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큰 아이(45개월)에게 두 번째 눈깜박임이 왔습니다. 얼마 전부터 졸릴 때부터 눈을 깜박거리더니 어제부턴 하루 종일 깜박거립니다. 틱 같습니다.
첫 번째 눈 깜박임은 30개월 즈음, 소변가리기 훈련을 하던 도중에 왔었어요. 몇 번 소변보는 걸 성공한 후 제가 느긋하게 기다리질 못해서 딱 1번 다그쳤는데, 그리곤 눈 깜박거림이 왔지요. 그때 기다려주지 못한 조급한 제 모습을 후회하고 반성한 후 더 이상 스트레스를 주지 않자 1달도 안되어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한 참 후 거의 3돌 다 되어서야 소변을 가렸습니다.
근데 한 보름 전쯤부터 제가 시도 때도 없이 짜증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우울하고, 매사에 신경질 나고, 의욕도 없고, 다 귀찮고 그런 일이 일주일 정도 계속되니 큰 아이가 다시 징징대기 시작했습니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이 둘 보느라 완전 지쳐서 저 자신을 방치해 두었다는 걸 알았지요. 애들 재워놓고 저 자신을 충전하기보다는 그냥 넋 놓고 드라마나 보는 그러다가 다음날을 맞은 그런 생활을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마음 다잡고, 제 자신을 돌보기 시작하려 한지 며칠 지나지 않아, 아이의 눈깜박임 증상이 시작되었습니다. 원인이 내 윽박지름 때문일까. 도대체 문제가 뭘까. 내가 아이를 너무 통제하나부터 별의별 고민을 했네요.
그러다, 오늘 알아차렸습니다. 바로 대변가리는 문제였어요.
아이가 스스로 하는 일이 많아지자 제 마음 속에서 '대변 가리는 문제'가 아주 커다란 문제로 급부상해버렸습니다. 저희 아이, 아직 대변을 못가립니다. 어른이 되어야 변기에서 싼데요. 팬티에 쌉니다. 요즘은 변비도 있는지 토끼똥 깥은 똥을 자주 싸서 팬티가 모자랄 때도 있습니다. 한참 놀다가 변기에 가서 응가를 싸는 게 싫은 것 같아요. 소변도 완전히 마려울 때까지 참을 때도 많구요. 변기에서 응가 싸는게 힘들다고 하네요.
'다른 건 다 되는데 왜 대변은 못가리는 거야!'가 제 안에 큰 덩어리로 들어앉았습니다. 소변 가릴 때 경험도 있는지라, 절대 아이를 다그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밖에 나가서 응가를 싸면, 그거 갈아주는 거 옆에서 보는 시선 ‘제는 아직도 대변을 못 가렸네..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추석 즈음이면 4돌인데, 그때까지도 못 가리면 시댁에서 뭔 소리를 들을까 하는 것도 의식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 키우는 문제 때문에 주변 시선 의식해본 적 없는데, 대변 가리는 문제에서 처음으로 시선이 의식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직접 대변 가리는 문제로 아이를 다그치지 못하고 다른 문제로 방향을 돌려 아이를 다그친 것 같아요.. 스스로 잘 하는 일을 빨리하라고 다그치고, 아이 딴에는 호기심으로 실험해보고 있는데 소리 꽥치고 못하게 하고...
이제 보니 그런 제 마음을 아이가 알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엄마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아이는 눈깜박임으로 표현하고 있었던 거 같습니다.
두번씩이나 눈깜박임이 오니, 제 자신이 너무 한심스럽게 느껴지고, 아이가 얼마나 힘들까 생각하니, 게다가 그 힘든 거 표현 못하고 저렇게 자기 안으로 가지고 들어가는 걸 보니, 더 마음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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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 똘이짱이맘]
똘이짱이맘님.
이제 좀 더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아이의 대변 문제는 엄마의 수치심과 관련이 있을 수 있습니다.대소변을 가릴 때 아이의 수치심이 시작되지요. 아이는 대변을 볼 때 누가 뭐라하지 않아도 구석에 가서 대변을 보곤 합니다.
아이의 대변 문제가 님의 마음에 걸린다면 님이 4살 때 어떻게 대변훈련을 받았는지가 관건 일 수 있습니다.다른 사람이 아직도 대변을 가리지 못한다고 보는 가상의 시각에 엄마가 수치심을 느낀다면 님도 그 나이에 대변을 보면서 수치를 당할 환경에 처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제 아이가 그 나이가 되니까 몸이 그 수치심을 기억하고 마음이 불안해지는 것이지요.
성장의 과정을 보면 항상 균형과 불균형이 교차하곤 합니다. 이는 아이의 발달과도 일치하지요. 어느 순간에 문제 하나가 해결되어 마음에 평온이 오다가 시간이 지나면 점 점 더 깊이 억압된 내면 아이의 상처에 접근해 가지요. 마지막에는 어느 누구든 수치심과 대면하게 됩니다. 뭔가 큰 덩어리가 걸린 것 같다는 그 말이 유난히 제 마음에 다가오네요.
‘다른 것 다 되는데’에서 느낄 수 있는 님의 완벽주의,
‘그런데 대변하나 제대로 못 가려’ 하는 아이를 바라보는실망감과 수치심.
엄마의 이런 시선은 45개월 아이에게는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됩니다.
다른 것 다 되는데 아이 대변은 못 가리는 것이 님 안에 큰 덩어리로 작용하는 것을 인지한 순간부터 대변문제는 아이 문제가 아니라 부모가 바라보는 불만의 시선이 원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부모가 좀 더 여유를 갖고 부모가 바라는 것 전에 아이 마음상태를 먼저 보고, 부모가 스스로 만들어 놓은 기준을 과감히 제 수정할 수 있는 자기자신 들여다보기, 그래서 좀 더 나은 자기 자신 말고 있는 지금의 자신을 인정하고 자기 자신에게 여유주기, 여기서부터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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