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민속박물관
낙 안 읍 성
12월 31일 밤, 마량포구에서 일출을 보고,
낙안읍성과 벌교, 보성차밭을 들러 1박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담양 소쇄원과 죽녹원을 거치는
남도 투어를 했습니다.
볼거리도 많고, 먹거리도 풍부해
아내와 아이들 모두 만족했던 코스였죠.
낙안읍성은 전통문화가 잘 보존되어 있고,
주민들이 전통방식을 유지하며 살고 있어,
박제된 박물관보다는 교육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곳입니다.
서산의 해미읍성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대표 읍성이죠.
성은 기능에 따라 도성, 산성, 읍성, 장성으로 나누는데,
도성(都城)은 왕궁이 있는 도읍지에 쌓은 성이고,
산성(山城)은 외적 침입시 장기전을 위해 산에 세운 성이며,
읍성(邑城)은 지방의 고을을 지키기 위한 성,
장성(長成)은 국경의 변방에 쌓은 성으로,
보통 300리(1200km) 이상의 길이부터 장성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고려말에서 조선 초, 정권 교체시기에 왜구의 침략이 잦았습니다.
태조 이성계는 왜구의 침입을 방어하기 위해 낙안에
토성을 쌓았고, 우리의 호프 King 세종께서는
왜구의 소굴인 쓰시마를 정벌하고 난 후
이곳의 성곽을 돌로 증축하며 성곽을 넓혔다 하고,
인조 때 32세의 임경업 장군이 낙안의 군수로 부임하며
지금의 낙안읍성 모습이 만들어 졌다합니다.
서산에 있는 해미읍성도 왜구의 침략을 막기 위한 만든
성이라하니, 이놈의 왜구들은 서해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우리를 참 많이도 괴롭혔습니다.(해미읍성은 성 안에
마을이 없는, 텅 빈 잔디밭이라 좀 황량합니다)
매표소가 있는 동문의 모습입니다.
정문인 동문 쪽으로는 해자와 치성이 있고,
동문과 남문에는 옹성을 만들었습니다.
정문 안으로 들어가면 성곽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있습니다.
위성으로 본 낙안읍성입니다.
성곽을 따라 마을을 내려다보며 한 바퀴 돌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성의 둘레는 1410미터. 길지도 짧지도 않는 길이에,
4~5m 높이의 성벽 위를 걷는 길,
아이들과 이야기하며 산책하기에는 아주 좋은 곳입니다.
이곳의 성곽길은 가족이든 연인이든
성을 따라 걷는 순간 풍경이 되기도 합니다.
사진을 못 찍는다는 사람도 이곳에서 찍으면 잘 나올 겁니다.
배경이 워낙 좋아서요. ^^
성곽을 따라 그림같은 풍경의 모습을 많이 찍었지만,
초상권을 주장하는 아내와 딸로 인해
좋은 사진을 올리지 못하고 있어요.
성을 따라 걷다보면 바로 앞쪽으로 객사의 모습이 보입니다.
이곳에 왕의 전패(殿牌)를 모시고,
매달 초와 보름 대궐을 향해 예를 올렸다 하며,
중앙에서 내려오는 관리들이 숙소로 쓰기도 하던 곳입니다.
고을의 중심 건물인 동헌보다 격이 높은 건물입니다.
성곽의 가장 높은 곳에서 마을을 내려다 본 모습입니다.
대나무 숲 사이로 읍성마을 전체가 내려다 보입니다.
성 밖에는 탱자나무 숲이 있어, 한 겨울에 푸른 잎이
우거진 숲을 보며 따뜻한 남쪽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전망대를 지나면 마을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이고,
이 길에서부터는 체험을 위한 공간이 나옵니다.
마을로 내려오자마자 방안에서 울리는 소리에 깜짝 놀랐죠.
서편제와 달리 남성적이고 박진감 넘치는 동편제가 울립니다.
중요무형문화재 이수자님의 "적벽가"라는 안내판이
붙어있음에도 왠지 남의 수업을 방해하는 듯하여
구경하고 있기에는 좀 겸연쩍었습니다.
사람들을 머물게 하는 것은 동편제가 아닌 그 집 강아지였죠.
이런 상황이 늘 있어왔던 일상적인 일이라는 듯
사람들이 와도 눈을 감고 반응이 없습니다.
“이 녀석 동편제라도 감상하고 있나?”
“…(묵묵부답)…”
“도 닦냐? …"
"자냐?”
무념무상의 경지에 이른 견공,
결국 눈을 뜬 모습을 보지 못하고 이동합니다.
민가는 우물가와 빨래터, 조그만 장독대,
돌담, 뒤뜰, 까치밥으로 남겨놓은 감나무까지
정겨운 우리 시골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지요.
한쪽으로는 닭이나 돼지, 토끼 등 가축을 기르는 곳이 있고,
그 옆의 조그만 뜰에는 목화가 심어져 있어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목화밭 주변으로는 물레와 길쌈이 놓여있고,
서당과 방앗간, 대장간, 시장 등 없는 게 없더군요.
새끼줄 엮기, 대장간 체험, 전통농기구 체험 등은
무료로 할 수 있고, 재료가 필요한 목공예, 도자기,
천연염색 등은 유료로 체험할 수 있습니다.
아들은 이집 저집 돌아다니며
농기구 체험하느라 기분이 좋습니다.
똥장군은 어떻게 알았는지, 똥지게만은 피해 다닙니다.
마을 한쪽의 넓은 마당에는 ‘낙민루’라는 누각하나가 놓여있죠.
낙민루(樂民樓)라는 명칭과 2층의 커다란 북을 보면,
이곳이 신문고처럼 고을 주민들의 억움함을 호소할 수 있는 곳,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모여 공동의 행사를 진행하던
시청앞 광장같은 역할을 했을 거라 짐작해 봅니다.
고을 원님이 직무를 보던 동헌의 입구에는 마네킹이 지키는군요.
동헌은 요즘으로 치자면 시청이나 구청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죠?
원님의 지시에 따라 비서실장격인 이방이
뭔가를 받아 적고 있네요.
태형을 받는 사람이 있는 것으로 보아,
밖에 서있는 사람은 형방쯤으로 보입니다.
동헌에 딸린 관사를 보면 당시 양반 가옥을 볼 수 있습니다.
한옥이든 초가든, 우리의 전통가옥을 보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자연에 순응해
살아온 사람들임을 보여줍니다.
인위적인 공간조차 자연스러워 완벽함이 느껴지지도 않고,
부족함이 느껴지지도 않는 자연스러움 그 자체입니다.
원래 우리 민족의 심성이 이러하거늘,
소수의 권력자들이 자연스러움을 거스르는 것은
예나 오늘이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옥사를 체험하는 곳.
해미읍성과 규모만 다를 뿐 읍성마다 감옥은 다 있나봅니다.
태형을 집행하는 곳을 보자마자, 아들은 넉살좋게 드러눕더니
자진해서 가막소(감옥)로 들어갑니다. ^^
병졸모습의 포토존에서 눈을 지긋이 감고있는 아들,
뭔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