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딸, 29개월 된 아영이
전에 상담할 때 정말 똥 싼 기저귀 계속 차고 있는 꼴을 보는 게 미칠 거 같았는데요.
그 뒤로 아예 기저귀를 안 하고 옷도 안 입고 변기도 안 쓰고 계속 아무데나 싸고 지냈습니다.
저는 기저귀 안 갈려고 하는 것보다 그냥 아무데나 싸는 게 훨씬 더 나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변기 쓰겠지 믿고 변기는 맘에 들어할만한 걸로
방에도, 거실에도 3개를 사서 놔주고, 강요는 한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하루에 이불을 평균 3~5벌 빨고 있는데 별로 힘들다 생각 않고 기꺼이 했습니다.
그렇게 지내길 3개월이 채 안됐는데,
대변은 거의 변기에다 보기 시작했고, 소변도 차츰 변기에다 봅니다.
믿어주고 기다리니 알아서 다 하는구나 싶어 감동도 받고 놀라워도 했는데,
잠깐 행복한지 며칠 되지 않아 또 저를 미치게 합니다.
이제는 변기에서 똥을 누고 나서 안 일어납니다.
(정말 산 넘어 산이라는 생각만 듭니다.)
치우는 것도, 닦아주는 것도 모두 거부하고 계속 변기에 앉아서 책 읽어달라 합니다.
책도 아주 긴~책(동요모음집, 명작모음집 같은것들) 몇권 읽고나면
이제는 똥치우자 하면 또 울고불고 울면서 또 책 읽어달라 하구요.
똥을 못 치우니 온 집에 똥냄새가 진동을 하고
저는 똥냄새를 맡으면서 계속 책을 읽어줘야 하고 견딜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자꾸 씻자, 똥치우자 말하게 되고, 자꾸 말하니까
아이는 매번 더 심하게 거부하는 거 같습니다.
오늘은 어차피 제가 못 견딜 정도로 괴로워서 참는 거보다
그냥 못하게 해야겠다 싶어서, 단호하게 울리면서 변기를 치웠습니다.
근데 자꾸 우리 아영이만 유별나게 똥 문제로 말썽을 일으키는 거 같아서
저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 건가 싶어서 여쭤봅니다.
이런 행동들도 혹시 저의 내적불행이나 그런 것과 연관이 있는 건가요?
저는 좀 더럽고 지저분한 것에 치를 떨고 싫어하는 면이 없잖아 있는 거 같습니다.
ㅇ이가 몸에 보드 펜으로 낙서도 많이 하거든요.
온몸을 조폭이 문신한 것처럼 막 엉망으로 그리고 색칠하곤 합니다.
그럴 때도 남편은 그런 거 괜찮아하는데 저는 무척 괴롭습니다.
물로 금방 잘 지워지니까 아무 말 않고 놔두긴 하지만요.
저의 이런 점이 혹시 영향을 미치는 걸까요?
제가 마스크를 쓰고 있더라도 참고 기다려주는 게 맞는 건가요?
여태까지 경험으로는 기다려주면 알아서 충족되고 다 해결이 되던데요..
그걸 알면서도 그렇게 하는 게 맞는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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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 감동복만사랑]
감동복만사랑님.
똥이란 단어는 수치심과 관련있습니다. 근본적인 것은 아이의 행동이 아니라 그 행동을 바라보는 님의 무의식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 합니다. 특히 님이 대변을 가리는 시기에 어떤 대우를 받고, 어떤 수치스런 말을 들었을 까요?. 님의 몸에는 그런 수치스러움이 그대로 저장 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아이를 바라볼 때도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머리 속에서는 알면서도 무의식은 항상 아이의 대변 문제에 가 있을 것 입니다. 아이가 어떤 행동을 반복해서하고 고집스럽게 주장하면 반듯이 이면 심리가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똥뿐만 아니라 어지럽히는 것을 못보고 항상 청결해야하는 것은 상처받은 내면 아이로 인한 강박일 수 있지요. 아이에게 어떻게 하든 중요한 것은 엄마가 아이를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느냐하는 것입니다 .엄마의 마음에 사랑이 가득하면 똥을 치워도 아이가 울기는 하겠지만 아이에게 상처를 남기지 않습니다. 아이가 울면 또한 그 감정에 공감해주면 되지요.
아이가 변기에서 안 떨어지려면 우선 그 마음을 읽어 주세요. 변기에 앉아 책을 읽고 싶구나, 그렇지, 그래, 책을 읽고 싶어 그렇구나. 반복해서 아이의 감정에 공감해주세요. 아이가 변기에 의자처럼 앉아 있는 것이 좋다면 아이가 좋아할 모양이나 색깔의 변기를 또 하나 사서 아이 똥을 닦아주고 그 변기에 앉게 한 후 똥을 치우세요. 아이가 울어도 계속 공감해주면서 대안을 주면 아이는 곧 익숙해 질 것 입니다.
기다리는 것이 방치가 아닌 사랑의 마음으로 연결되어 있으면서 기다려야 합니다.
엄마에게 자신의 감정을 감추면서 말하면 나중에는 분노가 되어 폭발하곤 합니다.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 하세요. 엄마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욕구와 감정을 표현하는 것 입니다.
이제는 엄마의 도움을 받기 보다는 스스로 독립의 과정을 가시기 바랍니다. 의존관계를 계속하면 마음의 갈등이 잡아먹는 에너지가 너무나 크지요. 몸은 힘들지만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는 것이 님과 아이를 위해서도 좋습니다. 어떤 것을 하기보다는 이것저것을 할까 말까 갈등하다가 지치게 됩니다. 막상 하면 할 수 있지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면 상대방은 애매모호하지 않고 분명하기에 위험하다고 판단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자신을 감추면 그때는 언제 뒤통수를 칠지 모르기에 위험한 사람으로 경계하게 됩니다. 아무리 예의를 갖추어도 속마음을 느끼게 되지요.
아이의 행동이면에 숨겨 있는 감정을 느끼기 위해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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