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두려움은 정당한 것일까요?

2011-08-12 11:26:55
푸름이닷컴
조회수 2027

저는 어린시절 할머니에게 학대를 받고 자랐습니다. 그것을 '학대'라고 규정하게 된 것은 몇 달 되지 않았습니다. 가난한 시골에서 할머니를 모시고 사시는 부모님, 5녀 1남 형제 중 4녀로 자랐습니다. 시골에서 농사 짖고 사는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자란 아이에게 부모에게 '맞는다'라는 것은 특별한 일도 될 수 없었고 이웃에서도 흔한 일이었기 때문에 누구도 '학대'라는 말을 하지 않았고, 저 자신도 '내가 고집이 세서 할머니가 나를 더 미워했고, 더 많이 맞았었지'라고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나의 어머니는 할머니의 폭력에서 딸을 보호할 수 없는 '나약한 존재'였습니다. 그런데, [가족의 심리학을]읽고...'내적 불행'이란 말도 알게 되고... 여러 권의 육아서들을 더 보면서 내가 심한 학대를 받고 자란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아직도 내 안에 있는 '자라지 못한 아기'는 얼마나 상처받고 외롭고 힘들었을까요.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질문)

저는 내적 불행이란 말을 알게 되고, 생각하는 과정에서 ‘나의 주 양육자는 어머니가 아니고 할머니 였던 것 같아. 그러니까 나의 내적 불행은 할머니로 인한 것이고 , 그 할머니는 이미 돌아가시고 안계시니까 분노할 대상도 없어진 거야"라고 결론내리고 '상처받은 어린 나'를 위해 울고 때론 할머니 욕도 하고, 할머니 제사 때 참석하지 않고 남편과 친정 엄마에게 할머니 흉을 보는 것으로 위로를 해 왔습니다. 그런데 어제 푸름아버님 강연 중에 '모든 분노는 어머니에게로 귀결된다'라는 말씀을 듣고 '아닐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사실은 그런 할머니의 폭력에서 보호해 주지 못한 엄마에게 화가 난 것을 무의식 속에 감추어두고 어머니를 보호 하기위해서 할머니를 이용한 것이 아닐까? 그런데, 만일 그렇다고 한다면 나는 어머니를 미워해야하는데... 싸워야 될지도 모르는데 두렵습니다.

지금까지 어머니는 연민의 대상이었습니다. 아기를 낳고 키우면서는 더욱 엄마의 인생이 가련하고...어떻게 그런 험난한 삶을 살아오셨을까?' 얼마 전 엄마에게 어린시절의 이야기를 듣고는 (전쟁 고아 십니다) 엄마의 '상처받은 어린 아기'가 가엽고 가련해서 눈물흘리고 했습니다. 시골을 떠나오신 후로 언니네 조카를 양육해주며 사신지 몇 년 되었는데 많이 힘들어하시고, 원인을 알 수없는 병으로 고통스러워하십니다. 제가 보아서는 분명 우울증 중증이신데 상담을 받아보자 해도 거부하십니다. 이런 어머니와 어찌 싸울 수 있고 미워 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