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전 잘 하지도 못하는 술. 그토록 싫어하는 술소주 3/2를 마시고 안주는 컵라면으로 떼웠습니다. 슬픔을 이겨내기 힘들어 술의 힘을 빌렸습니다. 제 아버지가 알코올중독자인데 그토록 증오하는 술을 제가 괴로움을 달래기 위해 술을 마셨네요. 참 아이러니한 세상입니다.
저는 32살, 저의 생명과도 같은 제 아이는 이제 27개월,
남편은 어머니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컸습니다. 어머니가 술주정뱅이에 무능력하고 사고만 치시는 아버지 대신 생계를 꾸리셨고 편한 날 없이 일만 하셨다 합니다.
어린 시절 신랑은 가난에 파묻혀 살았다 합니다. 온갖 궂은일은 다하시고 2남 3녀를 먹여 살리시기 위해 모진 삶을 사셨다 하셨죠. 그런 어머니가 불쌍했습니다. 가여웠습니다. 그런 어머니를 생각하는 신랑도 가엽고 착하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연애할 때는 전 당연히 당신 부모님을 모시고 싶다고 얘기했죠.그 땐 정말 그럴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러고 싶었습니다.이 남자를 사랑했기에...
그런데 결혼을 할 당시 전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일을 하고도 있었고 아기도 낳아야 하고 그냥 남편이랑 알콩달콩 신혼생활도 느끼고 싶고
모시고 싶은 마음은 없었습니다. 이리도 제 마음이 간사해지나요.
그런 제게 시어머니는 화가 났던 걸까요. 결혼할 당시부터 시어머니와 많이 삐걱댔습니다.
전 꼭 같이 살지 않아도 며느리 노릇 잘 할 수 있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꺼란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그렇지만 그건 저의 오산, 시어머니 모난 말씀에 많이 상처 받았고 많이 울었고 제 평생 흘릴 눈물은 다 흘렸을까요. 아프신 분이었지만 절 너무 힘들게 했고 아프시게 하셨죠.
잘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습니다. 그 때쯤 아이가 태어나고 더 왕래가 드물게 되고 아이 키우느라 정신 없고... 휴~
그러던 작년 9월 어머니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셨습니다. 너무 슬펐습니다. 너무 미워했기에
너무 미워해서 죄송해서 슬펐습니다. 며느리 노릇 다하지 못함에 슬퍼했습니다. 죄송했습니다.
그런 죄책감과 부담감을 안고 가고 있던 즈음. 남편이 오랜 동안 새벽에 일어나 게임을 서너 시간씩 하고 회사에 출근을 하더군요. 화가 났습니다 .피곤하다며 일찍 자고 아이와의 놀이도 힘들어 하던 그가 새벽에 일어나 게임을 그렇게 하고 출근을 하다니요.
그렇지만 전 그런 남편을 이해해 주고 싶었습니다. 집에 오면 항상 피곤에 찌들린 아내와 체력왕성한 아들을 감당해야 하고 아이 태어나고 아침밥 한번 못 얻어먹고 그래도 아들과 최선을 다해서 놀아주려고 노력하고 그리고 아이는 근 반년이 넘게 새벽 2~3시에 잡니다.그래서 남편과의 대화도 줄었죠. 저희 부부사이의 말 할 수 없는 벽도 두터워져 가는 것을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불같은 화가 많은 사람이었지만 내적 불행이 깊은 사람이었지만 아이에 대한 마음이 너무나 고마웠기에 ‘내가 성장해서 내 그릇이 커져 당신을 포용하리라’ 하고 생각 했더랬습니다.
그렇지만 며칠 전 전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새벽 5시에 일어나 게임을 하는 남편
전 미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폭발했습니다. 피곤하다면서 게임을 할 힘은 있냐고 그런 거 볼 힘은 있냐고 이렇게 부부싸움은 시작되었습니다. 온갖 욕설과 서로를 비방하고 헐뜯고 심지어 흥분한 남편은 옆에 있던 물건을 던지기도 하더군요. 그리고 저에게 그러더군요. "네가 며느리로써 한 게 뭐가 있냐고..." "나에게 한 게 뭐가 있냐고..." 할 말이 없어집니다.
애 키우는 게 벅찼다고 얘기했습니다 너만 애 키우냐 합니다.헤어지자고 합니다. 싸우는 소리에 아이가 깨어나서 부부싸움이 끝나고 이틀째 말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남편이 갑자기 양말과 속옷을 챙기고 오늘 아버님이 계신 시댁으로 가더군요. 내일 이혼서류 들고 올 테니 도장 찍으라는 말과 함. 전 화들짝 놀라 대화 좀 아이 얼굴 봐서라도 얘기한번 하자 라고 울부 짖으며 얘기했지만 남편은 갔습니다.
조금 뒤 전화가 왔습니다. 난 울 엄마 못 모시고 그렇게 떠나보낸 게 한이 된다고 그게 다 너 때문이라고 그래서 남아계신 아버님 모시고 살고 싶다고 그렇게 얘기하네요. 같이 합가 할꺼면 같이 살고 그러지 못하면 너와 헤어질꺼라고 그렇게 얘기하네요.
억장이 무너집니다. 세상살이가 왜 이렇게 힘이 드는지요. 제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저에게 이런 고통을 주시는지 내가 어린 시절 꿈꿨던 내 30대 삶은 분명 이런 삶이 아닐텐데 현실은 남편이 나에게 이혼을 운운하고 있네요. 눈물만 납니다.
전 지금 당장 합가는 힘들다고 얘기했습니다. 아이가 아직 어리고 더군다나 지금 반항기에 몰입에
제가 아버님을 모시기가 힘든 상황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냥 싫었습니다. 왜 난, 차남며느린데 왜 가까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왜 난, 이제 아이 키운다고 바둥되는데 아이키우는 것만으로도 힘들어 죽겠는데 왜 당신이 다 짊어지려고 하는 건지
저보고 이기적이라고 하네요.
제가 이기적인걸까요? 근데 전 지금 아이 하나 키우는 것만으로도 극기훈련을 하고 있는데 그런 제가 아버님을 모시고 살 수 있을 까요. 자신 없습니다. 항상 아이의 눈빛을 쫓을려 노력했고 자연에 어울려 놀렸고 몰입을 지켜봐 줬고 배려로 키울려 노력했고 울타리를 넓게 쳐줬는데...
합가를 해서 매일 텔레비젼이 틀어져 있는 환경과 산책할 곳도 없는 환경과 아이의 눈빛을 쫓을 수 없는 환경과 제가 마음 편히 책도 놀이도 해 줄 수 없는 환경에서 갑작스런 그런 환경에서 키울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극한의 상황 이혼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남편은 이미 그리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도 힘들었습니다. 남편과 융화되어 살기가 너무 힘이 들었습니다. 연애 때와는 사뭇 다른 남편의 태도와 언행 상처받는 일이 잦았고 싸움이 잦았고 그렇지만 자식이 있기에 참으며 그 사람을 품으려고 했고 그러나 제 좁은 그릇으로 남편을 품을려니 끓어 넘쳐 버리기만 했습니다.
슬픔을 감당하기가 힘이 듭니다. 이혼을 했을 때 아이에게 뭐라고 얘기해야 하나요?. 저 혼자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까요? 이혼녀의 딱지는 참을 수 있지만 아이에게 아빠를 잃게 하는 슬픔은 견디기 힘듭니다.
지금 이리도 괴로운 것은 아이 때문입니다. 저는 그냥 쿨하게 헤어지고 아, 속 시원해 하고 털어버리고 싶지만 내 사랑하는 아이가 짊어져야 할 이 슬픔을 어떻게 감당해야 하나요. 내 새끼가 슬퍼할 것을 생각하면 너무 힘이 듭니다. 편부모 가정에서도 아이는 잘 자랄 수 있을까요.
저희 부부는 이제 극에 다다랐습니다.남편은 결심한 것 같습니다. 힘들었나 봅니다.
그런데 제 아이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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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 마돈나80 ]
마돈나80님.
내내 어떻게 답 글을 달아야 하나를 고민했습니다.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한 결정일까요.
이런 상황이 된 것은 전형적으로 내면 아이가 부딪치는 과정 입니다. 현재는 부부의 위기 이지만 제대로 자신의 내면을 찾아가면 훗날 서로가 정말로 존재로 사랑하면서 독립된 부부의 삶을 살아갈 자산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혼을 하든 안하든 어떤 결정을 내리든 님이 자신의 고유한 존재로 살게 되는 계기도 될 것 입니다.
먼저 남편을 진정으로 사랑하는지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남편을 진정으로 사랑한 것이 아니라 아버지를 대신하는 사람으로, 아버지에게서 받지 못한 것을 받으려 했던 것은 아닌지요. 님은 알콜 중독자 아버지를 두었다고 했습니다. 남편의 아버지도 알콜중독자 입니다. 남편의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희생 했지만 남편에게 상호 중독된 사람입니다. 남편은 당연하게 역기능 가정에서 자랐으며 아버지를 대신에 엄마를 돌보는 가장의 열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둘째든 그것은 문제가 안 됩니다. 가정에서의 역할이 그렇다는 것 입니다.
남편은 자신의 아버지와는 정반대로 행동하려 하지만 이미 역할 뒤에 숨어있기에, 엄마와 정서적으로 밀착되었기에, 부모를 떠나 한가정을 이룰 수 있는 힘은 부족한 사람입니다.
연애 할 때는 그런 남편이 좋을 수 있습니다. 성장 배경이 비슷하고 무엇보다 님을 잘 챙겨줄 수 있기 때문 입니다. 님의 아버지와는 반대로 행동하기에 더욱 좋을 수 있습니다. 님의 아버지에게서 받지 못한 것을 남편에게서 받을 수 있다고 생각 합니다. 저도 아버지가 젊은 시절에 알코올 중독이었기에 남편이 어떻게 행동 했는지를 잘 알지요. 남편의 마음의 흐름도 느껴집니다.
문제는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고 난후에 생깁니다. 남편의 어머니는 님에게 자식을 빼앗긴 것 입니다. 성장한 어머니는 아들을 아내에게 가도록 독립시키지만 희생으로 자식을 키운 어머니는 자식을 심적으로 떠나보낼 수가 없습니다. 특히 님의 남편은 어머니의 정서적인 배우자로 밀착되어 있기에 더욱 떠나보내기 힘든 것이지요. 이는 님이 시어머니에게 아무리 잘했다고 해서 해결 될 문제는 아닙니다. 시어머니를 모신다고 해서 해결 될 문제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자신이 어머니의 희생의 세월을 보상해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거기에 아내를 끌어 들이게 되지요. 님이 이런 심리적인 구도를 알지 못했다면 왜 시어머니가 모질게 하는지를 알수 없고 시어머니에게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님에게 큰 심적인 고통을 주었을 곳 입니다.시어머니를 모셔야 한다는 것과 그럴 수 없는 것 사이에서 죄책감으로 많은 고통을 받았을 것 입니다.
아이 문제에서도 남편과 님의 내면 아이가 충돌 합니다. 님은 아이를 잘 키우고 싶어 합니다.그러나 깊이 생각해보면 의존의 대상이 남편에서 아이로 옮겨간 측면도 있습니다. 아이가 올바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님이 스스로 독립적인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님은 자신의 삶에 대한 자신이 없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이 극기라는 말을 이해합니다. 그것은 님이 몸으로 기억한 것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기 때문 입니다.아이를 키우는 것이 극기라면 남편의 내면 아이도 또한 소외당했을 것입니다. 남편도 교육의 장에 끌어 들이고 남편의 내면 아이도 달래 주기에는 님의 힘이 부족했겠지요.
저는 남편이 님을 떠나 이혼을 선택할 힘은 없다고 생각 합니다. 남편이 자신의 내면을 볼 수 없고, 부모를 우상화 시키는 과정에서 받은 상처로 인한 분노를 가장 가까운 님에게 분출 하는 과정에서 이혼을 요구하는 것이지 정서적으로는 님에게 밀착되어 있기에 이혼을 실행하기는 어려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혼을 하자는 것은 사실 자신이 너무 외로워 자신의 내면 아이를 자식 돌보듯 돌봐달라는 절규로 느껴집니다. 남편이 게임에 중독되고 야동을 본다는 것은 정서적인 상처로 인한 중독 입니다.
알코올 가족에서 엄마의 배우자 역할을 한 남편은 정서적인 착취를 당한 것이기에 자신의 감정을 억압해야 했고 화를 참아야 하기에 엄청난 분노를 무의식에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자신이 해준 것에 대한 댓가를 바랍니다. 그 댓가는 님의 복종 입니다. 지금 그 복종을 바라는 것 입니다.아내가 복종 할 때 자신이 힘이 있다고 느끼기 때문 입니다.
남편이 이혼을 요구하는 것은 자신이 힘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싶은 것 입니다.그런 내면 아이의 투정을 님이 이해하지 못하고 반응하면, 그때는 상황이 더욱 악화 될 뿐 입니다.반응 한다는 것은 상대의 장단에 맞추어 춤을 추는 것 입니다. 그러나 반응 하지 않고 대응 한다면 상황은 좋아 질 수 있습니다. 시간을 가지고 남편의 내면 아이를 달래주면서 남편의 감정으로부터 님이 독립되어야 합니다. 장닭처럼 남편을 쳐다 볼 수 있다면, 자신의 인생에 스스로 책임을 지면서 스스로의 인생을 살 수 있다면 님도 남편도 함께 성장 할 것 입니다.
먼저 님의 분노를 내려 놓으세요. 그래야만 감정의 흔들림이 없습니다. 평온의 마음으로 남편과 아이를 바라 볼 수있는 훈련을 해야 하는데,지금 이 상황에서 그런 훈련을 하라는 것이 멀게만 느껴집니다. 그러나 그 방법 밖에는 없습니다.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의 감정을 존중하고 내 안에 사랑을 간직하는 것이 남편을 변화 시키고 님도 성장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그런 마음을 가진다면 설령 이혼을 한다고 해도 편부모 아래에서도 아이는 잘 성장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사랑받지 못한 내면 아이를 위해 많이 우시기 바랍니다. 그래야 분노를 떠나보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고통을 견딜 수 없을 때 이렇게 글을 올려 감정을 풀어내고 대화를 나누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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