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개월 남자아이를 둔 맘입니다. 언제부턴가 친하게 된 또래 남자아이가 있는데 놀 때 같이 잘 어울리는 편이라 생각했지만 그 아이가 자기 장난감을 못 만지게 하거나 소리를 지르면 제 아이는 울어버립니다. 사실 반대로 우리 집에 놀러오면 우리아이는 자기껄 못 만지게 하진 않거든요. 첨엔 제 아이가 시기에 맞지 않게 너무 욕심없고 순하기만 한 걸까 걱정도 하고 사회성도 길러주려면 이런 아이 저런 아이 잘 어울리게 해야 한다고도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만나서 일방적으로 제 아이가 상처받을까 염려도 되곤 합니다. 제 아이가 놀다가 그 아이의 엄마를 모르고 툭 건드리면 그 아이는 자기 엄마를 건드렸다고 소리를 지르면 제 아이는 겁먹고 울먹울먹합니다. 또 자기껄 그 아이가 빼앗으면 같이 방어를 잘 하지 못하고 저한테 와서 속상한 듯 자기 꺼라고 싫다고 얘기합니다. 그러면 제가 나서서 잘 얘기하고 또 제 아이에겐 "그래, 니가 싫은건 싫다고 하고 내꺼야 라고 얘기해" 이렇게 해 줍니다.
사실 엄마마음은 누가 밀치면 내 아이도 똑같이 방어를 잘 하길 바랍니다. 요즘은 내 아이 기를 더욱 살리면 밖에서도 잘 방어할 거 같아 제가 노력도 합니다. 어디선가 보았는데 이런 경우엔 내 아이보다 더 순한 아이랑 친구를 만들어주면 좋다고 했는데 일부러 그런 친구를 찾기도 어려울뿐더러 참 어렵습니다. 그냥 이렇게 어울리면서 자라다보면 괜찮아지는 걸까요. 아님 엄마인 제가 나서서 아직은 그런 친구를 잘 안 만나게 해주는 게 좋을까요.
..........................................................
[닉네임: 데비양]
데비양님.
아이는 특정한 시기에 소유를 배우게 되지요. 제1반항기에 "내꺼야"라고 말하는 시기가 그 시기입니다. 소유를 배운다는 것은 경계를 아는 것 입니다. 남에게 속한 것과 내게 속한 것의 경계이지요.
경계가 없다면 이는 집에 울타리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불안합니다. 언제 도둑이 들 올지 모릅니다. 경계가 없으면 자신의 존엄도 침범당 합니다.
경계는 소유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공간에도 경계가 있지요. 남이 나에게 다가오는 공간과 가족이 다가오는 공간은 다릅니다. 공간의 경계는 동물에게는 분명하게 나타납니다. 문화마다 공간의 경계는 다르지만 공간이 있다는 것은 모든 인간에게 공통으로 나타나지요.
공간의 경계는 부모의 모델을 통해 알게 되고 그 공간을 누가 침입하게 되면 아이는 화를 내게 됩니다. 아이 친구가 왔을 때 그 아이의 장난감을 만지는 것은 그 아이의 공간을 침입한 것 입니다. 그래서 아이는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는 것이지요. 그 아이가 소리를 지르면 그 소리는 님의 아이의 경계를 침입하지요. 그러면 님의 아이도 화가 납니다. 어떤 아이는 소리를 질러 화를 밖으로 표현 하지만 어떤 아이들은 울면서 화를 안으로 표현 합니다. 이 울음에는 자신을 보호해주지 못한 엄마에 대한 분노도 있지만 받은 감정적 상처를 치유려는 복원의 힘도 있습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끊임없이 경계를 침입하고 침입당하는 일이 일어납니다. 그러나 어린 시절에 그 경계를 부모가 잘 보호해주어 감정의 상처를 덜 받은 아이들은 남의 경계를 잘 알아 그 경계를 침범하지 않을 뿐만 아이라 남이 경계를 침입하면 분명하게 그러지 말라달라고 요청할 수 있으며,경계를 침입 당해도 이겨 낼 힘도 강합니다.
나 자신을 방어하는 것과 남을 공격하는 것은 다르지요. 진정한 사회성은 남을 공격하지 않으면서 경계를 지키는 능력 입니다.이는 서로의 공간 내에서 독립적이지만 서로가 연결되어 있는 것 입니다.
28개월 아이는 자신의 공간을 지킬 능력이 완전한 나이가 아닙니다. 이 때는 엄마가 그런 상처받는 환경에서 아이를 보호해주어야 합니다. 엄마가 아이를 보호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는 점차 자신을 지키는 것을 배우게 되지요.누가 밀치면 내 아이도 밀치고 방어하라는 것은 남에 대한 공격을 가르치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부처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우리는 친구를 얻는 행복을 바란다. 자기보다 뛰어나거나 대등한 친구는 가까이 사귀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친구를 만나지 못하거든 허물을 짓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푸름이닷컴에는 배려 받아 남을 있는 그대로 배려 해주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그런 친구를 만나게 해주세요. 그러나 그런 친구를 만나지 못하면 당분간은 엄마가 그런 친구가 되어 주면되지요.
아이는 잘 성장하고 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