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레미 소나무를 아시나요?
지난해 여름, 남해 금산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들렀던
고성 공룡박물관에서 뜻하지 않게 반가운 나무를 만났다.
일명 ‘공룡 소나무’라고 불리는 울레미 소나무(Woollemia nobilis),
2억년 전 쥐라기 공룡들의 먹이였던 상록 침엽수다.
그동안 화석으로만 존재했던, 공룡과 함께
지구상에서 멸종된 것으로 알려져 왔던 이 소나무가
1994년 호주 블루마운틴 지역 내 울레미 국립공원에서
100여 그루가 발견된 것이다.
2억년 전의 소나무가 아직까지 살아있다니 얼마나 멋진 일인가!
2억년의 비밀을 간직한 채, 빙하기를 견뎌내고 살아남은 나무.
이 귀하신 소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호주 정부는
학자들마저 눈을 가리고 헬기에 태워 소나무 군락지에
접근시킬 정도로 베일에 가려져 있다 한다.
호주 왕립식물원에서는 이를 복원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는 한편,
사업으로도 연계시켰다. 울레미 소나무의 어린 가지를 잘라
묘목재배에 성공, 묘목 292그루를 경매를 통해 판매한 것이다.
국내의 한 수목관련업체가 울레미 묘목을 구입하여
국립수목원(광릉수목원)에 기증했다는 기사가 나오면서부터
울레미 소나무의 존재가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 때가 아마도 5-6년 전이었을 것이다.
그 기사를 읽은 이후 마음 한 구석에 늘
“국립수목원 방문”이라는 일정이 잡혀있었지만
직장인에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국립수목원은
미리 예약을 해야 하는, 시간이 난다고 해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기에 아쉬움 속에 기회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울레미 소나무가 잊혀져갈 때쯤,
그것도 기대도 하지 않았던 고성 공룡박물관에서
이 나무를 만났으니 얼마나 반가운지!
조그만 묘목에 감격하다니..... 쯧쯧...하는 듯한 아내의 표정,
날도 더운데 땡볕에서 뭐하는거야....하는 아이들의 표정,
에도 아랑곳하지않고 이리저리 살펴보고,
뒷면도 살피고(잎의 뒷면은 하얀 솜털이 나있다)
아이들에게 이 나무에 대한 이력을 이야기해주고,
브라키오사우르스의 식단 중 하나였다느니...,
<푸름이 공룡 박물관>에서 마이아사우라가 새끼들에게
먹여주던 식물이 바로 이 나무라는 등 아이들의 관심을 유도했으나
그냥 무더위가 싫은 듯 빨리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기를 조른다.
(사진을 찍는 동안 아내와 딸은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 버림.)
더위에 지친 둘째도 빨리 에어컨 있는 곳으로 가자고 한다.
“사진 한 장 찍자” 했더니 초상권이 있다며 얼굴을 가린다. ^^
아빠의 관심사와 너무도 다른....
여행을 마치고, 사진을 정리하다가
울레미 소나무를 검색해 보니 이미지가 제법 나온다.
위쪽 사진의 구과를 보면 구상나무가 연상되고,
아래쪽 사진의 줄기를 보면 전나무나 가문비나무와 유사하다.
울레미 국립공원의 울레미 소나무 군락지(오른쪽)와
군락지 내에서 가장 큰 소나무인 킨 빌리(King billy).
킹빌리는 호주 원주민들이 수령 2000년 이상된 소나무를
부르는 말이라고 한다. "상상속 왕"이라는 뜻.
울레미 소나무 화석과 배양에 성공한 묘목.
아래 사진보다 조금 작은 묘목이
한 그루에 30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고.
묘목 배양이 계속되고 있으니 가격은 떨어질 것이고,
머지않아 원예품종이 나올지도... ^^
P.S.
어느 책에서 읽었던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자면....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들, 특히 가정에 식물을 많이 기르거나
미니 정원을 꾸며놓은 사람들, 유실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가난에 대한 내적불행이 잠재되어 있다고 해요.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자연은 우리에게 언제든 따 먹을 수 있는 열매를 주기에
거기에서 마음의 위안을 얻는거라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