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관찰]
도토리 가지를 자른 범인은 누구일까?
아이들이 어렸을 때 북한산 계곡을 자주 찾았던 우리가족
주말이면 계곡 옆에 텐트를 치고 한나절이 지나야
집에 돌아오곤 했다.
우리가 텐트를 치던 장소는 앞에는 계곡물이 흐르고,
뒤로는 바위와 참나무가 어우러진 경사가 급한 산기슭 아래.
울창한 참나무(정확히 말하면 신갈나무 군락)로
항상 그늘진 곳이었다.
한 여름 이곳에 텐트를 치면 늘 벌어지는 일이 있었으니,
참나무 가지가 툭! 툭! 소리를 내며 텐트 위로 떨어지는 것이다.
잘려진 나뭇가지를 살펴봐도,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이런 짓을 할만한 동물이나 사람은 없는데....
한 동안 범인을 찾기 위한 수색작전을 벌였지만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어느 날, 같은 장소에서 수박을 먹다가 청서(청설모)를 발견한다.
아이들은 신기하게 바라보지만
이 녀석은 늘 보는 사람이라는 듯 두려워하지 않는다.
가다가 멈춰서기를 몇 번 반복하더니 나무 위로 조르르 올라간다.
조금 후 텐트 위로 떨어지는 나뭇가지.
그 이후로 나뭇가지를 자른 범인은 청서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왜!
청서가 무었 때문에 나뭇가지를 자를까?
겨울 동안 먹을 양식을 모으기 위해?
아직 다 여물지도 않은 도토리를?
:
2011년 8월 23일 홍천 광덕계곡
생태체험이라는 명목으로 홍천 광덕계곡을 찾았다.
푸름이 생태과학동화 <계곡에는 누가 사나 볼래?>라는
책을 보고 계곡에 사는 생물을 찾아보기로 한 것이다.
나무그늘에 돗자리를 깔고 앉으니 주변이
잘려나간 도토리 가지들이다.
생태 선생님 왈, “도토리 나무를 누가 잘랐을까요?”
나: “청설모요”
선생님: “청설모가 왜?”
나: “..............(나도 몰라 ㅠㅠ)”
범인은 도토리 거위벌레란다.
거위같이 생겨 거위벌레라고 한다나?
요 녀석이 떨어뜨린 나뭇가지를 주워 도토리를 유심히 살펴보자.
이렇게 구멍이 난 곳이 있다.
구멍난 곳을 중심으로 도토리를 잘라보면
오른쪽 사진처럼 조그만 알이 하나씩 있다.
도토리 거위벌레는 도토리에 구멍을 뚫고 알을 낳는다.
그리고는 알을 낳은 도토리 가지를 잘라 땅에 떨어뜨리는 것이다.
왜 힘들게 가지를 자를까?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도토리를 먹고 자란 후
도토리에서 나와 땅 속에서 겨울을 난다.
그러니 어미가 나뭇가지를 잘라주지 않으면
날개 없는 애벌레가 어느 세월에, 어떻게
땅 속으로 들어갈 것인가?
가는 도중에 잡아먹힐 수도 있는 우여곡절을 막기 위해
어미는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그 작은 입으로
나뭇가지를 자른다.
새끼를 기르는 일이란
사람이나 곤충이나 다 이렇게 정성이 들어간다.
사진은 다음 블로거 땅콩님의 허락하에
땅콩 블로그에서 가져왔습니다.
땅콩님의 불로그 http://blog.daum.net/natanaye/1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