됩니다.
이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누가 알았을까요?
당시 천주교는 사도세자를 옹호하던 남인들 사이에 퍼졌는데,
정조가 왕이 되었으니 살기 위해서라도 남인세력을 없애야겠죠?
결국 이 문제가 당쟁으로 비화되고,
윤지충, 권상연은 전주읍성 풍남문 밖에서 처형을 당하죠.
정조 15년, 1791년의 일이네요.
1908년, 프랑스에서 온 보두네(Baudounet) 신부님은
최초의 순교자를 기리기 위해 이곳에 성당을 세웁니다.
명동성당 건축에 참여한 프와넬 신부의 설계에 따라 시작된 공사가
1914년 지금의 외형이 완성되고, 1931년에 와서 최종 완공된
23년이라는 시간의 공이 들어간 작품입니다.
성당의 뒷부분이 좀 왜곡되었죠?
원래 성당이 그런 것이 아니라,
사진을 바보같이 찍어서 그럽니다.(← 찍은 놈이 누구야?)
일제가 헐어버린 전주읍성의 성벽이
성당의 주춧돌이 되었다고 하네요.
성벽이 헐리며 나온 흙을 구워 붉은 벽돌을 구웠답니다.
일제에 의해 강제로 헐리게 된 전주 읍성이
로마네스크 양식의 전동성당으로 재탄생한 것입니다.
여러 면에서 의미 있는 성당이군요.
성당 옆의 사제관 모습도 예사롭지 않죠.
성당의 내부도 아름답지만, 미사중이라 사진을 안 찍었습니다.
직접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