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며칠 전에 세돌 맞은 아들입니다.
아침에 눈 뜨면 "엄마, 따뜻하게 우유 데워서 토마스 통에 빨대 꽂아 주세요!"
무엇을 요구 할 때 참 똑 부러집니다.
그렇게 많고 섬세한 요구들을 이랬다저랬다 변덕도 부려가며 하루 종일 쏟아냅니다.
예전엔 그런 모습도 기특하고 뿌듯하더니..
요즘 ‘왜 내 아이만 이렇게 까다로울까’ 하며 힘들어만 합니다.
참, 까칠하기도 합니다. 부끄럼도 많고 부쩍 겁도 많아지고 화도 잘 내고
기분이 나쁠 때는 가족들이 다가가기라도 하면 짜증부리고
낯선 이의 친절은 단호하게 거절합니다.
놀이터에서도 기구들 무서워하며 무조건 엄마가 같이 하자며 조릅니다..
답답하고 미안하고
아프다고 부쩍 예민해져서 힘들어하는 모습 안쓰러웠다가도..
다른 아이들은 아파도 이렇게 못되게 굴지 않던데
내 아이는 왜 이렇게 까칠하고 예민하고 복잡할까..
난 너무 받아준 걸까 싶기도 하고
또 지금이 중요한 순간인데..
왜 이리 너그럽지 못할까 부끄럽기도 하고
이아이가 세상에 나가서도 이렇게 굴면 어쩌나 걱정도 됩니다.
엄마로서 부족한 이런 내 모습에 또 속앓이를 하고
즐겁게 육아를 해야 하는데 스스로 자신이 없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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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 에땅이]
에땅이님.
제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 해도 그렇게 까칠하고 예민하게 키울 것 입니다. 푸름이가 그랬고 초록이도 그런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참으로 유연하고 부드럽습니다.
자신의 욕구와 감정을 죽인 착한 아이가 아니라 욕구가 충족되고 감정을 억압하지 않은 고유한 아이로 성장했기에 다른 사람의 감정을 배려하는 힘도 그만큼 강한 것 입니다.
아이가 그만큼 까칠 하다는 것은 엄마에게는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는 의미 입니다.엄마를 믿는 것이지요. 이는 엄마가 아이를 존재로 사랑해주려고 노력한 결과 입니다.
솔직하게 자신을 돌아보세요. 아이의 까탈스로움은 님의 내면 아이를 건드립니다. 님은 그런 욕구를 부모님에게 들어 달라고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거침없이 해달라고 합니다. 당연히 님의 내면 아이는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질투가 나게 되지요.
지금 아이에게 하는 육아에는 기쁨도 있지만 희생도 있습니다. 희생은 받기위해 주는 것 입니다.아이가 잘 자라주어 엄마로서 아이를 잘 키운 것을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기에 사랑 안에 조건이 걸린 것 이지요. 사랑에 조건이 걸리면 아이는 불안하기에 한없이 까다로울 수 있습니다 아이는 엄마가 어디까지 자신을 사랑하는지를 알고 싶은 것 입니다.
먼저 님 안에 있는 분노를 밖으로 배출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야만 아이를 존재로 사랑할 수 있지요.그러면 아이의 까탈스로움도 많이 좋아질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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