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름 아버님, 제 아이(35개월)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제 아이는 인형놀이를 주로 즐기지요.. 거의 하루 종일 인형들과 놉니다.
일전에 아이가 인형에게 폭력을 가하는 문제로 몇 번 상담 글을 올렸었는데요.
얼만 전 답을 찾았습니다.
저는 폭력적인 아이이거나 저의 무의식을 표출하는 행동으로 생각하고 고민했었는데
다름이 아닌 인형이 무서워서 그랬던 것입니다.
얼마 전 삐에로를 유난히 좋아하는 아이에게 커다랗고 리얼한 삐에로 인형을 선물했더니 보자마자 얼굴색이 변하더니 폭력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불속에 넣고 때리고 밟고 전 그저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한참 그러더니 인형이 너무 무섭다고 울먹였습니다. 생각해보니 유난히 때리고 미워하는 인형도 무서워하기에 충분한 형상이었습니다. 실제 갓난아기처럼 만들어놓은, 어떤 사람들은 징그럽다고 말하는 바로 그 인형이더라구요.. 그래서 이 인형도 무서웠냐 물었더니 그랬답니다. 유난히 무서움이 많은 아이, ‘그랬었구나’ 깨닫고 나니 후련했습니다.
1. 요즘 들어 제 아이는 모든 상황을 인형과 함께 재연하고 있습니다.
책들은 연극대본이 되었습니다. 읽자마자 인형을 저한테 던지며 제 역할을 정해줍니다.
저와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가도 갑자기 인형을 가져와 바로 전 상황을 똑같이 하라고 합니다. 물론 과거의 사건을 말하면서 재연하기도 하구요.. 잘 살펴보니 본인이 기분이 안 좋았거나 억울했던 일들입니다. 감정을 해소하는 것이라면, 예를 들어 제가 아이의 기분을 상하게 했을때 아이가 제(인형)가되고 제(인형)가 아이가 되어, 입장을 바꿔놓고 해야 할 것 같은데 아이는 그저 그 당시 본인이 되어 똑같이 억울한 상황을 다시 겪습니다. 물론 반대로 할 때도 있습니다만..
그저 감정을 해소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런 것이라면 제가 그냥 아이가 시키는 대로 하고 있으면 되는 것인지,
아니면 아이의 감정을 해석하여 공감하며 풀어줘야 하는 것일까요?
그게 아니면 다른 상황일까요??
2. 제 아이는 감각이 예민합니다.
모든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음악도 아이의 허락 없이 틀 수 없습니다. 그런데 주로 듣고 싶지 않아합니다. 막상 틀면 잘 듣고 끄지 말라하기도 합니다. 음악을 들을 때에도 이건 피아노 소리네, 이건 어떤 소리네, 이건 어떤 악기 소리야.. 음을 구분하여 듣기도 하구요..
냄새도 잘 구분하고 제가 맡지 못하는 냄새도 맡습니다. 저에겐 별로 냄새가 나지 않는데도 아이는 코를 틀어막습니다. 음식을 먹으면서도 이건 어떤 맛이 나네, 여긴 뭐가 들어갔네.. 두유를 먹으면서 깨가 들어갔다 하길래 성분을 봤더니 정말 깨가 들어가 있었습니다.
좀 까끌한 옷을 입히면 화를 내고 벗기도 하고 팬티도 잘 안 입습니다. 친척집에 가면 변기에 앉기도 거부하구요..
이런 것들이 기질적으로 예민함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요?
아이가 무척 까다로운 편인데요.
그런데 이런 감각들로 인해 아이의 성격이 예민할 수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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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 쎄미형 ]
쎄미형님.
무척이나 예민한 아이네요. 잘 만 성장하면 뛰어난 영재로 클 것 같네요.
1. 인형을 통해 상처받은 감정을 스스로 치유하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아이와 인형을 가지고 놀면서 한번 시도해 보세요. 적극적으로 공감해주면 감정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는 좋지만 조금이라도 역할을 다르게 하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특히 질서에 민감할 때는 조금만 변해도 뒤집어지곤 하지요. 언제까지 그러는 것은 아닙니다.
2.영재들은 감각에 민감합니다. 특히 소리에 민감하지요. 푸름이도 한번 음악을 들으면 오랜 시간이 지나고도 기억 했습니다. 텔레비젼의 볼륨이 제로에 있어도 감지했기에 우리부부는 이 아이가 초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았습니다. 미각 후각, 감각도 섬세하지요. 어제 푸름이가 음식과학이라는 1400페이지에 가까운 책을 사왔습니다. 그 책을 개정하는 시간이 20년이나 걸렸다는 머리말을 읽고는 가슴이 벅차오른다고 말 합니다.그 예민한 미각이 그렇게 발전하네요.
이는 분별의 힘이 그만큼 강하다는 것 입니다.어릴 때는 까다롭게 보이지만 이런 아이들은 감정의 분화도 잘 되어 있기에 남의 감정도 잘 읽게 되지요. 배려 깊게 사랑받으면서 감정이 억압받지 않고 그대로 성장하면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하면서 아주 좋은 성격을 가지게 됩니다.
아이는 엄마의 감정도 잘 분별하고 엄마의 억압된 부분도 잘 드러냅니다. 남들이 보면 키우는 것이 힘들 것 같지만 자신의 감정을 분명하게 알고 밖으로 표현하기에 이런 아이들보다 키우기 쉬운 아이들은 없습니다.
공부 많이 하시기 바랍니다. 아이가 가진 능력이 잘 발현하도록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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