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살이지만 아직 42개월. 유치원에 보낸 울 딸아이 걱정때문에 이렇게 도움을 청해봅니다..
큰 딸아이와 유치원 가기 전엔 줄곧 엄마인 저랑 놀아왔구요, 둘째는 지금 돌이 막 지난 상태예요. 우리 큰 아이는 제가 집에서 끼고 살면서 부터 돌지나 낯가림이 확 심해졌고 친정집에 가기를 그렇게 무서워해서(무뚝뚝하신 아빠와 외삼촌.. 그리고 키우는 개도 무서워했어요) 2년동안 명절빼고 드나들수가 없었어요. 해들어서부터 조금씩 낯가림이 없어지고 친정집도 울지않고 잘 갑니다.
집에서 둘째와 함께 지내다보니 저도 육아가 많이 지쳐있었고, 유치원에 가면 아이가 정말 적응 잘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첫달은 매일매일 울면서 갔고 그 울음이 차츰차츰 멈춰지더니 4월 딱 일주일은 아침에 일어나서 하고싶은 거 하면서 놀다가 유치원에 인사도 잘하면서 웃고 갔던 애였습니다.
근데 울 딸아이는 제가 넘 데리고 키워서 그런건진 모르겠는데 좋고 싫은게 확실한 아이입니다. 자기주장도 강하고요.
지금 다니는 유치원은 이것저것 프로그램이 많은데,,
해보지 않았던 발레, 태권도는 아이가 적응하는데 한달 이상이 걸렸고요,
태권도는 특히 남자선생님의 목소리에 맞춰서 하는게 영 내키지 않았는지 수업에 전혀 참여 안하고 돌아다니다가 다른 애들에게 피해가 가는 상황이 되었었나봐요. 그래서 하루는 태권도 선생님이 울 딸아이 혼자 남겨놓고 엄하게 혼냈다고 담임선생님께 전해들었어요.
문제는 아이가 매일 아침마다 유치원 가기 싫어 운다는 것입니다. 잠잘 때도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계산을 하며 잡니다. 금요일 밤은 아주 기분 좋게 자구요 오늘 같은 평일은 잠도 잘 못자고 새벽 6시부터 눈뜨고 걱정에 잠을 설치는 모습이 보입니다. 일어나서도 계속 울먹울먹하며 안아달라하고요. 유치원 가방, 옷만 챙겨도 두려운 눈빛.. 버스타러 가는 길엔 둘째를 등에 업고 16키로짜리 큰애도 안은 채로 데려다주네요.
자꾸만 애가 아침에 우니까 저 스스로도 받아주기가 한계에 이르렀고..
(도대체 왜 너만 적응을 못하냐, 다른 애들은 안울고 잘만 하더만.. 너가 잘못했음 혼날수도 있는거를 왜그리 무서워하냐.. ) 등등 속으로 되뇌이며.. 이런 말까지 내뱉진 않아도 그런 뉘앙스를 풍기며 아이에게 자꾸만 화를 내게 됩니다. 다그쳐도 보고, 그런 아이를 무시해보기도 하구요..
유치원 끝나서 데리러 가면 아주 기분 좋고 활발한 아이로 돌아와 있어요..
그리고 담날 일어나면 또 그 상황이 반복되고 있네요.
사실 우리 딸아이는 주변에 친구가 하나도 없거든요. 놀이터에 나가도 대개는 놀이학교나 어린이집등을 보내느라 애들이 없고.. 또 있다고 해도 자주 만나는 친구들이 아니니 그때뿐이구요.
그나마 이 유치원에서 친구들 만나서 이제 얼굴 익히고.. 여자 선생님들도 어느정도 익숙해진 것 같은데
시댁에서는 내가 너무 끼고 살아서 그렇다, 오냐오냐 다 받아주고 키워서 애가 엄마 머리 꼭대기에 있다, 싫어하는 것을 하게끔 해야하는데 너무 받아만 주니까 싫어하는 걸 안하려고 한다. 딸아이와 또래 아이들이 수준이 안 맞아서 애가 적응을 못하는 것 같다라고도 하시구요.
제가 보기에도 싫어하는 건 절대 안하는 성격이라 유치원 프로그램 중 마음에 안 드는 수업은 절대 참여를 안 하려고 하니 더더욱 유치원에 가기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하도 유치원 유치원 그래서인지 좋다던 친구들, 선생님들이제 얼굴 안 봐도 되고 그냥 엄마랑 아빠랑 집에서 논답니다..
근데 또 둘째가 집안을 엉망진창 만드는 시기이고 언니가 뭣 좀 하려고 하면 들쑤시고 하는 통에 큰아이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해서 요즘엔 집에서 놀기를 또 싫어해요. 무조건 밖에서 피곤에 지칠때까지 놀려고 하거든요.
이런 경우는 또 제가 어떻게 해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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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 캔디트리]
캔디트리님.
무척이나 섬세한 아이네요. 이런 아이는 키우기가 쉽습니다. 아이가 좋고 싫은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니까 엄마는 정확하게 무엇을 해주면 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섬세한 아이는 분별할 수 있는 힘이 강한 아이 이기도 합니다. 이런 아이를 키울 때는 억지나 강제로 아이를 끌어 갈 수 없습니다.다니는 유치원에서 선생님이 이런 아이의 특징을 알고 부드럽고 재미있게 아이를 이끌어 갔다면 수영도 적극적으로 참가 했을 것 입니다.
아이의 내면의 힘이 강하기에 억지로 아이를 굴복 시킬 수 는 없지요. 공감하고 배려하면 쉽게 움직일 아이인데, 그렇게 섬세하게 아이의 능력을 발현시킬 이해를 가진 교육기관이 많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아이는 누구와 어울리지 않아도 스스로 잘 놀 수 있고 외롭지 않은 아이 입니다. 몰입의 힘이 강하고 전환과정이 느리기에 유치원에서 요구하는 과제 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더 깊게 들어 가려 할 것 입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아이는 창의성을 길러 가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엄마는 아이를 기다려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가 유치원 가는 것은 징징 거려도, 학교에 가는 것은 다릅니다. 학교 갈 나이가 되면 그 때는 아이는 많이 여물게 되지요. 학교에 가서 아이를 이해해주는 선생님을 만나면 아이는 신나게 배울 것 입니다.그리고 아이의 수준에 맞는 친구를 만나면 마찰 없이 잘 놀지요.
아이의 내면의 빛은 강한데 그 강한 빛을 엄마가 감당하기에는 조금 벅차네요. 이는 엄마가 어릴 때 이미 착한 사람으로, 말 잘 듣는 순한 사람으로 순응했기에 아이가 버거운 것 입니다. 엄마는 하고 싶어도 할 수없었던 것을 아이는 주저 없이 합니다.엄마는 알아서 순응 했기에 울음을 그쳤지만 아이는 끝까지 자신의 감정을 표현 합니다.아마 아이가 미리 순응 했다면 엄마는 아이의 감정이 어떤지를 알지 못했을 것 입니다. 그러면서 아이는 거짓의 가면을 쓰고 역할연기를 하는 삶을 살게 되겠지요.
고유한 존재로 독립되어 남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을 사회성이 좋다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그런 사람은 자신의 감정에 충실할 뿐만 아니라 남의 감정도 존중하지요. 그런데 이 사회에서는 사회성을 상호의존과 혼동 하고 있습니다. 독립할 수 없어 의존되어 있는데, 그래서 자신은 없고 다른 사람에 의해 자신의 삶이 좌우되는데 그런 것을 사회성이라고 하니 아이는 힘든 것 입니다.
곰곰이 자신이 받은 교육이 어떤 것인지 돌이켜 보세요. 그리고 몸이 기억한 것을 아이에게 그대로 주고 있는 것이 아닌지를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몸이 기억한 것을 거슬러 간다는 것은 너무나 어렵습니다.
님의 아이에 대한 불안, 유치원을 가도 안가도 불안 한 것은 님의 몸이 기억한 것과 아이가 하는 행동이 서로 부딪치는 과정입니다. 아이의 그릇이 님이 몸이 기억한 것 , 아이는 이래야 한다는 님의 그릇을 넘어 가기에 불안 하지요. 아이를 믿고 아이가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아이를 재단하지만 않으면 아름답고 행복할 인재로 성장 할 아이 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엄마가 자신을 믿어야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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