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아홉 살 누나가 있고 6세인 지금까지 제가 데리고 있고 서울 살다 얼마 전 전라도 광주로 이사하였습니다.
아이가 원래 정리정돈 되어 있는 걸 좋아하고 자기가 해놓은 상태를 누가 건드리면 아주 싫어했어요. 누나와 달리 융통성이 없고 늘 그대로 하던 대로 규칙대로 하는 걸 좋아해요. 군인이나 경찰이 적성에 맞겠다 할 정도로요.
평소 아주 밝고 잘 웃는 아이인데 일주일전부터는 정도가 좀 심해졌어요. 바닥이 차가워 이불을 깔아뒀더니 조금 구겨진 모양이 맘에 들었는지 그대로 놔두라 합니다. 하지만 식구들이 자주 다니는 곳인데 그 모양이 그대로 있을 리가 없지요. 울고불고 그대로 해놓으라고 야단입니다. 소파가 낡아 매트를 깔아두니 또 구겨진 모양이 과속방지턱 같다며 절대 앉지 말라 합니다. 과자를 먹다가 과자모양이 새모양이라며 서너 개를 연결하더니 그대로 놔두라합니다. 청소하다가 건드려 망가지니 난리가 납니다. 다시 보고 싶은데 이제는 그 모양이 똑같이 안 되는데 어쩌냐면서 서럽게 울어 댑니다.
저보고 그대로 그리라고 합니다. 저는 그림을 잘 못 그리니 사진을 찍어두자고 했는데 밥 먹다가도 밥풀모양을 사진 찍고 한 입 먹고 달라진 밥그릇 속에 밥 모양을 사진 찍고 한 입 먹고 또 찍고....계속... 어떻게 해야 되나요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러니 정말 너무 저도 짜증이 나서 어제부터는 어린이집에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를 너무 오래 제가 데리고 있어서 그런 건가요? 남편과 제가 우리의 잘못이 뭘까 되짚어 보았습니다. 남편은 완벽주의적이고 너무 가정적이고 잘 놀아주는 좋은 아빠인데 또 극으로 화도 잘 내요
주로 정리 안하는 것 지저분한 것 잠 안 자는 것을 싫어하죠. 정리안하면 다 버려버린다~ 이런 말이 아마 원인이 된 듯해요. 저는 아이의 뜻을 거의 들어주려하는 엄마이고 차분한편입니다
우리아들 오늘 이틀째 어린이집 갔는데 아주 신나하네요
다니다 보면 좀 좋아질까요?
이런 성향의 아이는 제가 어떤 방향으로 육아를 해야 할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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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 미니릴리]
미니릴니님.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보여 지네요.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아주 질서에 민감한 시기가 있습니다. 특히 5~6세 전후에 전능한 자아가 우세 할 때는 모든지 있는 자신이 원하는 데로 나두어야만 하고, 조금이라도 모습이 변하면 울고불고 하는 시간이 있지요. 책을 볼 때도 부모가 치우면 안 됩니다. 온 집은 난장판이지만 어떠하든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책이 어디에 있는지를 기억하지요.
이시기에 깔끔하기를 원하는 엄마와 충돌할 수 있습니다.그러나 그 시기가 그렇게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은 아닙니다. 존중받고 있는 그대로 사랑 받으면 전능한 자아가 유능한 자아로 발달할 무렵이면 스스로 치우는 시기도 오지요.
두 번째는 부모의 억압을 아이가 표현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아빠가 정리 안하는 것, 지저분 한 것을 싫어한다면 아빠 안에는 어릴 때 어지럽히고 지저분하고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고 싶은 욕구가 억압되었다는 의미 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싫어하는 것은 대게 욕구가 억압된 부분입니다. 이는 남편의 어머니가 깨끗하게 남편을 키우는 과정에서 잔소리를 하거나 상처를 주었기에 받은 그대로를 아이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완벽주의가 있고 화를 잘 낸다는 것은 그런 억압의 과정에서 받은 감정의 상처를 아직도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는 항상 부모를 극단으로 이끌고 가서 한계를 넘어가도록 합니다. 부모의 성장을 재촉하지요. 아이가 모양을 극단으로 유지하려는 것은 부모의 무의식 안에 있는 억압된 부분을 자명종처럼 가리켜 주는 것이지요. 남편의 내면에는 자유롭고 싶고 무질서하고 편안하고 싶은 욕구가 억압되어 있는데 아이의 행동은 그런 억압을 해결하라고 아빠의 내면을 대신 표현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는 아빠가 좀 더 자유로우면, 분노가 사라지면 아이의 행동도 자연스럽게 유연해 지지요.
아이의 성향을 존중해주세요. 그러면 아이는 건강하게 잘 자랄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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